[리뷰] 보헤미안의 자유가 살아 숨쉬는 곳 - 트리오 제이드 제4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22.08.2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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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트리오 제이드 제4회 정기연주회_보헤미안.jpg

 

 

16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

 

금수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며, 대통령이 3번 이상 바뀌는 기간이자, 한 아이가 태어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세월이다. 절대 짧지만은 않은 시간. 그 시간을 트리오 제이드는 함께 해왔다.

 

트리오 제이드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이효주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 팀이다. 이 세 명의 연주자는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 재학 중 ‘트리오 제이드’를 결성하였고, 지금까지 견고한 팀워크로 수려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트리오 제이드의 제4회 정기 연주회의 주제는 바로 ‘보헤미안’이다.

 

보헤미안(Bohemian)은 체코의 보헤미아 지역에 유랑 민족인 집시가 많이 살았다. 이를 보고 15세기의 프랑스인이 집시를 ‘보헤미안’이라 칭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시인이나 예술가’라는 뜻으로 정착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체코 보헤미안 음악의 특성을 짚어 내보자면, 풍부한 감정 표현과 자유분방한 낭만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연주회의 곡을 구성한 세 음악가, 요제프 수크, 안토닌 드보르작, 요하네스 브람스의 곡에서는 보헤미안의 자유로움이 두드러진다.

 

특히 이 세 음악가의 관계가 매우 흥미롭다. 수크는 드보르작과 브람스에게 음악을 배웠고, 드보르작은 브람스에게 음악과 관련한 멘토링, 지원, 영감 등을 받았다. 이 세 명의 음악가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 각자의 정체성이 가득 담긴 예술적 세계관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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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를 사로잡았던 연주곡은 바로 브람스의 피아노 삼중주 제1번 나장조의 작품 8이다.

 

1악장에서는 쉴 틈 없는 모험 영화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이어 2악장은 브람스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두드러진다. 그의 위트 있는 면모와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이 어우러진다. 특히 2악장이 주는 몰입감은 숨 쉬는 방법조차 잊게 만든다. 반면 3악장에서는 비교적 신비로운 느낌을 강조한 듯한 선율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연주곡은 다름 아닌 4악장인데, 이 파트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이 세 악기를 위해 구성된 것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풍성하고 섬세한 구성이었다. 피아노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 첼로는 무게감을 잡는다.

 

여기에 음을 가지고 뛰노는 듯한 바이올린이 지루할 틈 없이 파고든다. 브람스의 곡 구성과 이를 구현하는 트리오 제이드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어 두 곡의 앙코르가 끝난 후, 어쩐지 브람스의 위트있는 선율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16년간의 팀워크가 꽉 채우던 공연장에 벅차오르기도 했다. 특히 그 세 악기가 효과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세심함과 폭발적인 에너지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람스의 음악을 가장 생동감 있게 들을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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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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