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막스 리히터 스페셜

글 입력 2022.07.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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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막스 리히터 스페셜(MAX RICHTER SPECIAL)] 연주회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하이든의 <무인도> 서곡을 시작으로 장 필리프 라모의 오페라 <레 보레아드> 모음곡, 막스 리히터의 < On The Nature of Daylight >, 그리고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로 이루어졌다.


오랜만의 공연관람에 들뜬 마음으로 방문한 공연장은 여전히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설렘을 주었다. 이번 공연은 특히 더 기대가 되었는데, 바로 국내에서 초연되는 막스 리히터의 < On The Nature of Daylight >와 발매 후 22개국 클래식 차트 1위를 석권한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때문이다.

 

막스 리히터의 < On The Nature of Daylight >는 영국 가디언지로부터 21세기 최고의 클래식 작품으로 선정된 곡으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폭력 메시지를 담은 <블루 노트북>의 수록된 곡이다. 제목이 생소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클라이막스 장면 음악으로 익숙한 곡이기도 하다.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는 불후의 명곡 '비발디 사계'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기존 비발디의 사계에서 25%만을 남기고 막스 리히터의 참신하고 다양한 작곡기법을 사용해 재탄생한 그만의 사계는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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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고, 하이든의 <무인도> 서곡을 시작으로 장 필리프 라모의 오페라 <레 보레아드> 모음곡, 막스 리히터의 < On The Nature of Daylight >이 차례로 연주되었다. 잔잔히 진행되는 막스 리히터의 멜로디를 듣고 있자니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클라이막스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잊어버린 과거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는 김혜자 배우의 연기가 인상깊었는데, 공연장에서 곡을 듣고 있으니 김혜자 배우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이 바로 막스 리히터의 음악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곡은 음악에는 꼭 클라이맥스 부분이 있어야하며, 그 클라이맥스 부분이 극을 더욱 긴장감과 임팩트있게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했다. 미니멀리즘 특유의 단순화된 멜로디와 구조적 반복성으로도 극을 충분히 클라이맥스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관객들이 몰입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과연 원곡의 25%만을 남기고 새롭게 탄생한 사계를 사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연주가 시작되고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비발디 고유의 음악적 언어는 남겨두었지만, 루핑기법, 리듬의 변칙적인 재구성 등 막스 리히터의 참신하고 다양한 작곡기법이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켜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사계>를 탄생시켰다.

 

막스 리히터의 곡은 전체적으로 필자가 알던 클래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평소 익숙한클래식 음악은 '도입 - 클라이막스 - 결말' 로 이어져 깔끔하게 정리되어 하나의 극을 역동적으로 이끌어가는 느낌이었다면, 막스 리히터의 곡은 시작부터 끝까지 무엇하나 명확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고요히 시작하여 잔잔히 마무리되는, 하지만 그 안에 모든 서사가 담겨있는 느낌을 받았다.

 

미니멀리즘 특유의 단순화된 멜로디와 구조적 반복성이 돋보였던 < On The Nature of Daylight >부터,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킨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까지.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미술사조를 관람하듯, 귀로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의 사조를 경험한 느낌이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음악을 들으며 미니멀리즘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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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관객들의 박수는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의 걸음을 계속하여 무대 위로 이끌었다. 그만큼 관객들에게 인상깊은 무대였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편, 이번 공연을 이끈 아드리엘 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은 오는 9월 퀸 엘리자베스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첼리스트 최하영과 새로운 무대에 꾸린다. 이번 공연의 감동이 9월의 공연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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