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 속에서 위태로움을 외치다 [음악]

글 입력 2024.05.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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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이자 스물넷입니다.
 
 
트리플에스(tripleS)24인조 걸그룹으로, 역대 걸그룹 중 최다 인원이며, 보이그룹을 포함한 모든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두 번째로 다인원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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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tripleS 공식 SNS)

 
 
전체 멤버 24인의 활동 이전에 4개의 유닛 음반을 발매하였는데, 이 당시 ‘(활동 기간 중) 앨범을 10만 장 이상 판매하지 못하면 유닛을 해체한다’는 운영 방식으로 인해 ‘아이돌의 상품화’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닛’의 해체가 포인트라는 것이다. 24인조로서의 활동은 지속하나 해당 유닛으로는 다시 활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였고, 아이돌의 역사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 정도의 다인원인 만큼 다양한 유닛 조합을 선보이고 싶었던 취지로 보인다. 이미 활동했던 4개 유닛의 신곡을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유닛이 아닌 ‘트리플에스’로서의 차질 없는 활동을 위해서라면 현실적인 판단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트리플에스가 가장 처음 구성된 10인의 멤버(첫 번째 ‘자연발생 Dimention’)로 활동한 것은 2023년의 데뷔 앨범 < ASSEMBLE >을 발매한 시점이었다.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멤버들이 합류해 지금의 24인조 트리플에스가 만들어졌고 지난 5월 8일, 드디어 트리플에스의 첫 정규 앨범 < ASSEMBLE24 >가 발매되었다.
 
 

청춘과 청량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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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걸그룹 ‘뉴진스’는 ‘Attention’, ‘Hype boy’, ‘Ditto’, ‘Bubble Gum’ 등의 음악을 통해 청량하고 맑은 느낌, 10대의 추억과 청춘을 선사해 주었다.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왜인지 모르게 나의 학창 시절까지 미화되고 기억이 조작되는 것만 같다. 실제로는 뉴진스가 보여주는 모습처럼 마냥 싱그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인데도 말이다.

이후 보이그룹 ‘투어스’는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라는 곡으로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의 설렘을 노래했고, 걸그룹 ‘아일릿’은 ‘Magnetic’이라는 곡으로 자석처럼 끌리는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진 10대의 감성을 노래했다.

그래서인지 앞서 언급했던 곡들의 뮤직비디오엔 이 가득하다. 그들은 항상 밝게 내리쬐는 햇살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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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tripleS 공식 SNS)
 
 
트리플에스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Girls Never Die’를 통해 청춘과 청량이 넘쳐나는 시대에 ‘변주’를 주었다.
 
 

위태로움과 죽음을 말하다

 
 
 
‘Girls Never Die’의 뮤직비디오에는 살펴볼 요소가 정말 많았다. 그 많은 요소들이 최근의 아이돌 그룹이 표방했던 ‘10대의 감성’과는 완전히 대비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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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뮤직비디오 내내 ‘빛’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있어도 그것은 아주 잠깐이다. 햇살 가득한 하늘 대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은 우중충한 하늘이 나오고, 밤의 길거리와 지하철역, 어두운 방 안이나 욕실이 나올 뿐이다. 멤버들이 입고 있는 옷 역시 어두운 색감이고, 욕조에 가득 찬 물 역시 검은색이다.

검은 물이 가득 찬 욕조와 도로 한복판에서 각각 죽음을 결심한 두 인물이 나온다. 하지만 두 인물 모두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까마귀’를 만나며 죽는 것에 실패한다. 우리나라에선 흉조, 죽음을 상징하는 까마귀가 뮤직비디오 내에선 구원, 의 이미지로 보여 인상적이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두 장면은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 PT. 1> 중 타이틀 곡 ‘I NEED U’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했다. 위태로운 청춘의 방황과 죽음을 담았다는 점에서 두 곡은 일맥상통하고, 어쩌면 그 부분을 의도하고 오마주한 게 아닐까 싶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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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방탄소년단 'I NEED U' MV / 아래 : tripleS 'Girls Never Die' MV)

 

날 따라와 달라진 날
하나가 되자
너의 꿈이 내가 되고
우리 함께 꾸는 꿈

두려움 따위 다
함께 있다면은
이제 무서울 것 없지

다시 해볼까

 
꿈을 꾸는 것만 같은 몽환적인 댄스 브레이크 파트 이후 다시 노래가 시작되며 욕조에서 삶의 끝을 결심했던 인물에게는 위 가사 속 ‘꿈’을 상징하는 듯한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다시 해볼까”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는 순간 땅 아래에 있던 멤버들의 옷은 검은색(까마귀를 상징)으로 변했고, 옥상에 있던 (날개를 하나씩 달고 있던) 두 인물 역시 그대로 뛰어내려 까마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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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와 어우러지는 가사가 인상적인 구간이었다. 위태로움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꿈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앞서 언급했던 방탄소년단 이후로 이런 콘셉트의 곡과 뮤직비디오를 접한 적이 거의 없어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앵글과 그 반대의 앵글이 연결되는 지점, 어두운 장소에서 간간이 쓰였던 네온색 조명, 1.5L짜리 페트병 물이나 컵라면과 같은 현실적인 소품의 활용 등 스토리 외적인 부분에서도 심심찮게 살펴볼 것들이 많았던 뮤직비디오였다.

*

‘Girls Never Die’가 매력적인 이유는, 모두가 활짝 웃는 ‘대놓고 희망적인 결말’보다는 상처 입은 경험을 가진 인물들이 결국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결말로의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래 도중 내레이션으로 강조되는 “다시 해보자”, “다시 해볼까”도 이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만하다.

삶을 택한 인물들의 앞날은 알 수 없다. 희망적일 수도, 절망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기에 그것을 굳이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번 신곡은 데뷔곡인 ‘Rising’에 이어 트리플에스가 추구하는 콘셉트가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트리플에스가 보여줄 청춘의 민낯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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