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튜베로즈향 추천기

튜베로즈 향 추천
글 입력 2023.12.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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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튜베로즈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다. 화이트플라워 계열의 튜베로즈는 농밀하고 화려한 향을 지녔다. 그 독특한 강렬함은 그 어떤 꽃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이다. 튜베로즈를 향이 아닌 물건에 비유하자면, 뽀얀 진주의 부드러움과 실크 드레스의 화사한 우아함이 떠오른다.

 

천연 튜베로즈 앱솔루트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복잡한 향을 지니고 있다. 시원하고 쎄한 향부터 흙이나 쿰쿰한 이끼가 떠오르는 잔향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에서 튜베로즈 꽃을 떠올릴 때 원하는 향은 풍성하고 부드러운 화이트 플로럴 향기일 것이다. 시중에 향수로 출시되는 향들은 많은 경우 튜베로즈의 예쁜 부분을 부각시켜서 만들어지기에, 튜베로즈 향수는 다 비슷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

 

오늘 소개할 세 가지 향기는 언뜻 느끼면 비슷한 결의 튜베로즈와 화이트플라워를 다룬 듯 보이지만 뜯어보면 아주 다른 분위기를 지녔다. 때문에 누군가는 셋 다 아주 비슷하다 여기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세 가지 안에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기도 한다. 비슷한 듯 다른 튜베로즈 향을 소개한다.

 

 

 

1. 가장 정석의 튜베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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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소개할 향은 딥티크의 ‘도손(Do son)’이다. 아주 인기가 많은 향이지만 화이트플라워 특성상 호불호도 강한 향이다.

 

도손의 향을 표현하자면 가장 기본적인 틀의 튜베로즈와 화이트플라워를 표현한 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얗고 부드러우면서도 꽃 특유의 달콤함과 향신료 같은 스파이시함이 적절히 섞여 있다. 여기서 정석의 튜베로즈라는 의미는, 튜베로즈 생화에 가장 가깝다기보다는 향으로 표현된 튜베로즈의 기본 뼈대를 가장 평범하게 표현했다는 뜻이다.

 

다른 부차적인 향보다 화이트플라워의 향이 중심으로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비단 튜베로즈 뿐만이 아니라 ‘화이트플라워’ 노트가 도대체 어떤 향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한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도손의 향을 맡으면 화이트플라워 특유의 부드러운 풍성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튜베로즈 향은 화려하고 확산력이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일상생활에서 쓰기 부담스러운 경우도 많다. 그럴때 도손은 그 부담을 덜어주는 향이 되어 줄 것이다.

 

 

 

2. 우유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튜베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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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할 향은 르라보의 ‘리스41(Lys41)’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튜베로즈와 더불어 다양한 화이트플라워를 느낄 수 있는 향이다.

 

리스41의 가장 큰 특징은 달콤한 바닐라가 베이스 부분에 진하게 깔려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처음 향을 뿌렸을 때부터 달콤함이 강한 화이트플라워 향이 나고, 시간이 흘러 잔향으로 갈수록 화이트플라워보다는 바닐라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한 튜베로즈에 바닐라를 함께 섞으니 마치 우유를 탄 듯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겨울의 뽀얗고 몽글몽글한 앙고라 니트에 어울릴법한 향이랄까. 다만 부드러움이 강한 만큼 반대로 누군가는 텁텁함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우아하지만 지나치게 노숙하지 않은 향을 찾는다면 리스41을 추천해 본다.

 

튜베로즈와 바닐라의 비율이 그 적절한 선을 만들어낸 향이다.

 

 

 

3. 화려하게 피어난 생화에 가까운 튜베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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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향은 프레데릭 말의 ‘카날 플라워(Carnal Flower)’다. 이름을 직역하자면 ‘육욕의 꽃’ 정도가 되는데, 고대부터 최음효과가 강한 향으로 여겨져왔던 튜베로즈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카날 플라워의 특징 중 하나는 약간의 워터리(Watery)한 향과 그린(Green)한 향이 함께 느껴지는 튜베로즈라는 것이다. 식물이 살아있다고 느껴지려면 줄기로 물을 빨아들여 촉촉하게 머금은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하기에, 이 두 조합이 생화의 느낌을 부여한다. 특히 카날 플라워의 노트에 나와있는 유칼립투스는 허브 같은 화-한 향이 특징인데, 부드럽다 못해 자칫하면 텁텁하기까지 한 튜베로즈에 화하고 시원한 유칼립투스가 더해지면서 묘하고 개성 있는 향을 만들어낸다.

 

카날 플라워의 튜베로즈는 앞선 도손이나 리스보다는 더 크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하늘하늘 연약한 꽃잎보단 싱싱하고 단단한 꽃잎과 줄기가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생화 느낌의 향수들은 성숙하기보단 어린 느낌을 주는데, 카날 플라워의 생화는 아주 우아하다. 우아한 이미지의 튜베로즈를 즐기고 싶지만 특유의 향이 텁텁하게 느껴져 망설였다면 이 향을 추천한다. 튜베로즈 향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

 

이렇게 세 가지 튜베로즈 향을 소개해 보았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점이 확실한 향들이라 나의 튜베로즈 취향을 알아보기에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종류 향의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화이트플라워 계열의 부드러운 향을 가을-겨울에 어울리는 향이라 여기지만 해외에서는 봄-여름에 주로 뿌리는 향이라 여긴다는 점이다.

 

아마도 한국은 진한 향을 그닥 선호하지 않아 그나마 공기가 차가운 겨울에 (상대적으로) 묵직한 향을 뿌리고, 해외는 더 진하고 농밀한 향도 많이 즐기기에 꽃향기는 가볍고 화사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재미있는 차이다.

 

이런 점들을 떠올리며 시향을 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저 갑티슈 향이 아닌 튜베로즈의 매력을 많은 이들이 느끼길 바라본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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