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F•R•I•E•N•D•S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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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도시는 삶의 공간으로, 나는 그 안에 살아가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그들과 닿지 않으려 애쓰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그들과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며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이 경험은 나만의 개인적인 것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익명의 모두가 언젠가 경험했을 법한 경험이며, 내가 처한 상황은 특별한 순간이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며 늘 겪고 있는 보편적 상황에 가깝다.
여러 사람 틈 속에 있어도 혼자인 듯한 외로움, 주변인들에게 느끼는 경쟁심,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리라는 동질감 등 습관적이고도 무의미한 감정들을 유난히 격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설상가상으로 6-7월의 무더운 날씨가 이러한 상황에 맞물려 더욱 숨 못 쉬는 상황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숨이 턱 막히는 상황에서 날 구원해 준 건 선풍기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닌 미드 <프•렌•즈>이다. <프•렌•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시작한 미국 드라마이지만, 요즘 ott (넷플릭스 등) 사용이 활발해진 탓인지 지금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현대인들의 살아가는 공간에서의 인간성 상실과 거리감 등 도시 속에서 혼자 살아가며 느끼는 부정 가득한 감정들에 <프•렌•즈>는 나에게 인간적인 의미가 침투할 수 있는 작은 틈과 여유로움을 만들어 주고 있다.
각자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누구 하나 특출나게 성공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은 여러 가지로 비슷한 상황에 있는 6명의 주인공들이 유독 더한 걱정과 축하를 주고받으며 하루하루 소박한 이야깃거리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을 과제가 쌓여 있는 내 방에서 혼자 보고 있으면 이상할 정도로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남들과 같았던 속도가 점점 달라지면서 생긴 공백에 의한 불안감 때문일까, 그 속도가 확 달라질 때마다 점점 더 졸렬해지는 나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어진다.
내가 자신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무력해짐을 느낄 때의 주변의 위로는 나의 능력 부족을 인증해 주는 것 같아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어 혹시 너도 그렇게 느낄까, 작은 걱정조차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렌•즈>는 차가운 무의식 속에서 잃어버린 친밀한 존재에 대한 기억과 흔적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학교 끝나자마자 친구 집에 달려가서 먹던 컵라면, 약속하지 않아도 늘 모여 놀았던 배 놀이터, 너도나도 소원을 빈다며 손안에 모아두던 비행기 그리고 그 모든 걸 함께해 줬던 내 옆의 친구들. 그 시절 나의 프렌즈를 떠올리게 하며 지금도 여전히 내 옆에 있는 그들과의 시간을 그립게 만든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모든 것에 예전과 같은 마냥 해맑은 마음으로 다가갈 수는 없지만 만나기만 하면 여전히 철없어지는 우리들을 보면 안도감이 든다. 그 철없어지는 시간에는 일상이 빠져 그 무게를 내려놓고 많이 걱정하고 기뻐해 줄 수 있게 된다.
다들 저마다의 속도 차이로 짧은 만남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프•렌•즈>의 모니카, 레이첼, 피비, 챈들러, 조이 그리고 로스. 이 6명의 어른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도 5년 뒤 각자 어느 정도 안정된 위치에서 여전한 기억과 말들로 웃고 떠들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확신이 생긴다.
We were on a break!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렌•즈> 속 대사이다. 차가운 일상 속에서 나와 친구들에게 뭉근한 희망을 줄 수 있는 말이 되길 바란다.
우린 잠시 떨어져 있을 뿐이야!
[여기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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