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구보다 일상적인 시선으로 비일상을 포착하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글 입력 2022.07.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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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시무시한 도구다. 한 장의 사진은 한 장 이상의 것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찍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여 순간을 포착했다면 그 한 장은 창작자의 시선, 강조점, 담고자 하는 것, 관심 주제 등 창작자의 전반적인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사진은 각별하며, 동시에 예술이다.

 

누구나 한번쯤 사진을 찍어보았을 것이다. 과거 디지털 카메라부터 시작하여 현재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닿는 곳을 사진으로 담아내어 간직하겠다는 인류 공통의 열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듯 하다.

 

더 멋지고 편리한 최신식의 카메라를 휴대폰에 탑재하려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어찌되었건 현대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으로 오늘도 수백수천장의 사진을 찍는다.

 

이런 다양한 열망들 사이에서 약 100년전 사진 한 장으로 삶의 진정성을 간직하려했던 한 사람이 있다. 이번 사진전의 주인공, 포토저널리즘(대상이 되는 사실·시사 문제를 사진으로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선구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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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그의 커다란 사진이었다. 아이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울타리에 기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는 행복해보였다.

 

벽면에 걸려있는 사진들은 그 표정만큼이나 생생하고, 또 사실적이었다. 사람답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조작이나 개입없이 삶의 현장을 순식간에 포착해낸 듯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그는 일체의 인위성에 반대하는 대신 대상이 형태적으로 완벽히 정돈되면서도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 셔터를 눌렀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진들은 어쩐지 잘 짜여진 영화의 한 장면 같아보이기도 했다.

 

일상 속 영화적 순간들을 잡아낸 느낌이라고 할까. 포토 저널리즘의 성격을 가진 만큼 사진이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일상들은 편안하고 어쩌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해 흥미로웠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가 지극히 비일상적인 일상 또한 직접 발로 뛰며 가감없이 담아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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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1945년 독일에서 찍혔다.

 

완벽한 구도의 이 사진은 언뜻 보기에 마을의 어떠한 행사같아 보이지만, 가운데에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여성은 발각된 게슈타포(나치의 비밀국가경찰)의 정보원이며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은 귀환을 기다리며 캠프에서 기다리던 실향민들이다.

 

설명을 읽고 보니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에 확 눈길이 갔다. 오만상을 찌푸린 사람, 경계하는 사람, 웃거나 불편해보이는 사람들 등 표정도 다양했다.

 

세계 2차대전의 이야기를 알고 보면 이 사진 한 장의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저 뒤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가족과 친구들을 잃었을까, 얼마나 많은 피를 보았을까 생각해보면 전쟁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깊은 의미의 사진에 전쟁의 무게까지 굳이 실어서 보여주진 않으려 한 듯 하다. 보는 사람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만큼만 주제를 던져준다.

 

그가 전쟁의 무게를 사진에 실으려 했다면, 전범의 머리 위에서 극단적인 하이앵글을 사용하여 그를 작게 만들고 주위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을 부각했다거나 전범을 비난하는 실향민들의 표정을 중심으로 촬영 방안을 채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담담하게 이 비일상을 잡았다. 약간은 미적지근해보일 수도 있지만 과하여 느끼한 연출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적이지 않되 분명히 중요한 것을 골라낸 적절한 슴슴함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전시장 구조와 그에 대한 설명은 그리 친절하지는 않게 느껴졌지만, 넓은 전시장 안에 걸린 많은 작품과 작품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마음에 들었다.

 

1900년대 초중반의 국제 사회를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본 많은 양의 사진을 보고 싶다면 기꺼이 이번 전시회에 초대한다.

 

 

[이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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