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낭만주의시대 바이올린&피아노 듀오 음악의 정수 - 윤은솔 박상욱 듀오 리사이틀 '그대는 한 송이 꽃과 같이'

꿈꾸는 자여, 낭만주의 음악으로 상상하는 모든 것을 떠올려보라!
글 입력 2022.07.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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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 이 공연은 정말 美(미)쳤다"


해가 쨍쨍했던 7월 3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90분간의 공연을 관람한 후 나온 첫 마디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음악계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두 실력파 앙상블팀이 마침내 듀오무대로 만났다. 바로, 현악사중주단 아벨 콰르텟의 윤은솔과 피아노듀오 신박의 박상욱이 한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들의 신들린 연주를 감상하고 나니, 그제서야 낭만주의시대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 음악의 정수가 무엇인지 온 감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낭만파 음악은 고전주의의 공식과 형식을 깨트리고, '머리보다 가슴의 울림'을 따랐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주는 가슴에 들끓는 진동을 일으켰고, 환상과 상상의 세계를 꿈꾸게 했다. 엄청난 에너지로 말미암아 뜨거운 열정과 자유로움, 찬란함의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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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R O G R A M


A.드보르작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낭만적 소품곡, Op.75

 

J. 브람스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가장조, Op.100


- INTERMISSION -

 

C. 슈만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Op.22

 

E. 그리그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다단조, Op.45


 

 

1. 공연 감상 전반적인 후기


 

내 생애 바이올린&피아노 듀오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음악 공연을 본 것도 아주 오랜만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오케스트라, 발레, 오페라, 뮤지컬 공연 위주로 감상해왔다. 그런데 단 2개의 악기. 피아노와 바이올린만으로 총 70분을 빼곡히 채울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오케스트라처럼 많은 악기가 있는 것도, 뮤지컬처럼 화려한 배경과 빛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윤은솔과 박상욱이 보여준 시너지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특히 두 연주자는 앙상블2인 이상이 하는 노래나 연주 구현에 대한 뛰어난 해석력을 보였다. 마치 악기와 하나가 된 듯한 신들린 연주뿐만 아니라 그들의 몸짓, 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 그 모든 것이 음악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음을 증명했다. 낭만주의 음악이 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변주와 분화가 돋보이는 것처럼, 두 연주자가 보여준 깊은 서정성과 낭만적인 분위기는 공연장을 압도했다. 그래서인지 한 음악 안에서의 기-승-전-결이 그들의 연주를 통해 영상처럼, 영화처럼 시각화되는 느낌이었다. 양보할 수 없는 갈등을 그린 선율에서는 마치 두 악기가 얼굴을 맞대고 강하게 성을 내는 것처럼 보였고, 맑고 청아한 음들이 흘러나올 때는 스위스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색칠하는 듯 보였다.

 

그저 눈을 감고 이들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한편의 인생이 그려질 수 있는가? 마치 삶을 그린 영화를 마주한 듯, 찬란하게도 아름다운 시간들과 화산같은 갈등의 장면들이 주르르 상기됐다. 언어 그 이전의 감각, 언어 그 이상의 오감을 자극했다. 곡의 클라이맥스로 갈 때 이미 눈가는 촉촉해졌고, 순간순간 소름이 돋았고, 뛰는 가슴을 잠재우며 숨죽였다. 음악을 통해 시적이고 극적인 세계를 강력한 감정의 역동으로 풀어내는 것 같았다. '아, 이것이 낭만주의 시대 듀오 음악의 정수이구나.'

 

특히 가장 마지막, 노르웨이의 국민음악 아버지 그리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다단조'를 연주할 때가 인상깊다. 두 악기의 끊임없이 주고 받는 토스toss로 엄청난 스릴감과 울림, 그리고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바이올린&피아노 듀오의 본질이자 최고의 순간을 보여주는 때임을 깨달았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네버엔딩 박수갈채가 터졌다. 지칠줄 모르는 관객의 박수에 두 연주자도 입장과 퇴장을 10번 넘게 반복하며 인사했다. 그야말로 대단했다. 두 연주자는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인사를 하러 나온 다음, 2차례의 앵콜 곡을 연주하고 공연을 마쳤다.

 

 

 

2. 낭만주의 시대 바이올린&피아노 듀오 음악의 정수 - 윤은솔&박상욱 듀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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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솔&박상욱 듀오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우승, 제네바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3위 저력의 실내악단 아벨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와 ARD 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듀오부문 1위에 빛나는 피아노듀오 신박의 피아니스트의 만남. 여기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

 

우선, 이번 공연에서 이들이 유럽 본토의 낭만주의 정서를 완벽에 가깝도록 구현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신기하게도 두 연주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독일에서의 경험이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매우 다양한 해외 저명 음악제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무대, 독주 무대를 이어왔다. 수상 경력은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무수히' 많다고 표현할 정도라 생략하겠다. 곡에 대한 뛰어난 해석력과 높은 이해도가 돋보이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신기했던 듀오의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윤은솔 바이올리니스트가 만삭의 몸으로 공연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녀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아이를 낳고 기르며, 또 둘째 출산을 앞두며 오히려 음악에 대해 이해하는 바가 더 깊어졌다고 했다. 관객으로서 그녀를 바라볼 때 윤은솔은 훌륭한 바이올리니트스인 동시에, 많은 관객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뱃속에 아기를 품은 채 연주하는 위대한 어머니로도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에겐 현란하고도 완벽한 바이올린 연주 솜씨와 더불어 시종일관 음악의 화자와 하나가 된 듯 다이내믹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었다. 다방면에서 처음 본 그 연주자를 존경하게 됐다.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마치 배를 이끄는 선장처럼 웅장하고도 힘있게 연주를 이어나갔다. 거센 파도를 헤치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배를 이끄는 것처럼, 그는 마치 뒤이어올 선율과 리듬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 같았다. 한번도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피아노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를 보니 깨달았다. 피아노와 완전히 하나가 되고, 피아노를 하나의 세상처럼 다루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피아니스트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닌 이후 십여 년간 피아노와 연을 끊고 살았는데, 그의 연주덕에 인생에 꼭 한번 쯤은 멋진 곡을 연주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력히 일어났다.

 

 

 

3. 총평 - 음악이 궁금해졌다. 예술이 궁금해졌다



이번 공연을 통해 예술은 하나의 '언어'이고, 음악은 한편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적 표현이 없더라도 고유한 선율과 음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담겨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서정적 물결과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튜브나 CD를 재생해 음악을 드는 것을 넘어서서, 공연장 현장에서 그들의 연주를 듣는 것은 정말 또 다른, 완전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음악이 궁금해졌다. 예술이 궁금해졌다. 연주자들의 열정과 땀방울의 시간을 존경하게 되었다.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 중 하나는 음악이 나고, 내가 음악이라는 '물아일체', '음아일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공연으로 또 새로운 '음악 세계'에 발돋움을 할 수 있어 진심으로 기뻤다.

 

낭만주의 음악은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서 상상하는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꿈꾸는 자여, 열망하는 자여! 낭만주의 음악을 통해 가슴의 불을 더욱 키워가기를 간절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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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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