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 - 어떤 나라도 받아들이는 연습

글 입력 2022.06.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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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대단치도 않았다. 

그것들을 내려놓고서도 

나는 끄떡 없이 달렸다. 

 

반면 내가 대단치 않게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는 중요했다. 

예를 들자면 

나 자신.

 

심윤경 - '사랑이 달리다' 중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흔히 쓰지 않는 표현이 많았다. 누군가를 추앙하는 것은 응원하는 것. 누군가의 성역이 되는 것은 욕하지 않고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 누구에게나 외로움이 있다면, 누구나 이런 사이를 내심 원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문제는 나의 못난 점이 드러나는 게 두렵고, 상대를 내 마음대로 판단할 때 생기니까. 내 문제에서 뒷걸음질 치면서 상대의 문제는 섣불리 해결해 주려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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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의 답도 해방일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답은 결국 나에게 있다. 누구보다 나를 응원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살피면 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답은 아닌데도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시간 책에서 언급한 좋고 나쁜 모든 걸 했다. 지나치게 몰두해서 고통스러워하다가 문을 잠그고 도망쳐 다른 곳으로 관심사를 돌리기도 하고 똑바로 보기도 했다. 회복이라 하기엔 방황에 가깝지만 최근에는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드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지금 편안할 수 있는 건 그때의 괴로움이 밑바닥에 있다. 비효율적이긴 했지만 필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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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현은 자기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조건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런 때는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p.46

 

 

완벽한 사람은 이상향일 뿐, 스스로를 아름답거나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스럽게 느껴본 적도 없다. 그럼 이런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일찌감치부터 노력하고 능력을 키우자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다. 예쁘거나 잘생겼다는 말을 일상으로 듣는 사람들을 간혹 만나면 속으론 질투를 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굳이 나까지 말을 보탤 필요도 없는걸. 조금은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타고난 외모, 체형, 성격이 출발선은 물론 평생까지 이어진다는 게. 평생 내가 느껴본 심경을 느껴보지도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게. 하루만 완전하게 그 사람으로 살아본다면 어떤 차이인지 느낄 수 있을까?

 

안다. 이상하리만치 비뚤어진 자격지심일 뿐이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던 이 생각이 답답하게 느껴지면 물음표의 끝까지 가본다. 지금은 갖지 못해서 그렇다 치자. 만약 원하는 모든 걸 가지면 그땐 만족할 수 있을까? 이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완벽하지 않고, 원하는 걸 갖지 못해 결핍이란 감정에 사로잡힌 지금의 나는 그렇게 별로이기만 한 걸까. 아무리 봐도 만족이란 건 할 수 없을게 뻔하다. 괴로워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연예인 같은 사람을 부러워한 것도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갖지 않은 걸 가진 가족, 친구, 지인, 제법 좁은 세상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이쯤 되니 부러워하는 걸 애쓰거나 숨길 필요도 없겠다 싶었다. 누군가를 좀 부러워하면 어떤가. 굳이 그의 결점을 찾아 어딘가는 부족한 곳이 있다고 기뻐하는 사람이 되는 걸 바란 건 아니다. 잠깐 부러워하고 잊어버리면 된다. 다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도 내게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게 내 아름다움과 멋이고, 사랑스러움이다. 누군가 알아주면 기운이 듬뿍 생기겠지만 혹여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나만 알더라도 양심의 가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나의 이런 모습 역시 깊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사람이 된다면 그만큼 뿌듯한 일이 있을까? 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큰 틀에선 변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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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나 절망감이라는 상처를 얻었다면 이후론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와 방어가 생겨나 관계를 피하거나 심리적 거리를 두며 지낼 수 있습니다. 이는 상처받지 않고자 하는 내면의 욕구에서 비롯되었지만, 새로운 인간관계를 억제하다 보면 의미 있는 관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제한됩니다. 어느 하나의 감정에 얽매여 머무르게 되면 오히려 계속 끌려가게 됩니다.

 

p.115

 

 

믿음과 배신은 가장 많이 고민했기에 책에서 제일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한 게 무색할 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잃었다. 그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네 잘못이라고, 네가 예민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고 그가 하지 않으면 나는 운동중독이 되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청춘을 허비하거나, 매력이 없거나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면 누군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재미가 있네 없네 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누구 재밌으라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호구라는 이름을 붙이기 십상이었다. 약속에 매번 늦는 친구는 자기 친구는 모두 늦게 온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처럼 들리게.

 

그밖에 차가운 사람, 틈이 없는 사람, 누군가를 힘들 게 할 것 같은 사람. 그게 내게 사람들이 제각기 붙여준 수식어였다. 막상 빈틈이 숭숭 뚫려서 감정 따위는 느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마저도. 이마저도 관점의 차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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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야말로 가장 귀한 배려를 받아야 할 일차 대상입니다. 자기와의 관계에서 친절하고 사려 깊을 때 내 안의 평화도 삶의 균형도 유지됩니다. 인생에는 이런저런 일을 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지켜주어야 할 순간들이 있어요. 그게 바로 '나'와의 시간입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못마땅해하거나 늘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지 마세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세요. 당신은 결코 부족하지도, 틀리지도 않습니다.


P.135, P.152, P.159

 

 

그래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나만 상처받은 게 아니라 내가 기억도 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고 줄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이 닿았다. 여기서 다른 누군가마저 괴롭게 한다면 견딜 수 없다. 나조차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시간을 보내다 안타까웠다. 이 상태라면 평생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나를 당연하게 사랑해 줄 사람이란 게 있기는 한가. 그럼 남은 건 나뿐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설사 누가 나를 사랑한다고 한들 그 마음을 고이 받을 여유가 없다. 밀어내는 게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쉬우니까.

 

그 사람은 나를 잘 모른다. 그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나를 보고 판단한다. 안간힘을 써서 감췄던 부족하고 못난 모습을 보면 실망하고 멀어질 것이다. 웃는 얼굴이 차갑게 굳고 일그러지면서. 나마저도 내가 이렇게도 싫을 때가 있는데 그 사람이라고 다를까? 사랑이 싫은 건 아니지만 가까워지는 것도 상처받는 것도 두렵다. 누군가가 사랑받는 게 보기 싫진 않다. 누구라도 가진 상처는 낫고 웃음을 찾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면 다행인데 싫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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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행위에 대한 사사로운 생각들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중략) 인생이라는 여행의 어느 지점에 와 있든 모두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완벽한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오히려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면, 어려움을 통해 배워나가겠다는 마음으로 현재를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합니다. 진정한 내면의 힘은 '완벽한 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나'를 감싸 안을 때 빛이 납니다.


p.98-99

 

 

그렇게 무한정 기약도 없이 시간을 보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보니 그게 내 수준인가 싶었다. 뭘 해도 애매한 사람이라는 증명처럼. 그래도 놓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잘 되든 되지 않든 일을 하고, 늘 뻣뻣한 몸으로 운동을 하고, 잘 써지지 않는 글을 괴로워하면서 쓰고, 더듬거리면서 악기를 연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멋이 넘치기를 소망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투성이고, 욕심은 많으면서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답답하다. 그러다 최근 시작한 운동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에 마음이 찡했다. 운동을 하면 다치기 쉬운데 다치지 않았고, 몸에 근육도 잘 만들어왔다고, 정말 많이 노력했겠다면서 한편으로는 존경스럽다는 말을 해주셨다. 뻣뻣한 게 고민인 사람에게 오히려 유연하다고 말씀도 해주셔서 얼떨떨했다. 어연 운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고 나니 여태까지의 시간에 회의감이 들던 참이었다. 그런 말을 들어본 게 오랜만이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열심히 잘 하고 있다고,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토닥여주는 말.

 

수많은 상상을 했다. 이때 이랬다면, 저 때 저랬다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더 멋진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던 상황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렇게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이 남아 혼자 머릿속으로 연기를 펼칠 뿐이다. 선택을 하거나 하지 않아서 놓친 기회와 사람들은 굳이 세보지 않아도 차고 넘친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놓친 사람이 아쉽지는 않다. 그때의 나를 멈칫하게 했던 이유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감사해야 할 부분도 있다. 내가 어떨 때 상처받고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싫어하는지 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붙잡으려 할수록 놓치는 게 아이러니다. 일을 벌여놓고 허둥대거나 일을 하지 않아서 무기력한 사이를 오가는 지금의 바보 같은 모습마저 지금의 나만 느낄 수 있는 혜택인지도 모른다. 기억이 미화되는 건 살기 위해서 힘든 시간을 잊은 걸 수도 있고 현재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공간을 남겨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현재는 즐거움도 고통도 모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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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어찌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또한 그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역시 잘못일 수가 있을까요.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니 자신을 자책하거나 나무라지 마세요. 그보다 감정의 강도를 줄이고 자기 조절을 위한 연습을 실천해 봅니다. 어떠한 괴로움도 이겨내고자 스스로를 도우려 한다면, 큰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고요와 평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다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를 문제 삼기보다는 삶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p.208-209, p.262

 

 

삶이 드라마 같다면 내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누군가는 보고 있을까? 완벽한 사람을 만나서 꽉 닫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전개는 이미 인기를 잃었다. 티격태격 싸우다가 정들고, 첫인상이나 편견이 깨지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완전히 착하지도, 나쁘지만도 않아 복잡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남는다. 등장인물은 완벽하기보단 빈틈이 제법 있는 게 훨씬 재미있다. 그가 분명히 답답하고 괴로운 순간에 우리는 그를 응원한다. 조금 기다리면 상황은 나아지고 그는 성장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완벽한 사람이 되는 건 텄다. 모순적이거나 단순하다. 스스로 얼굴이 마음에 든 적은 없다면서도 어느 날엔 괜찮아 보이는지 거울을 유심히 보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은 제때 못하고 혼잣말이나 중얼거리면서 마음에도 없이 상처 주는 말은 쉽게도 한다. 견딜 수 없이 지치고 외로울 때면 가족도, 친구도 있는데 왜 외로운지 알 길이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 싶어 밥이나 잔뜩 먹고 일찍 잠들었다. 오늘은 최악으로 느껴져도, 내일 아침엔 사람 속도 모르고 배가 고플 것이다. 모든 실수는 어느 정도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해결할 수 있는 건 하고 안되는 건 포기하면 된다. 기분은 든든한 밥, 시원한 바람, 적당히 흐린 날에 내리는 비 같은 걸로도 어느새 좋아진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저런 단순한 대응책을 쓰고 남은 시간은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지금 무엇이 나를 외롭게 하는지. 혹은 다른 감정을 외로움이라고 치부한 건 아닌지. 위기에 대응하려는 교훈을 가진 내 머리와 마음은 좋지 않은 기억과 감정을 저장해둔다. 같은 일이 생기면 피하기라도 하라는 듯이.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의 일도 아닌데 따져보면 사소한 것에 화를 내고, 속상해하고 서운해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그럴 수 있지.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다. 기분이 좋든, 나쁘든, 내가 이해할 수 있든 없든. 그럴 수도 있는 거다. 내가 바라는 것들이 내게 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망한 건 아니다. 장인 정신을 표방하면서 덜렁거리는 나도, 선택적인 부지런함을 실천하는 게으른 나도, 믿는 게 두려우면서도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는 멍청한 나도. 누군가 나에 대해 하는 말에 한 귀로 듣고 흘리지도 못하는 나도. 외로움에 허덕이는 나도. 어떤 나이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 미래의 내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를 진짜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노력했고, 결국은 나를 정말 아끼고 좋아하게 되었다고.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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