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 같은 순간들, WONDERLAND FESTIVAL

글 입력 2022.05.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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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날은 봄이라기엔 좀 싸늘했지만, 올림픽공원의 잔디마당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4월 30일과 5월 1일 양일간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린 대형 페스티벌이자, 국내 정상급 클래식, 재즈, 뮤지컬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새로운 컨셉의 페스티벌이었다.

 

뮤지컬과 페스티벌을 사랑해 마지않는 나에겐 말 그대로 꿈 같은 시간이었다. 모든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무대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아티스트 위주로 짧게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_포스터.jpg

                     

 

 

김문정


 

 

 

뮤지컬 업계를 대표하는 음악감독이자 지휘자. 개인적으로는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의 상징과도 같은 게스트가 아니었나 싶다.

 

이날은 본인이 지휘하는 뮤지컬 오케스트라 더 피트와 함께 김주택, 한태인&정필립, 해나, 이석훈의 무대에 세션으로 참여했는데,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선명하고 섬세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야외에서 듣는 클래식과 뮤지컬’이라는 원더랜드 페스티벌의 테마를 확실히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더 피트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대부분의 무대에서 MR을 사용했는데, 소리가 확실히 납작하게 느껴져서 오케스트라가 계속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무대 아래(피트)에 숨어있어서 잘 깨닫지 못하는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던 무대였다.

 

 

 

해나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적인 연기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고 있는 뮤지컬 배우.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으면 하는 아티스트다.

 

이날 무대의 시작은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의 넘버 ‘No one else’였는데, 생소한 곡이었음에도 도입부의 청아한 가성이 주의를 확 집중시켰다. 이후 지금의 본인을 만들어준(?) 넘버인 <모차르트!>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가 이어졌고, 마무리는 휘트니 휴스턴의 대표곡이자 본인이 주연을 맡았던 <보디가드>의 대표 넘버 ‘I will always love you’였다.

 

유명한 만큼 모두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들임에도 여유 있게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연차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대극장 주연을 여러 번 맡은 데엔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이석훈


 

 

 

가창력 좋기로 소문난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답게 본인의 솔로곡과 뮤지컬 넘버를 알차게 들려준 게스트였다.

 

계절감 가득한 본인의 말랑말랑한 솔로곡으로 시작된 무대는 이내 애절하고 웅장한 뮤지컬 넘버로 이어졌는데, 노래에 맞게 목소리의 질감을 자유롭게 바꾸는 노련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불렀던 <킹키 부츠>의 빠르고 신나는 팝 넘버 ‘Step One’은 야외 페스티벌과 잘 어울리면서도 본인의 폭넓은 장르 소화력을 잘 보여주는 곡이었다.

 

 

 

선우정아


 

 

 

뮤지컬, 클래식과 큰 인연이 없는 아티스트로 알고 있어서 처음 라인업에서 보았을 땐 다소 의아했는데(나중에 찾아보니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음악감독을 맡은 적이 있다고 한다), 봄 페스티벌 하면 빠질 수 없는 아티스트이기도 한 터라 아무렴 좋았다.

 

본인의 세션과 함께한 무대는 사운드 세팅이 조금 아쉬웠지만 훌륭한 가창력과 연주력이 이를 덮고도 남았다. 특히 최근 발매한 ‘터트려’나 대표곡 ‘도망가자’의 라이브는 세션 사운드와 페스티벌의 현장감이 어우러져 음원 이상의 감동을 줬다.

 

섬세한 표현력과 뛰어난 가창력에 스캣을 이용한 관객과의 (다소 일방적인) 교감까지, 곧 개최될 여러 페스티벌의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무대였다.

 

 


규현


 

 

 

이제는 뮤지컬 배우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아티스트.

 

그간 본 적 없었던 진한 눈화장과 어두운 차림새가 조금 어색했는데, 페스티벌의 취지에 맞게 배우로 무대에 설 때의 느낌을 살려봤다는 말에서 그의 프로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 왔다는 말마따나 첫 곡(‘그게 좋은거야’) 외에는 모두 강렬한 뮤지컬 넘버를 선보였는데, 특히 기억에 남았던 무대는 <웃는 남자>의 대표 넘버 ‘그 눈을 떠’였다. 상당한 난이도의 넘버임에도 깔끔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단순히 음색만 좋은 가수가 아님을 새삼 느꼈다.

 

감정을 잡는 능력도 대단했는데, 예능감 가득한 멘트로 공백을 채우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금세 눈이 그렁그렁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넘버를 마무리하고 퇴장하는 척 선물처럼 두고 간 ‘광화문에서’까지, 완벽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무대였다.

 

*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도, 무대에 선 아티스트도 이 순간을 한껏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온 힘을 다해 환호성을 지르면서 핸드폰 플래시를 흔드는 관객과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환하게 웃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은 코로나 이전의 우리가 마음껏 즐겼던 순간들이 실은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장면이었다.

 

모두가 그리워했던 만큼, 모두가 매 순간 진심이었던 페스티벌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박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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