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나이트'의 마지막화를 앞두고 [드라마/예능]

상처와 치유를 그려내는 드라마, '문나이트'
글 입력 2022.05.0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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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이트'는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마블 드라마다. 3월 30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한 화씩 공개되어서, 이제 마지막 화만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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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기프트숍의 직원인 스티븐 그랜트는 어느 날 낯선 장소에서 눈을 뜨자마자 자신을 죽이려 드는 사람들과 그들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남성 '아서 해로우'를 마주한다. 그는 위협을 피해 도망 다니면서 계속해서 기억을 잃고 정신을 차리기를 반복하다가, 자신의 침대에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면서 모든 일이 악몽이라는 것에 안심한다.


하지만 이는 악몽이 아니라 전부 현실이었다. 스티븐이 정신을 잃었을 때 위협에 맞서던 사람은 그의 또 다른 자아인 마크 스펙터로, 달의 신 '콘슈'의 아바타로서 그를 대신하여 죄인들을 벌하는 용병으로 일하고 있다.


스티븐과 마크는 끊임없이 서로 육체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툰다. 그 과정에서 사실 스티븐이 마크를 만든 것이 아니라 마크가 스티븐이라는 자아를 만들었다는 과거가 드러난다. 마크가 어릴 적 겪었던 아동학대를 계기로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으면서 스티븐을 불러냈던 것이다.


슈퍼히어로 액션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문나이트'는 주인공 마크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치유 성장물에 가깝다. 마크가 자신의 긍정적인 부분만 모아 만든 자아가 바로 스티븐이었다. 때문에 마크는 스티븐만은 계속 자신의 상처를 몰라야 하고, 계속 행복해야만 한다고 집착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결국 상처를 마주하고 따뜻하게 감싸준 장본인은 스티븐이자 마크 바로 자기 자신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듣는 순간 마크는 자신의 오래 묵은 상처를 비로소 온전히 마주 본다.

 

시리즈는 이와 같이 큰 내용을 중심으로 보여주되, 단순히 흥미를 돋우는 역할로써 액션을 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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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히어로물 하면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액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꽉 차있다고 느끼는 것은, 드라마를 보면서 윤리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서 해로우는 '암미트'의 아바타이자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콘슈가 기본적으로 사후적으로 벌을 내리기 때문에 불필요한 희생을 낳는다며, 미리 진실의 저울을 통해 죄를 저지를 인물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심판하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만약 지금 미래의 자신이 죄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까, 아니면 오히려 도덕을 저버릴까? 기본적으로 이제까지 죄를 저지르지 않은 미래의 죄인을 현재에 미리 심판하는 것이 옳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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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시리즈를 보는 게 일종의 숙제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그전까지의 다른 마블 공개작들을 (심지어 유료 OTT인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해야만 볼 수 있는 것들까지도) 다 봐야지만 그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

 

물론 전부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해도, 괜히 다른 시리즈까지 억지로 보라고 떠먹이는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도 다른 마블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문나이트'의 존재는 정말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매 화를 보는 내내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하고 있다. 특히 오스카 아이작의 섬세한 연기는 마크와 스티븐이 다르다는 것을 한 치의 의문도 없이 납득시킨다. 그가 연기하는 마크와 스티븐은 성격, 억양, 그리고 사소한 습관까지도 하나하나 다르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소름이 돋는다. 내용을 반영하여 매주 미묘하게 달라지는 엔딩 크레딧 역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묘미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마블 시리즈에 지쳐있었던 나에게 새로운 신선함을 불어넣어 준 '문나이트'. 나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요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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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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