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 순간을 온 힘 다해 느꼈던 그 시절 [드라마]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글 입력 2022.04.08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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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2월 중순부터 쉼없이 달려와 4월 3일 막을 내렸다.

 

작품을 보며 첫화부터 울었을 만큼, 매우 소중한 작품이라 아직까지도 떠나보내기 힘들다. 사실 아직까지도 ost만 들으면 둘의 애절한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 울컥한다. 매 순간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웃고 울고 설레게 해준 작품과 배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나에게 이 작품은 선물과도 같았다. 이들의 사랑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고, 동화처럼 순수했고, 꿈의 모양을 지니고 있었다. 다섯 명이 그리는 청춘은 매 순간 꿈꾸는 나에게 희망을 계속 가져도 된다고 말해주었고, 잘 하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응원을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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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랑 이야기가 좋다. 어떤 사랑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특히 희도와 이진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마음 하나하나가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기에 더욱 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수 있었다. 내가 그 시절의 이진이었다면, 그리고 희도였다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 대사들이 매화마다 많은 감정들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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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 힘들 때는 맘껏 좌절하자.

네가 사라져서 슬프지만 원망하진 않아.

내가 너를 응원할 차례가 된 거야.

네가 있는 곳에 내 응원이 닿게 할게. 

 

내가 너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 단단한 마음이 될게.

 

- 스물다섯 스물하나

 

 

5화 엔딩을 가장 좋아한다. 눈 오는 날,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이진과 희도는 서로의 삐삐 메시지를 끊임 없이 들으며 위로 받는다. 쉽게 연락하고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시절, 수화기 너머 서로의 목소리에 버텨낼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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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심지어 본인마저도 자신을 믿지 못했던 펜싱선수 희도에게 오로지 이진만이 너를 믿고 응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희도는 자신을 믿는 이진을 믿었다. 이진은 희도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힘을 보탠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 항상 이진의 방송을 들으며 희도는 잠을 청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은 이미 우리의 편이기를 꿈꾸는 이진의 마음을 들으며 힘을 냈다. 비 오는 날 드라이브, 선수로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수학 여행. 이진은 희도에게 잊을 수 없는 청춘의 시간들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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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로 가족, 돈, 꿈, 희망 모든 것을 잃었던 이진에게 희도는 다시 꿈꾸는 법을 알려주었다. 희도만의 투박하면서도 애정 어린 말들로 말이다. 희도는 이진을 공부 잘하고 돈 많은 완벽한 이진 또는 집이 망한 이진이 아니라, 백이진이라는 존재 그 자체로 그를 바라본다.

 

자신을 찾아온 빚쟁이들에게 이진은 앞으로 더이상 행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런 이진에게 희도는, 앞으로 그 아저씨들 몰래 행복해지자며, 둘이 있을 때는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고 말한다. 난 많이 져봐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안다고 말해준다. 이진은 그런 희도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완벽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희도처럼 다시 일어나 힘낼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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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은 영원을 말한다. 이 대사가 그렇게도 좋았다. 모든 건 영원하지 않다는 처절한 현실 때문이었을까.

 

영원을 약속한 둘이었지만, 뉴스 보도로 아빠의 장례식에도 오지 못한 엄마에게 평생의 상처를 받은 희도는 또다시 이진에게 같은 상처를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희망을 말하고자 하는 이진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타지에서의 현실은 더이상 희도의 응원이 이진에게 닿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 마지막화를 볼 때까지도 해피엔딩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버스정류장 앞에서 진짜 이별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하염없이 울었다. 결국 현실을 말하고자 함이었다는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 개연성 있는 서사를 통해 마무리하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힘든 현실이지만 둘이 함께라면 못할 게 없었던 이진과 희도가, 함께 현실을 헤쳐나가 결국 영원히 사랑하는 결말이었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서사가 더 빛을 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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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단순히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성장을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낭만 있게 풀어냈다. 그렇기에 더욱 옛 추억들을 떠올리며, 지금 나의 고민들을 재고해보며,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나의 청춘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온 세상이 나를 등진 것 같이 슬프다가도

어느날은 찢어지게 웃습니다

 

우리의 우정은 늘 과하고

사랑은 속수무책이고

좌절은 뜨겁습니다

 

불안과 한숨, 농담과 미소가 뒤섞여

제멋대로 모양을 냅니다

 

우리는 아마도 지금

청춘의 한가운데 있나 봅니다

 

너의 성장통이 얼마나 아픈지

나는 압니다

 

-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에 삽입된 이진의 이 대사가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나희도를 연기한 김태리 배우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 "나같이 느껴져서, 혹은 나였어서. 이 인물이 잘되기만을 마음 놓고 응원하고 싶은 그런 인물들이 있는 드라마를 그리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그 이야기가 되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서로에게 위로받기도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도 하며 결국 모두 성장하는 이야기라 더 좋았다. 이진이라는 인물은 희도의 입장에서는 마치 인생을 다 아는듯한 어른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진 또한 스물둘이라는 어린 나이에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사회초년생이었을 뿐이다. 이진이 단순히 희도를 도와주는 인물이 아닌, 스스로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기자로서 점점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다양한 인물들을 응원하며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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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려보면 중고등학생 때의 고민들은 친구, 사랑, 공부. 이것들이 전부였던 것 같다. 고2 때, 공부하는 게 힘들겠지만 다른 외부적 고민 없이 오로지 나만을 위해 노력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이때밖에 없으니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던 선생님이 떠오른다.

 

이진의 대사가 있다. IMF로 집안 환경이 힘들어지기 전의 시간들 중 뭐가 제일 그립냐는 희도의 물음에, "그때의 걱정들이 제일 그리워. 숙제가 너무 많고 방송부 선배들이 너무 무섭고 축제 때 무대에서 실수할까 봐, 좋아하는 여자애가 나 안 좋아할까 봐. 뭐, 그런 걱정들." 이라 답한다.

 

그 시절은 나의 영역 밖에 있는 고민 없이,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즐기고 마음껏 감각하고 아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간들이었다.

 

그때는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중간고사 한 과목을 망쳤다고 부모님 앞에서 힘들다며 엉엉 울었고, 오랫동안 좋아하던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는 정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소한 행복에도 끝없이 기뻐하고 아무것도 아닌 고민들에도 펑펑 울며,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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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개 중 한 부분이다. 시절 인연이란 무엇일까. 인연을 만드는, 그리고 유지해나가는 힘은 무엇일까. '시절 인연'이라는 말은 참 아련하면서도 무서운 말인 것 같다. 이진과 희도, 다섯 명 모두에게 서로는 스물다섯과 스물하나, 그 시절 속에 멈춰 있는 인연들이라는 뜻이니까.

 

지금껏 만났던 여러 시절 인연들이 스쳐 지나갔다. 과거의 어느 시절, 그리고 그때의 나는 누군가의 곁에 있거나 누군가와 함께한 나로 기억된다. 어느 시절의 나는 네 명의 단짝 친구들과 함께한 나였고, 또 다른 시절의 나는 후회없이 그 아이와 사랑했던 나였다. 그때는 그 인연들이 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 시절엔 정말 영원할 거라 믿었던 것 같다.

 

당연히 그 모든 시절 인연들과 평생 인연을 유지해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있는, 과거의 시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나와 함께 살아나가는 그 인연들이 더 소중해진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나와 그들은 어떤 인연으로 묶여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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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둘의 해피엔딩을 상상해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행복하기에 엔딩이 더욱 아쉽지만, 그래도 지금껏 절절히 쌓아온 둘의 서사와 행복했던 과정들까지 슬프게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그 시절 함께 했던 것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남주혁 배우와 김태리 배우, 다른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후회없이 사랑하고 꿈꾸고 좌절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었다. 청춘의 한가운데 서 있는 지금의 나에게 스스로 위로해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볼 용기를 얻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우리의 편일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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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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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자유롭고싶어
    • 덕분에 청춘이란 시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지우님의 관점으로 추억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이 너무 따뜻합니다. 보는 내내 미소지으며 봤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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