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로나 시대 백수 일기 3

안전은 어쩌면 단절
글 입력 2022.03.0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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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백수 일기 3
안전은 어쩌면 단절
 

작년에 썼던 코로나 시대의 백수 일기를 이어서 쓰게 될 줄 몰랐다. 잘 풀리지 않는 내 삶과 정점을 찍고 있는 코로나 시국. 뭐가 나아지고는 있는 건지 확신이 없는 이 시국. 그래도 처음은 아니어서 작년과 같은 코로나 블루는 없었다.
 
 

1. OTT는 백수의 친구

 
OTT는 백수의 기나긴 시간을 잡아먹을 능력을 갖추고 있는 친구들이다. 국내 드라마고 해외 드라마고 TV를 틀어뒀을 때 지나가는 걸 붙잡아서 보는 게 평생의 패턴이라 정주행이나 공개 후 날을 새고 달리는 일 모두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번의 외출이 불러올 수 있는 후폭풍을 걱정하는 코로나 시대의 백수의 삶, 그리고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시선을 사로잡은 드라마 한 편. 자제하지 못하고 거의 해 뜨기 직전까지 몇 편 연달아 보고 드라마 정주행의 맛을 깨달았다.
 
하지만 절제 없는 백수의 삶은 피폐의 지름길임을 깨달은 2회차이기 때문에 태블릿 사용 시간을 정해두고 며칠에 걸쳐 열심히 드라마를 달렸다. 다음 날 일어나서 드라마 보기 위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드는 묘하게 게으른 듯 게으르지 않은 백수의 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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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이라는 동아줄이 없는 날백수는 모아둔 돈을 까먹는 가련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벼운 잔고를 쥐고 자격증이나 어학 시험을 신중하게 기웃거린다. 뭐라도 하나 쥐고 있으면 불안정한 마음이 진정될 것 같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다고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것 역시 OTT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었다.
 
현재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쿠팡 플레이에서 YBM 토익 인강을 제공해준 덕분에 10분짜리 강의부터 문법과 문제 풀이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나는 토익을 포함하여 영어 교육 콘텐츠 위주로 쿠팡 플레이를 활용했는데, 이외에도 EBS 다큐프라임이나 BBC 다큐멘터리 및 교양 강의부터 제2외국어나 기타 시험 강의가 있어서 교육적인 목적을 충족시켜주기에 괜찮은 선택이었다.
 
 

2. 반비례 관계

 
문화생활에 관심을 가진 이후 이렇게까지 전시 관람에 소홀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입장부터 관람까지 긴 대기 줄과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 있노라면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하게 되었다.
 
거리두기 좌석을 시행하는 공연은 주최 측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희생으로 관객의 걱정을 덜어주었는데, 대부분 전시는 많은 사람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백신 패스가 적용되고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인원을 제한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 가게 되었다. 회차당 30명 제한으로 인해 쉽지 않은 예약은 손이 빠른 가족이 대신 해주었다.
 
코시국이어도 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었다.

 
 
3. 몸 사리면서 놀기

 
폭증하는 오미크론 확진자 추이에 내 주변 사람들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지간하면 나중을 약속하면서 참겠지만, 해외 생활이 결정된 친구를 두니 흐르는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만날 날이 한 손에 꼽게 될 것 같아서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오픈 시간 식당에 입장해서 아무도 없을 때 식사하기 미션을 이미 달성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식당 구석에서 밥을 먹고 나와 장을 보고 예약해둔 독채 펜션에 들어가 체크아웃 때까지 나오지 않는 1박 2일 일정을 구성했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자차를 가지고 있는 친구의 존재라는 중요한 전제가 있어 가능했다.)

체크아웃 이후의 일정은 인적이 드문 휴양림에서 산책, 점심시간을 애매하게 빗겨나가기와 차 없이 갈 수 없는 교외 카페의 별도 단체석. 일상 속 작은 교류마저 단절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안정을 불러올 수 있는 건 비접촉, 비대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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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코로나 시대의 생활 형태는 일부 단절과 닮아있었다. 비접촉 비대면만큼 바이러스의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내가 거리를 두는 게 바이러스가 곧 사람인 수준이라 덩달아 사람들과도 거리가 생겼다.
 
그렇게 코로나는 사람을 자가 고립하게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나만 ‘혼자’가 된 게 아니라 수많은 ‘혼자’들이라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만, 얼굴 보고 목소리 들으며 밥 한 끼 하는 게 별일이 되어버린 삭막한 묻은 일상은 코로나 시대의 백수 일기를 몇 편 더 적어도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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