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만들어진다. 만나는 사람, 경험, 환경, 보고 들은 것, 책, 영화... 수많은 것들이 한 사람을 관통하며 영향을 미친다. 그 중 여과되지 않고 남은 조각들이 그 사람의 더 분명한 색깔과 신념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10대의 나에게 남은 책은 존 고든의 <에너지 버스>다. 12살에 도서관에서 발견해 읽게 된 책인데 아마 사람을 바라볼 때 긍정적인 면을 잘 발견하는 데에는 이 책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읽어보면 글이 조금 유치한 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10대의 나를 이룬 한 조각이다.

 

<바디사운드>를 읽으며 <에너지 버스>가 생각이 났다. 이 책이 20대의 나에게 비슷한 결로 남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목소리에 대한 칭찬이 기쁜 기억으로 남아있고 내가 의도하는 바를 내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분명하고 솔직하게, 다양한 톤으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항상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책 <바디사운드>의 부제인 '목소리로 온전한 삶을 찾는 여정'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바디사운드>는 목소리를 내는 것뿐 아니라, 명상, 나아가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책이다. 목소리, 명상, 자기표현, 삶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 책은 내가 했던 생각을 모아놓은 책 같았다. 저자가 나와 비슷한 느낌의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0년 간 발성 지도자로 일하며 많은 사람을 가르치고, 자신의 삶을 겪어낸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따뜻했다. 공감하며 차근차근 알려주는 친절한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았다. 내가 불안하고 조급하다는 걸 자각하고, 마음을 차분히 하고, 나에게 다시 친절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발성법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발성법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 그보다 더 근본적인 부분의 이야기도 담고있다. 부제('목소리로 온전한 삶을 찾는 여정')처럼 온전한 삶을 찾는 여정에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발성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명상에 관심이 있거나, 그저 삶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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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 (...) 그렇기에 시작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한번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욕심을 내지는 않는지, 혹은 너무 큰 기대와 목표로 자신에게 스트레스와 부담을 주진 않는지 말이죠.

 

p.43) 말과 노래를 위한 발성 훈련에서 너무 많은 결과들을 미리 마음속에 품고 연습을 할 때가 그렇습니다. (...) 오히려 몸과 마음에 경직과 스트레스만 가중케 됩니다. 이런 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해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 조급함, 과도한 욕망,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성 훈련을 시작하기 전 무엇보다 열린 마음과 나에 대한 따뜻한 친절함으로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p.45) 결국 내려놓고 수용하라는 의미는 체험이 아닌 머리로만 알고 있던 개념들과 더불어 조급함, 불안, 과도한 욕심, 미리 결정된 음색 등을 과감히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p.50) 너무 애쓰면 들떠서 병이 나기 쉽고, 너무 느슨하면 게으름에 빠진다고 하였죠. 이처럼 효율적인 긴장이란 바로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을 말하며, 적절한 긴장이란 그것 자체가 균형을 이룬 건강한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p.83) 마음챙김이란 "의도를 가지고, 현재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알아차리는 자각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