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겉으로는 화려하나 안으로는 내밀한 즐거움을 나누다, 동양화 도슨트 [도서]

동양화 도슨트 –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글 입력 2022.02.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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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주는 즐거움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새로이 해석해서

다른 눈으로 보게 해주는 것이다

- 동양화 도슨트

 

 

표1_동양화.jpg

 

 

그림은 보통 동양화와 서양화로 나뉜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동양인인 우리가 유화나 아크릴 같은 서양의 재료를 캔버스 위에 그리면 서양화인 것이다. 동양의 재료로 서양식 풍경화를 그려봐도 여전히 서양화와 다르다. 다시 말해, 동양화와 서양화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에 따라 구분된다.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다.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림을 그리는 시각과 가치관에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는 우리에게 많이 낯설고, 어려운 예술로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예술을 버리고 서양 문물을 급속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하면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역동적인 밤하늘이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하면 무엇을 담은 그림인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마 동양화의 관념적인 부분과 토속적인 부분이 많기에 그럴 것이다.
 
그럴지라도, 동양화는 역사적으로 서양화가들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일본의 우키요에에 감명을 받은 인상주의 화가 고흐가 대표적이다. 동양화의 내용은 깊고 풍부하며, 그림의 기교도 뛰어나지만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동양화는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는 분야이다. <동양화 도슨트>는 100여 점의 그림과 부드러운 해설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동양화의 매력을 알게 해줄 길잡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물화

 

시대 상관없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 고로 인물화는 오랫동안 회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동양 초상화에서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는 당시 자화상의 형식을 파괴한 것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몸 전체를 그리지만 몸을 잘리게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근데 윤두서는 얼굴만을 그렸다. 탕건 안의 머리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가장 특징적인 얼굴과 수염만을 강조해 그렸다. 화법도 완전히 다른데, 서예의 선으로 윤곽을 그리지 않고 여러 번 윤곽을 만들고 주름과 음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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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서, 자화상, 1710

 

 

그림을 보면, 기묘하면서도 실제보다 더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눈썹과 수염을 보자. 세필로 한 올씩 묘사해서 실제 수염이 달린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짙은 먹과 붓으로 이렇게 세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문인화

15세기 이후부터 문인 화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경치를 그리는 풍토가 차츰 생겨났다.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정선이다.
 
정선이 일구어낸 작품들은 모두 ‘진짜 경치’란 뜻의 ‘진경’이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을 통해 웅장하고도 장엄한 경치를 감탄하며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선은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일을 즐겼다고 한다. 사실 이때의 유람은 돈이 많이 들고 한번 가기도 쉽지 않았는데, 정선은 이런 여행을 대단한 열성으로 추진해 여러 번 다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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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비 갠 후의 인왕산(인왕제색도), 1751

 

 
정선이라 하면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인왕제색도>이다. 비록 인쇄된 것으로 봐도 자연의 멋스러움이 느껴지고 아직도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다. 정선은 작품을 통해 인왕산의 장엄한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중국의 전통적인 산수화 기법에서 완전히 독립하고 독자적인 산수화를 개척한 큰 의의를 둔다. 인왕산의 우람한 화강암을 묘사하는 방법부터 독특하다. 붓과 먹으로 그렸다 뿐이지 사실 양감과 원근법이 보이는 서양 풍경화에 가깝고 그 어떤 중국 산수화와도 닮지 않았다. 붓의 넓은 면으로 여러 번 짙은 먹으로 거듭 포개 화강암 바위의 육중한 중량감을 재현한 것도 보인다.
 
 
민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민화는 책가도이다. 책 안에 그림이 있는 것은 흔하지만 책 자체를 그린 그림의 의미가 재밌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책의 모양은 밋밋할 텐데 두루마리 한지와 화병, 골동품들이 함께 그려진 것이 마치 옛날의 인테리어 역할을 한 듯 보인다.
 
조선은 유교를 기반으로 삼은 나라였기에 지식의 기반인 책은 양식과도 같았을 것이다. 책가도가 널리 퍼진 것은 조선 22대 왕 정조가 책가도를 병풍으로 삼았을 때인데, 글과 유학을 중시하는 그의 정치 성향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신하들이 따라 하면서 책가도의 가치와 인기는 높아졌다. 이 인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의 작품은 <책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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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 책거리, 19세기 말 또는 20세기 초

 


이 작품은 책가도 변화의 끝을 보여준다. 여전히 책이 가운데 있지만 왠지 그 곁에 있는 사물이 주인공 같다. 여러 종류의 붓이 붓 통에 꽂혀 있고 화병에는 꽃이 피어 있다. 앞에는 수박도 있고, 그림 같은 두루마리와 부채, 먹과 벼루도 있다. 그리고 펼쳐진 책 위에 놓인 안경에 유독 눈이 간다. 선비들이 아끼는 골동품과 기호품이 다 모인 셈이다. 마치 우리가 자주 쓰는 물건을 자랑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유교 정신과 왕의 위엄으로 시작되었던 책가도가 작은 집의 장식 그림으로 발전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민화라고 하면, 백성들의 미술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엉뚱한 소리다. 양반의 허세와 개성이 드러나고, 궁궐로부터 유행이 시작한 것도 있었으며 다양한 계층으로 이어지는 넓은 시각에서 민화를 보아야 한다. 그래서 다른 장르와 달리 더 보편적이고 활발했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시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

당장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동양 미술책이다.
 
그림 한 점에 담긴 역사와 전통, 야사를 이토록 부드럽고 쉽게 이해시키는 해설은 별로 없다. 무엇보다 특정 작품이나 작가의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특정 시대에 갇히지도 않는다. 서양화는 물론 한국과 중국 일본의 예술을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사실 나도 동양화보다 서양화를 먼저 접했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서적이나 화집도 서양화가 훨씬 많고, 서양화 전시회를 더 많이 간다. 아마 서양화가 모던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내가 잠시 잊고 있던 것이다. 예술은 알기는 쉽지 않지만 알아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얻는 지적인 호기심은 어떤 것보다 짜릿하다는 것을.
 
난해하고 복잡해서 동양화가 눈에 안 들어와도, 분명 인물화, 화조화, 산수화, 문인화, 풍속화, 민화 이 가운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장르는 문인화였다. 선비 정신이 그득히 담긴 문인화는 고로 영혼이 그린 그림이며 점과 선은 정신을 의미했다. 작가의 사상이 궁금해서 그들의 삶을 엿보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취약하다고만 생각했던 한자 해석 뒤의 쾌감도 느껴볼 수 있었다.
 
분명 난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양화도 자주 보아야 친해지고 만만해진다. 동양화를 좋아하고 즐길 이유는 얼마든지 있지만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이 또한 보고 감상하고 그리고 즐기는 예술인데 두려워할 것이 뭐가 있을까? <동양화 도슨트>를 통해 누군가는 외면했던 난해함 속에 갇힌 예술을 꺼내어 함께 즐기고 결국 동양화가 우리 곁에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동양화는 서양화처럼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내는 대신, 안으로 내밀한 즐거움을 나눕니다. 또한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산이나 강과 같은 대자연을 향한 갈망과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면에서는 서구의 시각과는 다른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마 그것이 산업화와 자본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앞으로 우리가 새로이 추구해야 할 관점일지도 모릅니다.


- 저자의 말

 
 
 

컬쳐리스트 황희정.jpg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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