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르세라핌의 코첼라 공연이 남긴 것 [공연]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요. 그렇다고 무작정 까고 싶지도 않아서요.
글 입력 2024.04.2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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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진행된 르세라핌의 코첼라 공연에 대한 반응이 여전히 뜨겁다. 일주일 전의 1회차 공연에서는 가창력 논란을, 며칠 전의 2회차 공연에서는 AR 논란을 낳으며, 그들을 향한 질타는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장면을 편집한 영상은 온갖 SNS에 돌아다니며 그들을 조롱하였고, 더 나아가 '국가 망신' 등의 선을 넘는 발언들까지 남발되고 있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전 국민에게 미운털이 박혀버린 지금, 그녀들의 무대는 정말 '최악'이었던 걸까?

 

우선, 내가 생각하는 타임라인은 이렇다. 사람들은 르세라핌의 코첼라 출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들의 라이브를 걱정했다. 아니, 어쩌면 '기대'라는 말이 적합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 눈에는 상당수가 걱정이라는 이름 하에 자신이 알고 있는 그들의 적나라한 라이브 실력이 드러나길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라이브로 송출되던 1회차 공연은 실시간으로 SNS에 배포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조롱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영상을 퍼 날랐으며, 2회차 공연까지의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식지 않은 냄비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그렇다면 공연은 어땠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르세라핌의 공연은 많이 아쉬웠다. 1회차에선 불안한 음정과 음이탈은 물론이고, 첫 공연이라 그런지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해 스스로 페이스 조절이 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가장 큰 조롱과 비난을 받았던 1회차 공연의 경우 첫 곡부터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한 것이 전체 무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약 40분간 10곡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데, 시작부터 열을 과도하게 올리다 보니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회차에서는 노래는 안정적으로 바뀌었지만, 일주일간의 비난을 신경 쓴 탓에 과도하게 키운 AR에 본인들 목소리가 묻혀 흡사 립싱크 같은 공연을 선보였다. 그 때문에 누구는 AR과 동일한 목소리를, 누구는 AR에 묻혀 립싱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라이브를 이어갔다. 어쩌면 1회차 공연을 무사히 끝냈다면 AR을 키우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첫 공연을 완벽히 이행해내지 못하면서 마지막이 안 좋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난 이것이 바로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티벌 무대 특성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관객과의 소통과 호응 유도가 중시되는데, 큰 무대라고는 정해진 틀에 따라 움직이는 시상식과 콘서트가 전부인 팀이 어깨너머 배운 것을 실천에서 사용하려다 발목을 삐끗한 것이다. 혹자는 이번 사건으로 강제 소환된 블랙핑크를 예시로 들며 그들도 당시 비슷한 연차였다고 주장한다면, ‘뛰어난 역량과 타고난 끼’의 차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이에 연장선으로 일각에서는 그들을 연습 부족이라 지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르세라핌의 라이브 연습이 부족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모두가 자신들을 주시하는 크고 의미있는 무대를 허투루 연습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역량 부족에서 기인한 결과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실력에 대해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역량과 경험 부족, 그리고 회사의 욕심이 만든 결과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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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나는 해당 건보다도 그들의 대처 방식에 더 큰 실망을 했다. 자신의 커리어를 무시 말라던 외침이 무색하게도 선택적 신인을 자처한 모습이, 이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굳이 업로드한 모습이.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할 필요는 없으나, 나에게 도움 될 비판은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가 아닐까. 아쉬웠던 무대보다도 더 큰 씁쓸함으로 남아버렸다.

   

어쩌면 르세라핌은 이번 코첼라에서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아 온 셈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경험과 역량의 부족으로 인한 결과물을 만회하여 대중에게 자신들을 증명할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부족한 경험'이 미약하게나마 그들을 감싸줄지 모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자신들을 감싸줄 수 없을 것이다. 주목받던 팀에서 남들이 주시하는 팀이 되어버린 꼴은 자신들만이 바꿀 수 있을 것이니.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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