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우주 뒤편에서 떠올린 별 하나

우주 속 고이 잠든 셀 수 없을 까막별들에게
글 입력 2024.03.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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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보이는 것만을 좇던 시절이 있었다. 눈에 담기는 것이 다인 줄 알았던, 어리기만 했던 지난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까막별'

 

빛을 내지 않는 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만이 우주의 전부는 아니듯이, 우리의 삶도 보이지 않는 가치가 때로는 더 빛난다. 오늘은 이 자리를 빌려, 가감 없이 나 자신을 담아보려고 한다. 우주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빛나던 한 까막별의 이야기이다.

 

 

 

태양이 될 수 없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우주를 환히 밝혀버릴 만큼 강렬한 태양 같은 사람. 하지만 나는 사람들과 뒤엉키며 지내야 하는 낮보다 오로지 '나'에 집중할 수 있는 밤을 더 좋아했다. 나와 그림, 오직 둘만이 남은 세상에서 새하얀 도화지에 생명을 불어넣고,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언젠가 나의 그림이 온 세상에 알려질 날을 조용히 상상하며.


'나는 태양은 될 수 없겠구나.'


꿈과 멀어지는 기분이 든 것도 잠시, 내가 아주 존경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해요."


태양이 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낮에 빛날 수 없다면 밤에 빛나면 됐다. 그때 하늘을 오랜만에 올려다보았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별700.jpg

집 앞에서 찍은 사진. 도시 한가운데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별이 보인다.

 

 

고등학생 때부터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학업과 입시에 지친 나를 유일하게 위로해 주던 존재였는데, 이젠 위로받는 것을 넘어 나의 이상향이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하늘을 잘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앞만 본 채 걸어간다. 그 가운데에 홀로 우뚝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도 서둘러 걸음을 옮겨 목적지에 하루빨리 도달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세상 사람들은 예쁜 밤하늘 한 번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사는 걸까. 내가 나태한 걸까, 그들이 부지런한 걸까. 낭만 없는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그렇기에 나는 더 좇고 싶다. 각박하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어느덧 대학생이 된 나는 이제 별을 날마다 올려다본다. 낮에는 태양 빛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해가 저물고 밤이 되면 기웃 고개를 내미는 별. 나와 별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별"

 

결국 나는 별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이 문장을 빼놓고는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나와 별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성장해 온 나, 밤을 이용해 더 밝게 빛날 줄 아는 별, 그리고 어두운 색을 사용함으로써 더 탄탄해지는 그림의 원리. 모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나와 비슷하기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일까. 

 

 


까막별들에게



그럼에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그 꿈에 가까워지고 싶어서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에디터가 된 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닿을 수 있게 되었다. 시간 내어 나의 글과 그림을 감상해 주심에 매번 벅차오른다. 미약하지만 꿈에 첫발을 드디어 디딘 기분이다. 많은 사람이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해 준다는 건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이곳에 기고하는 그림들은 모두 '나 그 자체'이다. 자유로우면서도 정렬된 느낌을 주는 이곳은 나의 철없는 낭만마저 존중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또 하나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낼 수고를 덜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글에서도 솔직하게 글을 써 내릴 수 있다.


나도 무수히 지워진 까막별 중 하나다. 나의 공간 명이 '까막별'인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나의 빛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불을 꺼두지 않았는데, 어느덧 나는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밝은 별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까막별이다. 우주는 수조 개의 별들을 품고 있지만, 그 별들을 모두 관측할 수는 없다. 구름에 가려서, 해가 뜨는 낮이라서, 도시의 불빛이 너무 밝아서. 혹은 이제 막 태어나 아직 그 빛이 지구에 도달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각각의 이유로 때때로 빛나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리에 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소리 없이 모두 빛나고 있다.


이제 당신이 고개를 들 차례다.

우주 속에 고이 불을 끄고 잠든,

셀 수 없을 까막별들에게

나의 그림을 전한다.

 

 

 

에디터 태그.JPG

 

 

[박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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