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로맨스 코미디 '세라비 : 다섯 번의 기적'

글 입력 2022.02.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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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코미디는 숱하게 널렸다. 특히 한국에선 이 장르를 완전히 제외한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OTT 플랫폼끼리 살벌한 경쟁을 하면서 다양해졌다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여전히 거기에서 거기라는 느낌이 든다. 아마 몇 년이 훌쩍 지난 시나리오나 웹툰 등을 영상화해서 그런 게 아닐까. 자연스럽게 '로맨스 코미디'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이 영화, "세라비"를 보게 된 계기는 실수에 가깝다. 워낙 사전 정보 없이 영화 보길 좋아하는지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장르에 코미디, 멜로, 로맨스가 적혀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보는 내내 별 다른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여태 내가 알고있던 로맨스 코미디 장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선하기까지 했다.

 

세라비(C'est la vie)는 불어로 직역하면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부제로 붙은 문장이 '다섯 번의 기적'이다. 임신부가 여러 명 보이길래 세상에 나올 다섯 존재를 가리키는 말인가 했다. 그보다는 다섯 집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리키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죄다 심상찮다. 위성 발사를 목전에 둔 만삭의 CEO, 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와이프에게 가려는 남자,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와 생긴 아이를 홀로 키우려는 여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앙심을 지닌 어머니에게 인생이 묶인 또 다른 여자, 그리고 정자를 받아 아이를 가지려는 레즈비언 커플.

 

서로 연고가 없는 그들에게 딱 하나 공통점이 있었으니, 같은 병원에 입원한 만삭의 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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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산전수전’이다. 산에서, 물에서, 항공에서 이 모든 일들이 펼쳐진다.

 

마블 영화 같은 거대한 규모는 아니다. 나름 짜릿하고 정신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눈이 바쁜 액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엉성하다. 반전도 있다. '설마 이정도까지 하겠어' 생각하며 안심하고 있을 때에 툭, 일이 벌어진다. 아직도 한 장면이 머리를 떠다닌다. 자동차가 부웅 추락하는 장면.


코미디 영화에는 대개 눈치 없고 이상한 캐릭터가 나와 은근한 스트레스를 준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별나긴 하다. 까칠하면서 친절하고도 열성적이고, 순한 것 같았는데 날카롭고, 무던한 줄 알았더니 어벙하고, 순애보와 광기 사이를 마구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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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캐릭터도 있었다. 한 나라의 명예와 천 명의 일자리가 걸린 위성 발사를 앞두고 화상 회의하던 CEO의 남편. 남자가 겪는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눈물을 여러 번 쏟아냈다. 커리어가 출중한 와이프를 옆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던 걸까.


어쨌거나 한국의 로맨스 코미디와는 아주 다르다. 처음 보는 부류였다. 여기엔 프랑스 특유의 개방성도 녹아있다.

 

이 점이 누군가에겐 코믹한 요소일 테고, 누군가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아까 말했던 자동차가 추락하는 장면은 현실이라면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놀랍도록 멀쩡한 몸뚱이가 누굴 놀리는 건가, 싶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점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반응은 다를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듯한 장난스러움으로 현실과 픽션을 완전히 구분 짓는다거나 납득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붙여둔다거나. 이런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문화권이 다른 만큼 웃음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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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장르는 리뷰 쓰기가 어렵다. 웃음과 재미가 목적인데 그걸 글로 일일이 설명하면 반감이 들 테고, 그 안에 깃든 의미를 짚어내기엔 스토리 텔링이 빈약하다. 그래서 커다란 줄기를 제외한 이야기를 담으려 하지 않았다.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지만, 킬링 타임의 역할이 분명하다고 느끼기에 직접 보아야만 의미가 생긴다고 본다.

 

얼렁뚱땅이면서도 유쾌한, 일명 'B급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 영화가 반갑지 않을까.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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