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출판] "뭘 해도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 '책덕' 김민희 대표

글 입력 2022.01.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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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昭한 출판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출판 이야기

작고 빛나는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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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2014년부터 여성 코미디언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시리즈 '코믹 릴리프'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미란다처럼』, 『예스 플리즈』, 『티나 페이의 보시팬츠』, 『민디 프로젝트』, 『슬프니까 멋지게, 애나 언니로부터』를 펴냈고, 2022년에 여섯 번째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좋아하는 여성 코미디언 미란다 하트의 책을 내고 싶어서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1인출판사를 세운 사람이 있다. ‘책덕’ 김민희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번역과 편집, 디자인까지 도맡아 작업한 끝에 2015년, 책덕의 첫 번째 책 『미란다처럼』을 ‘코믹 릴리프’ 시리즈로 출간했다. 그렇게 시작된 코믹 릴리프 시리즈는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유머를 통해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으며 다양한 여성 코미디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왔다.

 

지금까지 『미란다처럼』을 포함해 『예스 플리즈』, 『티나 페이의 보시팬츠』, 『민디 프로젝트』, 『슬프니까 멋지게, 애나 언니로부터』까지 총 5권의 책이 코믹 릴리프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20년에는 김민희 대표가 직접 저자가 되어 책덕의 출판 이야기를 엮은 책 『이것도 출판이라고』를 내기도 했다.

 

1인출판사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때에 책덕을 만들고 그것을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19일, 1인출판사 ‘책덕’의 대표이자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며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유일꾼’ 김민희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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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인출판사 ‘책덕’을 운영 중인 자유일꾼 김민희입니다. 책덕에서 책을 내는 것 외에도 외주로 북디자인과 편집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자유일꾼’이라는 개념이 조금 낯설기도 한데요,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하루 일과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하는 일이 항상 같지는 않다 보니 일과가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지난 12월에는 북디자인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디자인 작업을 주로 했어요. 요즘은 책덕의 여섯 번째 책을 다른 번역가 그룹에서 번역 중이라 거기서 번역 원고를 보내주면 피드백을 드리고 있습니다. 아침잠이 많아서 늦게 일어나 오후에 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보통 사무실에서는 편집이나 글 쓰는 일을 하고, 컴퓨터가 필요한 디자인 작업은 집에서 합니다.

 


Q 작년에 나온 『슬프니까 멋지게, 애나 언니로부터』까지 책덕에서 벌써 다섯 권의 책을 ‘코믹 릴리프’ 시리즈로 펴냈고, 대표님의 출판 이야기가 담긴 『이것도 출판이라고』가 나온 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자유일꾼이 된 직후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책 한 권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작업해서 내보자는 패기로 달렸어요. 이후 세 번째, 네 번째 책을 내며 몇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책을 판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어요. 어떤 시도를 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가 노력한 것에 비해 미미할 때 위축되더라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다 때려칠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인가요?


그래도 내가 해놓은 게 있으니까, 그걸 보고 같이 일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거나 제안을 받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어떤 일을 혼자 한다고 하더라고, 일을 벌인 순간부터는 그게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라는 걸요. 작년 5월에 나온 책 『슬프니까 멋지게, 애나 언니로부터』의 경우 다른 번역가분의 제안으로 출간되었어요. 그분이 당시 아직 책을 못 내본 번역가였는데, 책의 저자인 애나 아카나의 팬이라서 원서 번역을 해두고, 책덕과 결이 맞을 것 같다며 연락을 해온 거였죠. 그때 책덕의 코믹릴리프 시리즈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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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인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혼자 일하시는 경우가 많을 텐데, 혼자 책을 만들 때의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혼자 일할 때는 역시 의논할 사람이 없으니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지요. 힘든 점도 거기에 있는데, 모든 걸 혼자 결정해야 하니까 자기 의심이 드는 순간 삽질을 시작해요. 제목이나 표지를 결정해야 할 때 끝없이 이어지는 고민을 끊어줄 사람이 없거든요.


다섯 번째 책은 저를 포함해 세 명이 ‘가위바위보 계약서’를 쓰고 같이 일을 했는데 앞서 말한 장단점이 분명히 드러났던 것 같아요. 작업을 의논할 사람이 있는 건 좋았지만 의견 조율이 쉽지 않더라고요. 꼭 누구 한 명이 강하게 반대하지 않아도 어떤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반응이 미지근하면 괜히 신경이 쓰이곤 했죠.

 

 

Q ‘가위바위보 계약서’는 무엇인가요? 이름이 재미있네요.


보통 계약서가 갑을관계로 작성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누가 더 나은 거 없이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일을 해보고 싶어서 ‘가위바위보 계약서’라고 이름 붙여봤어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혼자서 출판 과정 대부분을 맡으면 어떤 일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 일로 넘어가는 일이 어려울 것 같아요. 다음 단계의 일로 넘어가도 되겠다는 판단은 어떻게 하시나요?


물론 어려워요. 다행인 건 제가 그렇게 꼼꼼하지가 않아서 ‘이 정도면 됐지’ 하는 타협점이 비교적 낮은 편이에요. 힘을 빼려고 계속 노력 중이기도 해요. 너무 하나하나에 비장하려고 애를 쓰면 반응이 안 좋았을 때 실망감도 커지거든요.

 


Q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홀로 일하며 불안한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이겨낸다기보다 견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가 지금보다 더 불안했어요. 『미란다처럼』을 계약만 해놓고 아무것도 만든 것이 없을 때요. 그 이후에도 순간순간의 불안감이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주어진 걸 하자”라고 마음먹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만든 것들은 어떻게든 발자국을 남기게 되기에, 당장은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누군가는 그걸 보고 있더라고요.

 

더불어,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두려운 동시에 큰 힘이 되어 줘요. 혼자 어떤 상황을 헤쳐 나왔던 경험이 있으면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원래 미리 불안해하는 성격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을 해봤자 별 소용없다는 걸 깨달아서 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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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벌써 10년 가까이 된 ‘책덕’이 지향하는 방향이나 색은 무엇인가요?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 코미디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최근에는 그 안에서도 좀 더 다양성을 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첫 번째 책 『미란다처럼』의 저자 미란다 하트가 백인 여성이었다면 네 번째 책의 『민디 프로젝트』의 민디 캘리는 인도계, 다섯 번째 책의 『슬프니까 멋지게, 애나 언니로부터』의 애나 아카나는 아시아계 여성이거든요. 한국 저자의 책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시도를 해봤는데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꼭 여성 코미디라는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아주 적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로 책을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원래 비주류를 좋아하다 보니 콘텐츠도 그런 쪽이 좋더라고요.


 

Q 대표님이 책을 포함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무엇에 중점을 두고 만드시나요?


책덕에서 내는 책은 주로 번역서니까, 번역서의 매력을 한국 독자에게 최대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기존 출판사의 관행을 무턱대고 따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추천사를 유명인에게 받기보다 그 저자의 팬분들께 연락해서 받는다든가 하는 식이죠. 물론 기존 방식으로 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잡해 보일 수 있고, 저도 출판사에 있어 봤으니 어떤 게 세련된 건지는 알아요. 하지만 책덕의 책에는 책덕만의 ‘덕후스러움’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 그래서인지 『이것도 출판이라고』를 읽으면 새로운 홍보 방식을 생각해내고 실천에 옮기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계속 새로운 일을 벌이고 해내시는 걸 보다 보면 그 동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집니다.

 

성격인 것 같아요.(웃음) 원래 누가 했던 걸 다시 하는 거, 반복하는 걸 안 좋아해요. 내가 만드는 일이니까 뭘 해도 새로운 걸 하고 싶고 특별하게,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시간도, 시도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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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 시대를 맞아 모임과 만남이 제한되면서 독자를 직접 만날 일이 줄어들고, 책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도 한정적인데요, 대표님은 어떤 방식으로 돌파해나가고 있나요?


코로나 이전에도 홍보 방법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웃음) 그때도 일반적인 홍보 방식은 대형출판사에 유리하게 맞춰져 있었기에 지금과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코로나 이후 활성화된 온라인 북토크는 작은 출판사가 시도하기에 더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코로나 이후 확실히 온라인 콘텐츠 쪽이 강화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기존의 마케팅 방법에 회의를 느껴서, 종이책부터 내는 게 아니라 온라인 연재나 전자책으로 먼저 선을 보이고 종이책은 한정판으로 출간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꾸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요. 온라인 콘텐츠와 종이책을 둘러싼 전체적인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독자가 책을 구매할 것 같아요. 책덕도 그런 총체적인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코믹릴리프 시리즈에서 파생된 주제로 여성 코미디언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서 콘텐츠를 만들거나 글 연재를 해나가는 건 어떨지 생각 중이에요.

 

 

Q 종이책은 출판의 기본값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말씀을 들으니 생각이 확장되는 것 같아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출판이란 무엇인가요?


출판은 제가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예요. 하고 싶은 얘기를 책이라는 매체에 간접적담아서 전달하는 것이죠. 사회가 이런 메시지들도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제가 만든 책에는 담겨 있어요.

 

 

Q 회사에 소속된 편집자로서의 출판계와 자유 일꾼으로서의 출판계를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앞으로의 출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 드는 생각은, 독자가 엄청나게 세분화될 것 같아요. 책의 종류에 따라 판매하는 책의 형태도 다양해지고요.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투잡, 재태크 바람이 불면서 한 재능거래 플랫폼에서 실무 노하우를 담은 pdf 파일을 거래하는 경우가 늘어났어요. 저도 만들어서 판매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판매가 잘 되더라고요. 책을 안 읽는다 해도 실용적인 지식을 원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 걸 알 수 있었어요.

 

가벼운 에세이 종류는 종이책으로 소장하기보다 여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럼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개별 콘텐츠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그릇을 찾고 먹음직스럽게 차려내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책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 정리해주는 서비스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책은 읽고 싶은데 동시에 읽기 싫은(?) 사람들이 많은 요즘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가 아닐까요?

 


Q 그럼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앞으로 내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일단 코믹릴리프 여섯 번째 책이 번역되어서 올해 나올 예정입니다.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로스트 보이스 가이(Lost Voice Guy)’ 리 리들리(Lee Ridley)의 책이에요. 리는 별명처럼 말을 할 수 없는 장애가 있지만 태블릿 PC를 이용해 사회적 편견을 깨부수는 유머로 2018년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재활센터 번역가팀의 제안으로 책을 만들고 있고, 피아바나나(김헌용, 최우정)팀과 협업 중이에요. 장애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 ‘장애 개그’라는 개념을 책덕만의 방식으로 제안하는 책이 될 것 같아요.


제 글도 열심히 쓰는 중입니다. 『이것도 출판이라고』를 냈던 더라인북스에서 번역가를 위한 맞춤법 관련 책도 낼 예정이고, 제 개인 에세이도 나올 거예요. 올해는 글을 좀 더 열심히 써보려 합니다.


아, 그리고 잡지를 내고 싶어요. 『이것도 출판이라고』에서 언급했던 유통에 대한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책방과 작은 출판사를 잇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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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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