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을 활용한 전시가 인상적인 -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문화예술은 소통을 지향해야 한다.
글 입력 2022.01.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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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종류에 따라 구분할 수 있을까.

 

보통 체계를 잡아 분류를 한다는 건 어느 정도 그 양이 방대해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학문을 인문 계열, 의학 계열, 공학 계열, 자연 계열, 방송 계열, 예술 계열 등으로 나누는 것이나 의복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캐주얼, 미니멀, 스트릿, 아메카지 등으로 나누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전시는 굳이 그런 분류가 필요하지 않았다. 전시는 작가나 큐레이터가 관람객들에게 작품들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려는 특성만 지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시 관람객은 전시를 받아들이는 수동적 역할만 하게 되므로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전시를 즐기는 행위는 많이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전시란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체험 위주의 전시는 그런 관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관람객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전시, 관람객들과 상호 소통하는 전시도 충분히 전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이다. 관람객 참여형 전시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전시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관람객의 참여가 전시의 주를 이루는 체험형 전시와 작품의 분위기-주제와 작가의 의도, 해석, 창작 배경 등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는 관람형 전시로 말이다.

 

이번에 관람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체험이 주를 이루는 전시였다.

 

총 12가지 섹션이 있었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전시관을 몇 군데 소개해보고자 한다.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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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찬란한 조명이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모든 곳을 비추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화려한 조명 덕분에 조금 눈이 부실 정도였다. 조명과 함께 돋보였던 것이 있다면 주위에 빽빽이 들어찬 거울들. 이 거울들은 이후 전시 센션에도 계속해서 등장하는 요소로서 포토존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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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섹션이 화려한 불빛들로 가득찬 곳이었다면 이곳은 눈부시게 밝은 흰색 조명이 온 공간을 비춘다. 우아하리만치 아름다운 이 곳은 소원나무로 유명한 계수나무가 위치해 있다. 이 계수나무는 비록 공간 상으로 중심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벽면에 위치한 거울 덕분에 계수나무가 중심에 위치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열매처럼 맺혀 있는 아크릴 판넬과 흰색 조명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전시장 분위기의 중심을 잡고 관객들 눈을 사로잡는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기원을 지나 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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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매표소에서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바코드가 찍힌 스티커를 나눠주는데, 이 바코드는 지금 섹션부터 사용할 수 있다. 키오스크에 바코드를 입력하면 자신의 생년월일에 해당하는 전통 별자리를 알려주며 이때는 총 28가지의 별자리 중 한 가지가 나오게 된다. 이 28자리 별자리는 28수라고 불리우며, 달의 위치에 따라 나뉜 것이라 한다. 28수는 크게 네 방향으로 나누어지기도 하는데 7개씩 묶어 청룡, 주작, 백호, 현무의 4방신을 이룬다.

 

필자의 경우 남방 주작에 해당하는 진(지렁이)이 나왔다. 그와 함께 놀랐던 것은 지렁이의 형태가 별 4개를 이은 사각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서양 별자리는 별을 이은 경로의 모양을 본따 별자리를 만들지만 동양 별자리는 서양의 경우랑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마 위치나 백도에 따라 별자리 이름을 설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사용한 바코드는 이후 '기(분신)',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 전시 섹션에서 다시 사용된다. '기'에서는 관람객 주위에 자신에게 맞는 기운을 형성시켜주고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에서는 주변에 신들을 불러모아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기념품 샵에서 찾아갈 수 있으니 재밌는 제스처를 취하며 전시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다.

 

*

 

체험형 전시는 처음이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신선하기도 했다. AR을 활용한 전시장의 경우 바코드를 활용해 관람객을 전시에 몰입시키게 하는 점이 특히나 좋았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재밌었던 전시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도한 효과나 전시 조형물이 전시 설명글을 가리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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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조형물이 글을 심하게 가리는 바람에 전시 작품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부분은 한 군데만이 아니라 꽤 여러 곳에 존재했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예술의 일종인 전시는 전시 기획자와 관람객들간의 소통 활동이다. 전시는 관람객들과의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 체험형 전시, 관람형 전시 나눌 것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위와 같은 디테일 부족은 관람객들의 전시 몰입을 막고 전시 이해도를 낮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전시를 더 몰입해서 느껴보고자 하는 관람객들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체험형 전시일지라도 전시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그 자체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체험형 전시들이 전시의 종류로 확실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 주객전도 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 체험형 전시에 대한 인식만 나빠질 뿐이다. 어떤 변화든 과도기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이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해당 변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자리 잡는다. 체험형 전시는 지금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체험형 전시의 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시도는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고 체험의 범위 또한 상상 이상으로 넓어질 것이다. 어쩌면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엔 VR을 활용한 전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그 시기가 더 당겨질 것이라 예측한다.

 

미래의 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이 띠고 있을까? 미래에는 어떤 방식으로 전시를 관람하게 될까? 무엇이 되었든, 전시의 목적에 충실한 후에 다른 것을 고려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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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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