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 기술과 예술 사이 [전시]

미디어'아트'
글 입력 2022.01.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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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활용한 비주얼 작업의 영역이 광고와 대중문화, 예술의 경계를 점차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늘 다니던 서울시내 한복판이 갑자기 ‘볼거리 명소’로 떠올랐던 이유는 바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벽을 가득 채운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때문이었다.

 

매일 일몰부터 자정까지 ‘매지컬 홀리데이’라는 3분 14초짜리 영상이 상영되는데,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경찰은 별도의 인력을 배정하고 통제를 해야만 했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압도적인 크기와 화려한 영상으로 실제 공연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환상적 경험’ 때문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작업은 단순한 이벤트성 광고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예술 경험의 세계로 들어온 미디어 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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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형 미디어 전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가 지난 12월 10일부터 7개월간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전통 설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과 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자 개인과 집단의 길흉화복을 돕는 존재로 승화되었다.

 

이러한 상상의 인물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작품 창작의 소재가 된다. 전시는 우리의 전통 설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한다. 그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 가택신, 괴물, 상상 속 동식물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미디어로 재해석되어 기묘한 이야기를 체험하게 한다.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설화 속 세계는 총 12가지 테마관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 관람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그 포인트를 잘 담고 있는 인상 깊었던 테마 두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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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 소원의 나무 – 화려한 시각적 효과, 몰입형 실감 콘텐츠

 

소원을 들어주고 우리를 지켜주는 전설을 가진 계수나무가 주인공이다. 계수나무 주변을 가득 채운 흰색 조명과 오로라 아크릴은 소망이 빛을 밝힌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이에 벽면과 천장, 바닥은 거울로 되어 있어 빛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과거는 미디어 작품이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믿었다. 이에 대항하듯 아름다운 공간적 체험은 새로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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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을 지나 별을 만나다 – 작품과의 상호작용, 체험형 실감 콘텐츠

 

동양에도 별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동양과 서양은 별자리를 보는 기준이 달랐다. 동양은 북극성과 달을 중심으로 별자리를 관찰하고, 서양은 태양을 중심으로 별자리를 나누었다.

 

전시 입장 시 입력한 생년월일시는 바코드로 출력되는데, 이를 전시관 내 키오스크에 갖다 대면 한국의 전통 별자리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따른 내 별자리가 화면에 떠오른다. 12가지로 이루어진 서양의 별자리와 달리 동양의 별자리는 28개로 더욱 세분화되어 있어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두 공간에서 사용된 다양한 기술들은 애초에 예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을 전시장 안으로 가져오고 이를 통해 우리가 새로운 경험과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새로운 시대 속에 있음을 인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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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는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을 만들어낸다. 관객을 작품에 개입시키는 것이다. 또한 작품은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완성된다. 작가들의 작품세계가 관람객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적인 시각예술과는 달리 상호 소통이 가능한 예술유형이라 할 수 있다.

 

즉 작가의 제작 의도나 메시지는 관객에 의해 해석되는 것과 함께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낸다.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다가 몰입을 통해 작품과 본인 사이의 상호관계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의 심리적인 반응과 함께 물리적인 반응까지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기존의 미술관 같은 전문가 집단 고유의 창조물로 분류되었던 예술이 상호작용이 가능한 ‘참여 예술’로 변화되었다. 예술가가 아닌 비전문가들도 예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주체적으로 창작 가능한 물리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예술작품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자 하는 관람자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형태로 발전되었음을 의미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는 이제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보다 깊은 서사로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술작품과 전시 등 저변이 확대되고 대중화되면서 회화와 설치미술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미디어아트에 대해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게 회화라면 미디어아트는 영상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는 대중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매체 즉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인 사진, 영화, TV, 비디오, 컴퓨터 등 대중에게 파급효과가 큰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미술에 적용한 예술이다. 미디어의 기술적, 문화적 측면을 예술과 결합함으로써 예술 개념과 그것을 둘러싼 문화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좋은 수단이다.

 

미디어아트는 또 관람자와 소통하고 작가가 내면을 표현하는 영역이 넓어 상호 공감을 훨씬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예술이 정적인 제작물로 심리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면 미디어아트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심리적 상호작용과 인터페이스를 통한 물질적 상호작용도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란한 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데 급급해 미디어아트가 가진 표현의 특성에 대한 예술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까지 접해온 미디어 아트는 작품보다는 체험학습의 느낌이 강했다. 기술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예술적 정체성을 상실하거나 관객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각을 다방면으로 자극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예술적 감동보다는 관객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전시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다. 우리의 전통설화에 대해 알고, 전시에 재미있게 입문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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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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