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치지 않는 소나기를 함께 맞아 줄 누군가가 있다면 –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꿈’으로 연결된 세 사람의 사랑과 성장
글 입력 2024.02.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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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의

스포일러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파도가 니 앞을 막아도

함께 웃을 누군가 있다면

그 너머 아름답고 푸른 바다를 상상할 수 있어"

 

- 윤중, ‘바람’ 가사 中

 

 

위의 노래 가사처럼 희망을 떠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꺼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속 ‘캐롤리나’ 역시 그랬다. 캐롤리나는 눈앞의 빛과 함께 꿈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고향에 돌아와, 어린 시절 친구였던 ‘투리’와 ‘도미니코’를 다시 만나게 된다. 캐롤리나는 힘든 상황에서도 여전한 다정함으로 투리와 도미니코의 일상에 온기를 더하고, 투리와 도미니코도 캐롤리나에게 받은 온기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려준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각자의 어려움에 부딪혀있던 세 사람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처음’을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는 어릴 적 소중한 추억으로 연결되었던 세 인물이 오랜 시간을 지나 서로의 꿈과 사랑으로 다시 연결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쩌면 그리 낯설지 않은 오래된 클리셰로 채워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뮤지컬은 여전히 유효한 꿈과 사랑의 힘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서로에게 순수한 사랑과 용기가 되어 주는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꿈과 사랑의 힘을, 소중한 사람에게서 받는 온기의 힘을 다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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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소나기를 함께 맞아 줄 누군가가 있다면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는 작가의 꿈을 향해 노력해왔지만, 오히려 점점 글을 완성하는 것이 힘들어진 캐롤리나가 고향에 돌아오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향으로 돌아온 캐롤리나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발명가로 살아가는 투리와 이웃으로 재회하고, 이미 출세작을 내놓은 어엿한 작가가 된 도미니코와 글모임을 함께하게 된다.

 

캐롤리나와 도미니코가 함께하는 글모임의 첫 글감은 ‘소나기’였다. 도미니코에게 차마 보여주지 못했던 캐롤리나의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도 먹구름 속 태양을 발견할 수 있었던’ 캐롤리나가 이제는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소나기 아래 서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투리에게 닿게 된 이 글 속에서, 캐롤리나가 느끼는 좌절이 너무나 가깝게 느껴졌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어떤 좌절은 소나기처럼 갑자기 찾아오더라도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에서 위로와 희망을 구하기도 하는데, 캐롤리나가 마주한 좌절은 갑자기 찾아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심지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것 같은 고난이었다.

 

이렇게 그치지 않는 소나기 아래 선 것 같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캐롤리나는 꿈과도, 친구들과도, 멀어지려 한다. 이 때 도미니코와 투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그 비를 함께 맞아주고, 막아주려 한다.

 

도미니코는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캐롤리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려주고, 투리는 캐롤리나의 미소와 꿈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성격도 행동도 너무 다르지만 캐롤리나에게만은 한결같이 진심이었던 두 사람의 노력은 결국 꿈을 포기했던 캐롤리나가 마지막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힘이 되어 주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계속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힘은 어쩌면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그럼에도 소중한 이들이 함께하는 ‘현재’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않는 소나기 아래에서는 언젠가 비가 그칠 것이라는 막연한 가능성보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를 함께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큰 용기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삶에 필요한 어떤 돌파구들은 너무 가늠하기 어려운 미래만 내다보기 보다는, 소중한 이들이 있는 현재와 주변을 돌아보는 데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삶 속에서 각자의 소나기를 마주한 우리가, 이 뮤지컬을 통해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힘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미래에 너무 좌절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서로에게 필요한 용기와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꿈’으로 연결된 세 사람의 사랑과 성장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는 좌절한 캐롤리나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던 투리와 도미니크의 사랑과 노력에 초점을 맞추긴 하지만, 세 사람의 관계와 성장은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꿈을 제대로 마주 보며, 새로운 국면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극이 진행되면서 세 사람은 서로의 ‘꿈’으로 연결된다. 캐롤리나가 투리와 도미니코를 통해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갈 희망과 용기를 찾은 것처럼, 투리와 도미니코 역시 캐롤리나를 통해 꿈을 가지게 된 처음의 이유를 돌아보고, 용기 있게 자신의 세계를 넓혀갈 수 있게 된다.

 

도미니코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성공궤도에 올랐지만, 이 때문에 평단의 비난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이런 도미니코에게 캐롤리나는 장르가 바뀌어도 도미니코만의 감정을 전달하는 문장들은 여전하다며 위로를 전하고, 그는 이 위로를 통해 작가로서의 방향성을 더 확실히 하게 된다.

 

또한 ‘혼자여도 완벽하다’며 세상과 벽을 쌓았던 투리는 캐롤리나를 통해 발명을 시작했던 이유를 떠올리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특히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발명을 시작했던 투리는 자신의 발명품으로 캐롤리나를 웃게 하며 설렘과 기쁨을 느끼고, 캐롤리나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며 스스로의 세상을 넓혀간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발명가로 성장해 나간다.

 

도미니코와 투리 역시 처음에는 캐롤리나의 애정을 두고 다투는 라이벌이었지만, 캐롤리나를 위해 서로 도우며 우정을 쌓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관계가 된다. 이렇게 세 사람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사이를 넘어, 서로의 꿈을 지켜주고 응원해주며 그들만의 단단한 유대를 만들어 간다.

 

이들의 유대를 보며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처음 모습 그대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에 다가가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본질을 제대로 마주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성장’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투리와 도미니코, 캐롤리나는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이 꿈을 꾸었던 처음의 마음과 이유를 제대로 마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힘과 성장의 여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서로의 꿈으로 연결된 세 사람은 이렇게 각자의 꿈 앞에 높인 벽을 함께 밀어 다리로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결국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선택하였더라도, 세 사람은 계속 꿈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곁을 지켜줄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사랑과 용기가 되어 준 세 사람의 이야기가 잠시 잊고 있었던, 성장을 이루어내는 꿈과 사랑의 힘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저 동화로만 치부하기에는 이들이 보여준 꿈과 사랑의 힘은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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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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