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0년 뒤에 사라지고 싶지 않으니까, 제로웨이스트!

나와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삶을 시작했다
글 입력 2022.01.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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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즐거운 월월쓰네. 월월!”


월요일 월요일은 쓰레기 버리는 날. 우리집 아파트는 전 세대가 공통적으로 1주일에 단 하루만 쓰레기를 분리배출 해야한다. 싱겁게 ‘오늘 쓰레기 버리는 날이야’라고 운을 떼기는 싫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밤늦게 쓰레기 봉투를 들며 나가는 것도 힘드니까, 꽤 익살스런 어조로 분리배출을 하러가자며 강아지가 내는 소리인 "월월쓰(월요일, 월요일은 쓰레기 버리는 날!)"를 명명했다. 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합당한 이름은 MBC 무한도전에서 방영한 특집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 활용한 것이다.


애써 즐거운 어조로 ‘월월~쓰!’라 외치며 경쾌한 목소리로 분리수거 바구니를 현관 밖으로 옮기지만, 경쾌한 목소리와는 달리 마음은 돌은 얹은 듯 무겁다. ‘일주일 사이에 4명이서 만든 쓰레기가 이렇게나 많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분리수거를 하는 주차장으로 나갈 때면 저멀리 쌓인 쓰레기 산이 보인다. 작지만 아주 선명하게 죄책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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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분리수거의 장으로 다가가 성인 키보다도 높이 쌓인 플라스틱과 종이 쓰레기 산을 올려다보았다. 그 어느 누구를 탓하기에도 머쓱한 상황. 누구나 의도적으로 쓰레기를 만들고 싶어서 그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모두가 어쩔 수 없는 명분이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을 예로 들면, 직접 장을 보러 나갈 시간이 없어서 식재료는 무조건 배달로 시키고, 저녁식사를 요리할 시간이 부족해서 때때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옷과 도서를 직접 구매하러 지하철을 타고 밖으로 나가기에는 한 겨울이 너무나도 추우니 택배 배송으로 모든 것을 주문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은 결코 ‘악의적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더 편리한 삶, 효율적인 라이프를 위해 선택한 결과가 매주 월요일마다 거대한 쓰레기 산을 만드는 것뿐이다.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 날 아파트에 쌓인 쓰레기 산을 보고 깨달았다. 인간의 누리는 편리함과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비례한다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장기적으로 우리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날 보았던 쓰레기들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많은 생물들과 동물들의 터전을 빼앗고, 지구의 공기와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며, 결국은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하지 못한 경로로 이끌겠지.


다른 사람들의 변화를 촉구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라도 생각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마치 자석의 N극이 S극을 보고 미친듯이 이끌리듯, 환경에 관한 이야기라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이 쏜살같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생각보다 우리의 지구는 정말이지 빠른 속도로 병들어가는 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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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지는 이제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지구 가열(Global heating)로 용어를 바꿔 쓰기 시작했다. 이 말인 즉슨 지구가 직면하는 기후위기와 지구 가열의 문제는 곧 우리의 생존을 결정하는 전쟁과도 같다는 것이다. ‘위기’와 ‘가열’ 속에 우리의 현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지 않은가? 2019년 호주 국립기후보건센터 연구팀이 내놓은 보고서는 “2050년이면 기후변화로 대부분의 인류 문명이 파멸된다. 대부분의 주요 도시는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으니,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아예 '없을 무'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지구온난화’라는 개념에 밑줄 긋고 단순히 추상적으로 외워서 시험을 보았던 그런 얕은 수준의 심각성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름은 사람이 살기 힘들정도로 더워지고 겨울은 체감 온도가 빙하기마냥 극도로 추워짐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무더위에 밖에서 30분 걷기도 숨이 가쁘고 한겨울 강추위에는 밖에서 10분만 서 있어도 손과 발이 꽁꽁 얼어 눈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 변화가 실은 인간이 만든 수많은 ‘편리함’에 대한 대가였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지속가능한 삶’을 잃고 있지는 않을까. 이대로 가면 30년 뒤에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지금처럼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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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나는 진지하게 현재와 미래의 생존에 대해 위기감을 느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라는 실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란 쉽게 말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실천이다. 감명깊게 읽은 도서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의 신지혜 작가는 가장 자주 사용하는 생필품부터 ‘노 플라스틱’으로 세팅하고자 ‘세면도구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한 번 씻는데 쓰던 열 가지도 넘는 제품을 서서히 줄였고, 샤워 시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천연비누 하나로 얼굴부터 발끝까지 3~4분 안에 씻는 루틴을 만들었다고 했다. 씻는 루틴이 간편해지자 정신적, 시간적으로 들이는 에너지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력도 서서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작가의 이러한 실천을 접하고 나니 가장 쉬우면서도 지속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평생 쓰는 욕실용품을 가볍게 비우는 것에서 시작됨을 느꼈다. 그 후부터 꼭 필요한 자연유래성분을 듬뿍 담은 천연 비누를 찾아 나 또한 ‘욕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몇 달째 애용하는 세렌닥터의 올인원 샴푸바는 샴푸부터 바디워시, 세안까지 모두 한 번에 할 수 있어 많은 욕실 용품을 사는 소비와 물발자국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공 향이 아닌 천연 에센스 오일의 자연 향을 맡으며 샤워시간이 힐링 타임으로 변한 것은 덤으로 얻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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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실천하게 된 것은 ‘냉장고 다이어트’다. 앞서 설명한 우리 가족의 ‘월월쓰’의 가장 큰 원인은 식재료 구매와 포장용기 때문이었다. 즉 많은 쓰레기가 냉장고에 무언가를 보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가족 모두가 집에 있는 시간이 적을 때는 음식물이 그대로 남겨진 채로 썩어 버리는 것이 일쑤였고, 포장 용기는 그대로 쓰레기 산을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이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의도적으로 먹을 만큼의 음식 재료만 시키고, 재료가 썩을 때까지 방치해두지 않고 곧바로 요리를 한다. 요리하기가 귀찮을 때는 또 어김없이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그것이 플라스틱과 비닐 파티를 열 것이 뻔하니 귀찮더라도 냉장고에 있는 온갖 재료를 꺼내어 어떻게든 조합해 한 끼 식사를 마련한다. 요점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에 집중할 것, 편리함을 위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매주 돌아오는 ‘월월쓰’ 시간이 되면 이제 성적표를 받아드는 기분을 느낀다. 쓰레기의 양이 많으면 많을 수록 지난 한 주의 실천을 반성하게 되고, 쓰레기 양이 적으면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 주 단위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많은 물건을 재사용하고 다시 되팔다보면 '월월쓰'가 더더욱 당당해지겠지. 쓰레기를 버리느라 손도, 마음도 무거웠던 날들이 점차 줄어들면 삶 속에 자리했던 불필요한 감정과 물건들도 마찬가지로 비워질 것이라 믿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친환경 라이프를 지속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지구가 가벼워지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확신하고 싶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와 변명으로 살았던 그때보다 적어도 더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겠지.

 

욕심을 내보자면, 제로웨이스트와 친환경 라이프를 위한 실천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환경감수성을 키우는 실천을 다른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다보면, 30년 뒤에 우리가 다같이 사라질 위험에 벌벌 떨기 보다 서로의 무해한 삶을 더욱더 응원하는 그런 미래가 오지 않을까? 환경을 위한 연대가 곧 우리 삶의 열쇠가 된다는 깨달음이 널리 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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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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