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얼레벌레 살아가는 이야기 1 [사람]

조울증 환자도 살아가는 재미는 알고 싶그등요.
글 입력 2021.12.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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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 원인, 유전학적 원인, 내분비계의 원인, 사회 심리학적 원인으로 나뉠 수 있다. 여러 연구들에서 양극성 장애환자에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노어에피네프린, 도파민, 그리고 5-HIAA라는 물질이 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타 생물학적인 가설로는 뇌의 호르몬조절이상, 24시간 생체시간의 조절 이상, 신경해부학적인 이상 등 여러 가설들이 있다. 유전적인 요소는 주요우울증보다 양극성 장애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 나는 양극성 장애(조울증), 불안장애, 해리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이다. 재밌게도 이런 사실을 밝히면 사람들은 나를 불쌍하게 보곤 한다. 전혀 그렇게 보지 않던 사람들이 나를 챙기려고 한다거나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아, 물론 그럴 수 있다. 환자라는데.

 

하지만 나는 그냥 나인데.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나라는 사람을 그냥 나로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조울증에 관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조금은 나 같은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편해지지 않을까.

 

*


조울증, 그러니까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게 된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우울증인줄만 알았다. 모든 것이 무가치했고 죽음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생각했다. 우울해서 버스를 타다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 뇌가 움직임을 멈춰버린 듯한 기분도 받았다. 무엇을 해도 흥미도 없고 즐겁지도 않았다.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이 살아가는 작은 이유가 되었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 그저 힘에 부쳤다.


기분이 바닥에 바닥을 치다 찾아온 조증은, 마치 삶의 활기를 되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니까 병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나? 하고 생각했다. 기분이 들뜨고 활력이 넘쳤다. 잠을 조금밖에 자지 않아도 충분했다. 조그마한 일에도 자신감이 넘쳤고, 물건을 마구 사들이기 시작했다.

 

돈이 부족하자 대출을 받았다.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생겼다. 힘이 넘치니 새로운 일을 마구 벌려놓기 시작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넘쳐났다. 그걸 풀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몇 개나 되는 소설 구상을 벌려놓기도 했다. 그중 몇 개는 실제로 쓰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우울증이 찾아왔다. 조증 시기에 벌려놓은 일을 마치지 못해 절망스러웠다. 소설 쓰는 일은 자의로 멈추면 된다지만 이런저런 다른 일을 벌려놓은 것은 혼자서 결단내리고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특히 대출 부분이 그랬다. 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학생이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지 않았다. 덕분에 돌고 돌아 대출을 받은 곳은 이자율이 엄청나게 높은 곳이었다. 안 그래도 우울증인 나 때문에 고생을 하시는데.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일을 해 매달 이자를 갚았다.


결국 너무 힘들어 그때 다니던 병원의 상담 선생님께 사실을 털어놓았다. 부모님께는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셨다. 병원 의사 선생님은 내 약을 조절했다. 기분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약이라고 했다. 조증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는 않으셨지만 알 수 있었다. 내가 뭔가 다른 증상을 보였다는 것을.


조울증은 유전적 요인도 크다는데 우리 엄마나 아빠가 조울증 증상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조울증 진단을 받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우리 부모님이 조울증 증상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


요즘도 나는 조울증 치료제를 먹고 있다. 조울증은 평생을 지켜보며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약을 끊지 못한다. 이따금 약을 먹지 않아도 잘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 나았고, 약을 먹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증상 중 하나라는 말을 들었다.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도록 주의해야겠다.


최근에 나는 잠도 자지 않고, 10일 만에 할 수 없는 일을 10일 만에 하나 끝냈다. 주의가 좀 산만하긴 했지만 머리는 팽팽 잘도 돌아갔다. 조증인 것 같다. 또 약을 조절하겠지.


이 글을 쓴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제목이랑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문득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재밌는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이야기 여기서 끝. 다음에는 진짜로 얼레벌레 살아가는 조울증 환자의 이야기를 쓸테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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