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본주의와 미술관 [미술/전시]

글 입력 2021.12.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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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기업인이자 삼성 그룹의 총수였던 이건희 회장의 사망 이후 올해 미술계는 사회에 환원된 컬렉션으로 구성된 소장품 전시와 기증된 작품으로 채워질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로 뜨거웠다.

 

해당 이슈는 상속세 절감이나 세금 부담 문제, 그리고 학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컬렉션과 관련해 미술계와 세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처럼 재벌의 미술품 기증과 세금 감면 등의 문제는 약 100여 년 전 미국에서도 반복되던 이야기이다.

 

미국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급격한 경제 성장을 토대로 새로운 사회 계급이 등장했고 이들은 재력에 따라 예술을 향유할 수 있었다. 신흥 부호였던 이들은 경쟁하듯 다양한 소장품을 다투어 수집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미술관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미국 내 미술관의 증가는 문화 공급과 이를 조직하고자 하는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된 일련의 중요한 입법 또는 행정 개혁들은 미술관이 일반 대중의 교육과 교화를 위한 국가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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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센트럴 파크의 동쪽을 따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지역에는 큰 맨션들이 즐비하게 늘어진 부촌이었다.

 

현재 이 지역을 중심으로 20블럭에 걸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et),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쿠퍼-휴잇 뮤지엄 (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등이 몰려 있는 뮤지엄 마일이 형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후원을 통해 설립된 미술관들이다.

 

귀족 가문이나 국가 왕가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대규모 미술관이 설립된 사례가 많은 유럽과 다르게 미국, 특히 뉴욕의 경우 민간의 후원과 시민들의 소장품으로 설립된 미술관이 주를 이룬다. 당시 뉴욕 내 미술관의 증가는 문화 공급과 이를 조직하고자 하는 사회사적인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

 

후원이나 기증과 관련된 일련의 중요한 입법 또는 행정적인 개혁들은 미술관이 일반 대중의 교육과 교화를 위한 국가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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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설립된 미술관들은 기증, 기부와 후원을 통해 컬렉션의 범위를 확장해 나갔다. 이러한 흐름이 발생하게 된 계기와 구체적인 정황으로는 미국 정부가 시행한 정책에 있다. 미 정부가 실시한 문화예술 지원을 위한 기부금이나 세제지원 등의 제도가 미술관 설립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

 

관련 법안으로는 1909년에 페인-알드리치 (Payne-Aldrich) 관세법이 시행되었다. 페인-알드리치 법안은 미국 정부가 문화정책을 마련하면서 제정한 법안으로 20년 이상 된 작품 수입에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913년 언더우드 관세법(Undewrwood Tariff Act)이 제정되었고 모든 미술품 수입에 면세 혜택이 적용되었다.

 

페인-올드리치 관세법을 개정한 언더우드 관세법안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소장품 등을 기증하는 후원자들에게 세금 혜택이 매우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언더우드 관세법에는 미술관 기증 미술품의 평가금액만큼 세금을 공제해주는 내용이 있는데 해당 관세법 시행 이후 미술관에 대한 기부 또는 기증 사례가 급증했다.

 

앞서 나열한 이야기처럼 예술을 향한 후원은 미국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술관과 미술 전시에 기부하고 후원하는 기업의 경우, 실질적인 세제 혜택과 더 나은 명성 및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특히 지원금을 받고 이루어지는 대규모 전시의 경우 지원금에 대한 일종의 부담감이 전시의 퀄리티를 높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획된 전시가 어떤 기대효과를 불러올지, 그리고 얼마나 성공리에 마쳐서 후원에 대한 제값이 치러졌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기획단계부터 많은 공을 들이게 된다고 한다. 돈냄새가 가득하며 철저한 자본주의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순환은 결과적으로 좋은 전시가 만들어지며 문화사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와 경쟁력을 갖게 된다.

 

예술 분야를 향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교육적인 차원과 발전하는 문화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기업 미술관이 생겨나며 예술 친화적 프로그램들을 구성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후원을 늘리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중들 역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경제적인 효과만을 노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는 힘들며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맥락에는 예술이 가져다줄 수 있는 더 큰 가치와 파급력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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