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 봐 - 한공주 [영화]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새드엔딩이었을까.
글 입력 2024.04.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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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강력한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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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싶어서 OTT를 뒤적거리다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한공주]라는 작품을 보게 됐다.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을 가서 봤던 작품이자, 영화 속 의미를 분석하고자 여러 번 봤던 영화라 반갑기도 했다. 잊고 있던 기억이 하나 떠오른 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마침 올해가 개봉한 지 10주년인 것을 보고, 우연이 운명처럼 느껴져 오랜만에 영화를 꺼내 봤다.

 

한공주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17살의 평범한 소녀 한공주. 그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고, 다니던 학교에서조차 쫓겨나듯 전학을 당한다. 전학간 곳에서는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사람들을 밀어내며 위태롭게 지낸다.

 

공주는 새로 만난 친구와 음악을 통해 조금씩 세상을 향해 발을 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전 학교의 학부모들이 공주를 찾아 학교로 들이닥치며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과거가 드러난다.

 

다시 세상에서 내쳐진 공주는 무너지게 되며 다리에서 뛰어내린다.

 

 

영화 <한공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만큼, 주제를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출 하나하나에 의미가 많이 담겨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주인공의 감정과 현실을 대변하는 메타포적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포인트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음악은 힘이 되지만 현실에 나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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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는 ‘음악’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표현된다. 음계를 떠올리면 주인공인 ‘공주’가 잠시나마 외로움도 두려움도 잊게 만들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돕는다. 음악을 통해 웃음을 되찾아가는 것도 잠시, 세상에 알려지기 두려운 공주와 그런 공주의 음악을 알리고 싶은 친구들 사이 갈등이 생기며 비극으로 향하기도 한다.

 

여기서 ‘음악’은 공주와 세상을 이어지게 하는 매개체로써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통해서 새 친구들, 즉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적응할 수 있었지만, 음악으로 인해 친구들과 갈등을 겪으며 세상과도 점점 멀어지게 되기도 했다.

 

영화 중간에 “음악은 힘이 되지만 현실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음악이 세상을 만나게 도와줬지만 결국 세상과 멀어지게 하는 존재였다는 점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하지 마. 너가 무서워하면 물도 무서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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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을 간 학교에서 본 돌고래 동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장면이라던가, 수영을 배우는 장면, 그리고 물 속으로 뛰어드는 엔딩 장면까지. 영화를 보면 전체적으로 ‘물’과 연관된 것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아마, 물은 공주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장소가 아니었을까 한다.

 

전학간 곳에서 마주하는 돌고래와 수영장은 새로운 현실을 맞이한다는 느낌을 준다. 수영을 배우는 장면을 통해서, 공주가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엿본다. 그렇지만 이미 큰 상처를 입었던 공주는 새로운 현실을 배우고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공주에게 ‘은희’라는 친구는 “무서워하지 마. 너가 무서워하면 물도 무서워해.”라는 얘기를 해주는데, 이는 ‘현실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 너가 현실에 나아가기 두려워하면 현실도 역시 그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이후 친구들과 대화 중 ‘물에 빠지면 죽으니까’라는 말과 함께 ‘풀장 완주’가 소원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세상의 가혹함에 결국 공주는 물 속으로 몸을 던지게 되는데, 이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장면에서는 왜 그리 수영을 열심히 하냐는 질문에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 봐.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라고 답하는 대사가 떠올랐다. 아마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현실에서 살아보고 싶을까 봐.”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 아니었을까.

 

 

 

희망의 빨강, 불안의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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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를 볼 때는 알아채지 못했는데, 영화를 N차 관람하다 보니 색을 통해서도 주인공의 심경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같은 피해자였던 화옥이와 새롭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나게 된 은희. 수영장에서 의지하던 킥판, 처음으로 공주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었던 엄마. 이 네 가지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공주가 호감을 보였던 사람 혹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들이자, ‘빨강’이라는 색을 띠고 있었다.

 

반면, 과거 성폭행의 장소였던 주인공 집에 달린 고장 난 선풍기, 산부인과에서 남자 의사선생님에게 진료를 받기 전 파랑으로 전환되는 화장실 문, 파란색 옷을 입고 있는 가해자와 그 관련 인물, 별거 중인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탔던 버스, 자살하러 가기 전 지나간 다리. 이것들에서 파란색을 띠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공주로 하여금 두렵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저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서도, ‘색’을 활용해 내용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HAPPY ENDING or SAD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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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과거 집단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면서 세상에 다시 내쳐진 공주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말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여기서 해석이 되어져야 할 부분이 이어 등장한다. 물속으로 뛰어내리고 난 후, 잠시 뒤 공주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물속을 헤엄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는 것이다.

 

과연 영화의 끝은 해피 엔딩이었을까? 새드 엔딩이었을까?

 

스스로도 이 영화의 결말이 해피인지 새드인지 정의를 내리기 참 어려웠다. 영화를 볼 때마다 결말의 해석이 바뀌었던 것 같다.

 

처음 생각했을 땐 해피엔딩이었다. 물속에서 다시 헤엄치는 장면과 함께 “왜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해?”라는 질문에,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 봐.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라고 답하는 대화가 나온다. 이러한 대화 내용과 수영하는 장면을 통해, 공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마음이 바뀌면서 다시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로 영화를 본 후에는 ‘과연 해피엔딩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한번 더 봤을 때는 ‘새드엔딩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친구들과 교실에서 소원을 얘기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공주야 넌 꿈이 뭐야?”

“풀장 완주…”

“왜?”

“물에 빠지면 죽으니까… 25M. 딱 그만큼만 가보고 싶어.”

“공주야, 가봤자 벽이야. 벽.”

 

 

풀장 완주가 소원이라는 말에 “공주야, 가봤자 벽이야. 벽”이라는 대사가 결말의 복선처럼 다가왔다. 이는 마치 공주가 다시 헤엄쳐 나가더라도 결국에는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살고 싶어져서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해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 편견 등으로 인해 의지할 곳 하나 없는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은 ‘새드엔딩’이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20살 때 봤던 영화를, 30살이 된 지금 다시 꺼내어 본다는 건 생각보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보는 시각이나 관점이 살짝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몇 번을 볼 때마다 숨 막히는 현실이 가슴을 죄어오는 느낌은 변함없었다. 한공주를 처음 봤을 때가 여전히 떠오른다. 답답한 영화 속 이야기에 숨이 막혀와 가슴을 두드리며 봤던 기억이 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영화를 보고 있던 것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다를 바 없는 것은 다시 꺼내어봐도 참 연출을 잘한 영화라는 생각이지 않았을까. 너무 무거운 주제라 쉽게 시작을 누를 수 없기는 하지만, 많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 기회가 된다면 다들 한 번씩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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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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