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 속 유명한 한 구절이다. 꽃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그 이름을 붙여 명명하였을 때 비로소 '꽃'이 된다. 나와 너의 존재가 형태를 띠는 것은, 나와 네가 우리로써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노래 가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노래는 듣기 나름이다. 작사가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글을 적어 내려갔는지는 사실 우리가 알아내야 할 부분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 우리 귀로 흘러들어 가는 노랫말이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울리는지이다.
오 밤 끝없는 밤
눈이 떠지지 않아
Endless dream, good night
꼭 깨워줘요 영영 내가 눈을 못 뜨면
속삭여줘요 갑자기 날
놀래키는 건 하지 말아요
필자는 <끝없는 밤>을 들으며 세상에 지친 누군가가 편안하고도 무한한 휴식을 맞이하는, 그러면서도 영영 이 고요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가슴 한편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사람이 그럴 때가 있다. 너무 열심히 살다 보면, 최선을 다해서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하고 힘이 빠지는 순간. 그럴 때면 잡음 하나 섞이지 않은, '무'의 상태와도 같은 어딘가에서 며칠 간은 누워만 있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다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떡해?'라는 조급함. 그 초조한 생각이 이 세계에서 우리를 계속 작동시키는 엔진이 되는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마치 내가 그렇게 바라던 휴식의 공간에 처음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멜로디와 함께 어우러지는 나른한 가사가 마음을 울렸다. 마치 머릿속에 진동벨이 울리는 듯한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잠잠해졌다. 그런데, 만약 이 노래의 가사가 배에서 멀미를 할 때 쓰인 노래하고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자도 자도 잠이 와요 끝없이
지금껏 몇 편의 꿈을 꾸었지
볼이 퉁 퉁 부어
초점 없이 앉아있으면
눈이 다시 감겨요
실제로 <끝없는 밤>은 가수 이찬혁이 군 복무 시절 배에서 멀미를 하며 쓰인 곡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가사를 보니 그럴듯하다. 멀미로 인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눈만 감기는 어지러운 상황.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기 전까지 필자는 원래부터 이 노래가 어떤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는 줄만 알았다. 어쩌면 나의 이러한 착각은 모든 노래 가사가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가사가 단순히 쓰이면 또 어떠한가? 그렇게 쓰인 노래는 과연 가볍고 무의미하기만 할까?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인간이 꽃을 '꽃'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에는 우리가 그것에 꽃이라는 이름을 쥐어준 데에 있다.
노래 가사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그 글자 하나하나를 어떻게 되새기냐에 따라 노래가 가지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자, 이제 필자에게 <끝없는 밤>은 복잡한 생각을 제쳐두고 싶을 때, 고요한 공간에서 나른히 잠을 청하고 싶을 때 찾는 곡이 될 것이다. 이 노래의 탄생이 울렁이는 배에서 적혀 나온 경험일지라도 말이다.
이름은 붙이기 나름이다. 의미를 찾는 몫은 나 자신에게 있다. 이처럼, 어떤 노래를 듣든 그 하나의 멜로디가 당신에게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어쩌면 그것이 가사가 쓰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선율로써 전달되는 이유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