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로 다른 우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

영화 <코다>(2021), 아는 이야기 속 새로운 시각
글 입력 2021.09.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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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가족 그리고 음악 이야기를 덧입힌다고 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스토리 라인이 있다.


주인공은 초장부터 가족들과의 불화를 면치 못할 것이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아직 제대로 된 틀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들과도 어찌저찌 잘 풀릴까 말까 한 하루들을 보내고 있고, 연말에 있을 교내 파티는 골칫거리밖에 되어 주지 못한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음악은 이 주인공에게 유일한 안식처다. 주인공은 음악에 마음을 내어 주곤 스스로에게 몰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관객들은 음악과 함께 성장하는 주인공과 가족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적절하게 흘러 나오는 음악으로 인해 영화의 서사에 설득당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관객들에게 스토리를 즐길만 한 이유를 부여한다. 그러나 예상 가능한 스토리 라인은 과연 그것 자체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아는 이야기라도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영화 <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영화 유튜브 채널 ‘무비건조’에 출연한 배우 겸 감독 김윤석의 말을 한번 짚고 넘어가 보려 한다. <코다>를 보고 나온 뒤에는 새로운 이야기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새로운 시각에 기대를 건다는 김윤석의 말이 떠올랐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마는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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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인 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로는 악곡이나 악장의 종결부를, 두 번째로는 청각장애인인 부모를 둔 자녀를 의미한다. 루비의 가족은 엄마인 재키, 아빠 프랭크, 오빠 레오이며 주인공인 루비 로시는 이 집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집안에서 노래를 하고 싶어하는 루비는 ‘코다’의 첫 번째 의미에도, 두 번째 의미에도 해당하는 셈이다. 코다는 루비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역할들을 상징하는 단어 그 자체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부여되는 여러 역할들과 갈등을 맺으며 성장하는 서사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이 영화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마음이 가도록 유도한 뒤 가족 내에서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상 가능한 이야기에 살을 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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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엄마인 재키는 자신의 눈에는 아직도 루비가 아이 같다고 말하면서 루비가 가족들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대학 생활을 할 것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재키는 루비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것 이상으로 루비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체로 주변 인물들에게 의지하는 위치에 있는 엄마에게 루비는 ‘엄마도 세상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그 이후에 비춰지는 재키의 얼굴은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영화의 중반쯤, 루비가 버클리 음악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남편인 프랭크에게 재키는 ‘루비가 노래를 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 ‘루비가 합격하고 나면, 그때는 어떻게 해.’ 하고 묻는다. 이 장면은 재키가 루비에게 갖고 있는 애착과 직접 들을 수 없는 루비의 음악에 대한 심정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신과 결정권은 루비에게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안함을 가실 수는 없는 것이 재키의 상태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또 루비가 합격한 이후를 묻는 것은 가족 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루비의 위치가 그동안 가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하는 대사다.


루비의 오빠인 레오는 재키, 프랭크와 루비에 대해 조금 다른 입장을 취한다. 재키와 프랭크는 할 수만 있다면 가족 내의 통역 역할을 계속해서 해 주기를 바라지만 레오는 루비뿐 아니라 본인도 가족 내의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위치에서 부모님이 자아를 확립해 나갈 시기에 있는 루비에게 점점 더 의지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문제 삼으며, 루비가 독립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인물은 레오다.


그러나 동시에 루비에게 삐딱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잦은 레오는 루비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레오는 루비가 청각장애인인 재키, 프랭크, 그리고 레오 본인의 말을 통역하며 가족을 대표하는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옳지 않다고 여기곤 더는 보호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레오가 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 어찌 보면 루비의 ‘도움’은 가족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들조차 그 가능성을 막아 버리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다>는 여러 다툼과 갈등 속에 루비뿐 아니라 레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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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인 프랭크는 가족 구성원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루비가 원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결정도 쉽게 내리지 않는 프랭크는 영화 내내 루비의 진로에 대한 어떤 입장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에게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루비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고, 그러면서도 가족들의 생계에 큰 무게감을 갖고 있다는 프랭크의 특성은 가족 영화에 등장하는 가정적인 ‘아빠 역할’의 전형성을 띠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프랭크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전형성은 캐릭터에 대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중후반쯤, 루비의 가을 학예회에 가족들이 초대되어 무대를 감상하는 장면은 프랭크가 처해 있는 상황과 현실적인 고민들을 이해하게끔 하는 실마리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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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예상 가능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던 말을 떠올린다. 사실 이것은 일상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라 할 수 있는데,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예상 불가능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그 상대방이 지닌 다양한 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코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청각장애인과 청인이 함께 살고 있는 가정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개성 넘치는 사건 같은 것을 걷어내고 이들이 지니고 있는 내부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중요시하고 있는 듯 보였다. 특별한 사건을 다루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집중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인물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의 음량을 높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코다>에서의 이야기 전달 방식이 그에 딱 맞아 떨어졌다.


글에서는 가을 학예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루비의 무대를 보는 나머지 세 가족 구성원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 장면은 서로 다른 위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 이후, 서로가 처한 입장을 이해하고 이전과는 다른 행동들을 해 보려는 인물들을 보며 내가 기다려 왔던 장면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화 <코다>는 다른 이들의 삶을 관조하는 것 이상으로 이해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스토리 라인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다루고 있었다.


<코다>의 주인공은 루비라고 말했지만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 그 과정이 선명하게 드러났던 만큼 이 영화에선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각각의 캐릭터가 돋보였다는 점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코다>의 상영관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지금, 얼마 남지 않은 관람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박이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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