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내게 시간을 달라, 당신을 받아드릴 시간을.

처음이 서투른 사람의 고백
글 입력 2021.08.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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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당신을 시작하며

아트인사이트 [Project 당신]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을 시작해 현재는 컬쳐리스트 활동으로 이어가는 나, 이서은은 사실 에디터 활동 중에도 [Project 당신] 초대를 보았다. 당시 프로젝트나 문화 초대에 거의 반사적으로 [향유하기]를 터치하던 나는 '당신'이라는 '나'란 소재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나'에 대해 글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궁금할 사람이 있을까? 그전에 내가 나를 제대로 알긴 하나? 갖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아무래도 글을 쓰기로 했으니 관심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막상 관심을 받으면 무섭고 진저리치며 도망친다. 이런 내가 [Project 당신]에 참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류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별 거 아닌 도전, 아니 시도겠지만, 나에게 [Project 당신]을 참여하는 의의는 나에겐 도전이고 용기를 내어 한 글자씩 적어가는 것임을 밝힌다.



*

내가 정의한 나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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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피자



본인은 보편적인 동양인 비율을 가지고 태어났다. 부친의 어깨를 닮은 각진 어깨와 단단한 살을 가지고 있다. 허리가 길고 얇아 어떻게 보면 골반과 대비에 좋아 보이는 착각을 주는 형태지만 사실 비율이 좋지 않다. 나는 덤으로 발달한 승모근이 싫었고, 근력 운동도 기피했다. 모친에게 덩치 있어 보인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당시는 마르고 얄팍한 모양새를 다들 추구하는 때라 나는 이런 내가 싫어 움츠러들었다. 자연스레 말린 어깨와 굽은 허리는 현재의 나를 지탱하기 힘들어한다.

 

시대가 변하고 나 스스로 확신이 조금씩 생긴 어느 날, 전신 거울 속 내가 보였다. 그리고 뭐 그리 건달처럼 걷니? 소리를 들었다.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당찬 팔자걸음으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내 모습은 볼품없었다. 이 모든 게 겹쳐 보이니, 나는 자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기에 바른 자세를 배우는 수업도 청강했다. 이미 바른 자세를 갖춘 동기도 많았다. 벽에 나란히 붙어 서서 5분씩 버티는 일이었는데, 멀쩡한 동기와 비교해 얼마나 땀을 삐질삐질 흘렸는지, 불편한 정장과 단정한 구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교수님은 대한 항공에서 오신 분이셨고 그런 교수님께 나는 주요 대상이었다.


나는 바르게 앉는 습관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려워 금방 포기했다. 허리를 곱게 펴고 앉기란 정말 힘든 도전이었다. 한 번도 책걸상에 바르게 앉아본 적 없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허리를 혹사시킨 나는 1분도 견디지 못했다. 기초 근력이 없는데다가, 힘을 주는 요령도 몰라 숨 쉬는 게 전부였던 나는 코어 근육이 유달리 약했다. 당연히 체력장에서 윗몸일으키기와 오래 매달리기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공 시간에 받는 지적과 더불어 체력이 모든 일의 시작이고, 체력이 있으려면 근육이 있어야겠다를 몸소 체감하자 나는 근력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허리를 펴야겠다는 혼자와의 치열한 싸움은.

 

갑자기 나라는 사람을 정의한 데 '허리를 펴자'라고 말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본인은 허리를 피는 것과 같은 소소한 도전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간 달라지는 거 아니야? 내 속도는 사회가 정한 성장을 따라잡지 못했다. 앞서간 사람에겐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일지 몰라도, 나는 꾸준히 노력한다.

 

지금의 나는 10초도 버티지 못해 부들대던 플랭크도 이제는 30초는 부들거리며 버텨낸다. 1분도 허리를 펴지 못했던 나는 10분이고 1시간이고 허리를 펴고 앉을 수 있다. 물론 의식하지 않으면 금방 구부정할 때로 돌아간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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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6.5 온도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6.5도다. 아 물론 코로나 시대에 자주 체온을 재는 편이니, 가끔 오류로 저체온이 나오지만 대체로 무난하다. 어느 그룹에는 '투 머치' 열정 분자로 인식되지만, 막상 '투 머치' 열정 단체에선 누구보다 게으르고 뜨겁지 못하다.

 

말도 못 하던 신생아 시절부터 찍힌 사진은 항상 활짝 웃고 있고, 그 어렵다던 돌 사진도 카메라만 보면 꺅꺅 웃으며 보조개를 찍어내던 나인지라, 누구보다 외향적이고 스파크가 튀는 사람인 줄 알았다. 헌데, 알고 보니 나란 사람은 내향적이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쉽게 기가 빨려 녹초가 된 상태로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던 사람이었다. 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MBTI가 참 좋다. 외향적인 내향인 이에요. 내향적인 외향인 입니다. 왜냐하면요 - 라고 주절거리기보다, 아 I인데 E로 보는 사람이 많아요. 얼마나 손쉬운 표현인가. 요즘 들어, 내 피드에 MBTI 밈이 자주 뜨더라. 이를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할까,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나는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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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 미지근한 온도라, 딱 그만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적인 재주가 많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운동도 꽤 했고, 공부도 딱 그 정도였다. 예체능 특화로 살아왔으나 막상 예체능으로 성취한 것도 없고, 포기한 예체능 대신 시작한 공부도 그만큼 열의도 없다. 취미도 취미로 즐기되 전문적인 반열은 아니고 그저 끊임없이 해올 뿐이다. 그래서 얄팍하지만 넓은 사람이라고 나름 레이블링했는데, 올해 다녀온 전시회 <앤디 워홀 더 비기닝(ANDY WARHOL : BEGINNING SEOUL)>에서 앤디 워홀이 자신을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 (I am a deeply superficial person)' 정의함을 보고 나는 얄팍하다고도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을 강렬히 느꼈다. 단 한번이라도 그처럼 오랫동안 뜨거웠던 적이 있나? 깊숙함과 넓음의 개념은 다르지만, 세계적인 위인 자신도 '얄팍한'이라 부르는데, 나는 자격도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순간에 나의 온도는 저체온으로 떨어진다. 그럼 선명해진 정신력은 나를 달구기 시작한다. 그동안 놓친 게 없는지 점검하고 뭘 더 해야 할지 고민도 빠진다. 그럼 뭘 하나 시도는 하고 나름 시간이 걸려도 끝은 본다. 하다못해 자격증 시험이라도 치르거나, 기분전환을 위해 대청소를 한다든지, 아니면 어느 프로젝트에 참여해본다든지, 혹은 기막힌 외출 계획을 세워 나갔다 오기도 한다. 그럼 다시 나는 적정한 온도인 36.5가 되어 to do list를 done으로 바꾼다. 그렇게 365일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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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죡해지거나, 완만해지거나



뾰족하다 함은, 날카롭고 한 곳을 향해 정점을 찍는다. 콕하고 찌르면 아프다. 바늘에 콕 하고 찔릴 때면 살결에서 고이는 핏방울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그런데도 확실하다. 나는 아직도 체할 때면 손가락을 딴다. 그럼 검붉은 핏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효과는 금방이고 금세 체기는 사라진다.

 

완만하다 함은, 둥근 능선이 넓게 퍼져있거나 혹은 엄청 작은 반경 속에 있다. 마치 종이 위에 점하나 찍힌 것과 같을 수 있다. 완만하다는 단어는 긍정적으로 느껴지나 모남이 없어 특색이 없다. 종이의 점 하나가 되지 않으려면 종이가 되어야 한다. 그 종이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으나,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종이가 되려면 그만큼 무수한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야 한다. 그래야 품을 수 있다. 그 후에 바다만큼 넓은 범위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으나, 보장할 수 없다.

 

어릴 적 산만한 편이라, 나는 전문인을 동경했다. 뾰족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날카롭고 치우친 사람이 되고자 소망했지만, 대체로 칠칠하지 못했던 본인은 바늘에 수십 방을 찔렸고 방울이 아닌 웅덩이에 절여졌다. 애초에 그릇이 안 되는 건가? 가장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에게 칭찬 한마디를 들어본 적 없이 자라, 나는 나의 가능성을 시험하지 않았고 차라리 못난 사람이 되어 종이 위의 점 하나가 되기로 했던 시절도 있다.

 

나란 사람은 원만한 성격이 되지 못하고, 어느 시점엔 폭발해 차가워지기에, 뭐 하나 선택할 수 없었다. 부정적이고 나쁜 소리에 면역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이것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인지, 인내는 길어졌으나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자니 스스로 매우 미안한 짓이었다.

 

사회는 차가웠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체된 삶을 살아가던 중, 나의 성향은 나를 가만히 두지 못했다. 종이 위의 점 하나로 만족할 수 없었다. 완만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고, 뾰족해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결핍된 무언가를 고쳐야 했다. 결국, 모든 도전을 뒤로 미루고 창대한 끝을 위해 숨죽여 엎드렸다. 이 과정이 뾰족할 수도 있고, 거시적으로 보자면 결국은 대기만성형으로 완만한 사람이 되기 위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겠다.

 

나는 선택을 보류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선택적 선택을 한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지 몰라도 내가 뾰족할지, 완만할지 그 사람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나는 그저 당당히 허리를 펴고 딱 알맞은 36.5도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하고 싶은 걸 하려면 싫은 것도 해야 한다) 하고 살면 된다. 세모난 동그라미는 제대로 굴러가진 않아도 어찌어찌 걸어가고 있다. 

 


**

사회가 정의한 현재 당신은

간략한 자기 소개는? 아님 근황이라도.

 

 

2021년인 올해로 28살, 1994년 10월 28일생으로 전갈자리. O형.

어릴 적 ENFP로 살았으나 지금은 INTJ 혹은 INFJ로 살아가는 중.

말하기 전까지 E로 인줄 알았어요! 를 듣는 현실.

호텔경영학 전공, 전공에 맞춰 호텔을 시작으로 

여러 이직과 연봉 상승을 목표로 살았음.

꿈에 그리던 독립 후, 현재는 중고 신입으로 새로운 도전 진행 상태. 연봉 앞자리가 달라졌다. (물론 내려갔음. 서비스직을 경력으로 쳐주는 곳이 별로 없음)

박봉으로 시작했으니 잔고는 보잘것없고, 당연히 무주택 세대주로, 차도 없는 

1인 가구이자 Z와 알파 세대가 점점 이해하기 힘든 밀레니엄 세대. 

아 물론, 아직 학생인 Z세대 동생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중.

형제는 부양가족으로 쳐주지 않아 아쉬운 상태.

현재 중고 신입으로 새 업계에서 도대체 내가 잘하는 게 뭔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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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무엇을 하는지?


 

출근 후 나는, 남이 탐낼만한 인재도 아니고, 잘나서 사람들이 붙는 형편도 아니다. 시간을 충실히 보내며, 때로는 놀기도 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현재 나는 인턴근무를 하고 있다. 도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분수에도 맞지 않는 기회를 얻었고, 인턴 종료 후 정규직 전환도 얘기가 나온 상태, 물론 계약서 쓰기 전까지 모를 일이고 '조율'하겠다는 것이기에 확정된 사항은 없다. 단순히 중고 신입으로 입사하여, 깎인 연봉을 올려준다는 조건과 계약을 이어간다는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나는 현재 불온한 상황으로 실제 불안하면서도 온전하다.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뭉툭하게 말해도 되나 싶지만 먼저 내가 하는 '무엇' 에 대한 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인턴으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기획이나,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서비스 기획자로서 한 파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아직 부실한 기획이라 허점도 많고 시야도 넓지 못해 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인턴이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냥 일꾼 수준이다.

 

나는 서서 교대근무를 하거나, 혹은 앉아도 현장 근무와 겸업하는 일을 했기에 온전히 노동 시간 동안 앉아서 일해본 적이 없다. 때맞춰 남들 먹는 시간에 점심을 먹어보는 것도 처음이다. 호흡이 긴 프로젝트도 처음이고 협업이 이토록 필요한 업무도 낯설다. 무조건 빨리빨리 치고 나가야 하는 현장 특성과 다르게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 빚어야 하는 업무도 처음이라, 실수도 잦다. 그래서 기획 업무를 하고 있으나 기획자라 칭하기 어렵고 포지션도 확실하지 않다. 일단 뭐라도 찾아보고 적어본다. 먼저 들어보고 경청하고 질문한다. 멍청한 질문일지라도 확인한다. 사회로 뛰어나와 처음으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농작물이 잘 성장하기 위해 땅을 일구고 개간하며 나에게 공을 들이는 일을 하고 있다.

 

퇴근 후 나는 많은 일을 한다. 대충 나열을 해보자. 첫째, 집 안 청소와 분리수거, 장보기, 구매 대행 등 대체로 사이즈가 크고 구시대적 발상으로 정리한 아버지의 역할을 가미한 부분을 담당한다. 둘째, 글을 쓴다.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 중 큰 지분을 차지한다.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함으로 정기적인 글을 발행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취미로 끄적인 습작이 많았다. 이를 개인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에 남긴다. 셋째, 가끔 그림을 그린다. 본래 미대 지망생으로 내 인생엔 그림 말고는 없다! 라는 태도로 쌓이는 연습장만큼 그림을 그렸으나,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좌절 후 취미로 남았다. 이 감각적인 재능은 회사에서 자주 활용하고 있다. 넷째, 독서를 한다. 사무실 이전까지 출퇴근 길이 왕복 3시간이라 대중교통 이용 시 독서를 했는데, 이전 후 가까워져 집에서 따로 시간을 낸다. 읽는 만큼 머리에 남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닌가 보다. 재택근무로 바뀐 덕분에 먼저 일어나 30분가량 독서 후 출근 메시지를 보낸다. 다섯째, 문화생활을 한다. 내가 말하는 문화생활은 많은 걸 포함한다. 하다못해 방구석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문화생활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다녀오는 문화 초대가 많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 극장과 전시회를 자주 다녔다.

 

여섯째, 가끔 자격증 공부를 한다. 올해 초 그래픽과 어학 자격증 취득 후, 빅데이터 분석 기사를 호기롭게 도전하였으나 관련 지식이 전무해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자, 현재 데이터분석 준전문가로 돌린 상태. 개발자와 소통하는 일도 있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분석적인 사고관을 갖고자 시작한 공부다. 올해 하반기 시험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일곱 번째, 길면 1시간 짧으면 20분 정도 운동을 한다. 인턴 근무 시작 전 매일 1시간씩 했으나, 현재는 일주일에 3~4번, 못하면 2~3번으로 홈트레이닝을 1년 넘게 하고 있다. 확실히 체력이 좋아지니 아침도 달라졌다. 느리지만 천천히 건강해지는 중이다. 여덟 번째로 일정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을 둔다. 1주 단위의 스케줄러를 작성하고 메모 앱을 이용해 연 단위로 내가 할 일, 목표, 그리고 과정을 관리한다. 기억력이 매우 나빠져 이 루틴을 빼먹으면 한 주는 엉망이 된다. 계획하에 유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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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 싶은가?


 

여러 직업을 가지고 싶다. 한 단어로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또 내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분야는 편향됐으나,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거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 내가 가진 직업이 연결점을 가지고 각 직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할이 돼주길 원한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한 곳에는 '글'이 있다.

 

예를 들면, 다짜고짜 영화를 좋아한다 해서 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고 어느 날 영상 편집을 뚝딱할 수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쓸 수 있는 글을 이용해 글로 파생한 활동을 기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차츰 이것이 자산이 되어 어느 날 내가 누구보다 기막힌 영화 하나를 만들 수도 있겠지. 그래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말에 단 한마디로 정리해 말하기 어렵다. 짧은 대화를 나눌 때면, 잘 모르겠어요 혹은 에디터 혹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하고 수줍게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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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집중하고 있는 소재는 영화와 책이다.


 

무슨 글을 쓰냐고 물어본다면, 영화와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쓴다고 답한다. 거창한 글은 아니다. 내가 보았고 읽었던 작품을 글로 기록한다. 작게 보면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게 기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나, 크게 보면 나의 자산으로 분류한다. 편식하지 않기 위해 아트인사이트 문화 초대를 거의 이용하는 편이라, 이 외의 도서는 쉽사리 시작하기 어렵지만 가끔 한 두 권 씩 추가로 읽고 기록 중이다. (그래서 이번엔 아트인사이트 PRESS로 도전해볼 생각이다)

 

내가 쓴 글이 휘황찬란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거나, 마음을 울릴법한 문장력을 가지고 있진 않다. 누구나 할법한 생각을 담기도 한다.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바로 돈을 받고 쓸 수 있는 글도 아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의미를 가지고 기록한다. 적어도 어딘가 나의 글을 읽을 단 한 사람에게 의미를 줄 수 있을 테니까.

 


***

사적인 당신은

느린 호흡과 시간

 

 

성격은 급하지만, 차분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천천히 밟아간다. 무엇보다 처음이 서투르고 낯설다. 마음대로 안될 때도 많다. 사람과 신뢰를 쌓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의 구절을 소개한다. 이병률 산문집의 <끌림>이란 책의 한 페이지다. 나의 생각에 넣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나는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달라.

당신은 모든 것에 있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하는 시간.

약속 장소에 나가는 시간.

비디오로 본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나서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당신은 스톱 버튼을 누르며, 

심지어 전화받을 때도 벨이 다섯 번 이상 울린 후에야, 

겨우 받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러니 당신에게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랑하는 일에도 당신은 똑같은 속도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중략)

 

그러니 나에게 시간을 달라.

나에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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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솔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나의 사람은 아니다. 사적인 공간에 사람을 들이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데 거부감은 없지만, 나만의 선이 존재한다. 그 선이라는 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나의 인내가 어느 상황까지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간단히 시간 약속부터 크게는 나와 결이 맞는지까지, 그리고 보통 그 선을 건들 것 같은 사람과는 오래 지내지 않는다. 하지만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나를 보여줘도 껍질 안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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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같이 재미 없는 사람



나는 재미가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사람이라, 남의 재미에 맞추질 못한다. 처음이 약해서 곧잘 능숙하게 받지도 못한다. 센스가 없나? 제일 좋아하는 음식도 회고, 마시는 건 아메리카노와 물이다. 무(無)맛을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도 무(無)에 가까운 지경인가 싶다.

 

재미가 없는 것도 없는 건데, 한결같다. 나는 불편하면 말 없는 침묵이 어색해 화제를 찾거나 뚝딱 이가 되어 땀을 뻘뻘 흘린다. 아주 편안한 사람과 있으면 몇 시간의 침묵에도 끄떡없더라. 아주 오래 지낸 지인들이 말하길, 너는 항상 그대로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소나무 같은 사람이라며 덧붙인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내가 먼저 연락도 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무소식이 희소식인 편이다. 

 

 

 

좋아하는 건? 커피, 영화, 책, 맥주, 산책, 여유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새소리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좋다.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조용해 평화롭고 출근 전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사실이 좋다. 물론 이 루틴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소소한 일상이 좋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보는 걸 즐긴다. 영화가 기본 한두 시간, 혹은 세시간까지 시간을 잡아먹어 나이를 먹을수록 자주 못 챙겨보니 아쉽다. 아니면 너무 보고 싶은데도 이제 체력이 안돼서 금세 곯아떨어진다. 하여튼, 일과를 마치고 씻고 나와 맥주 한 캔과 영화 한 편을 보다 잠드는 일상이 좋다.

 

집순이라 외출 계획이 없으면 보통 집에만 있는데, 맘먹고 동네를 걸어 다닌 것도 좋다. 공원을 좋아해서 가끔 산책하러 나간다. 어떨 때는 서울숲이나 올림픽 공원을 가서 몇 시간 내내 걸어 다닐 때도 있다. 아니면 보통 주말에 집에서 퇴근 후 일상과 같은 내 할 일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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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어떤지?


 

취향이 확고한 편이다. 옷도 내 스타일대로 입어야 하루가 기분이 좋고, 내 눈에 딱 알맞게 예뻐야 만족한다. 그래서 환경에 예민한 편이다. 신경 쓰이는 것이 있으면 집중하기 어렵다. 취향에 대해 마음을 비우기 어렵다. 유행을 타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골처럼 우려먹는 편이다. 내 취향을 지키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들이 내 생활 수준과 맞지 않아 포기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모든 게 다 불만족스러웠고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낀 적이 별로 없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하루를 채우고 있다. 세상살이는 팍팍해도 나는 행복해지고 있다. 내 취향은 누군가보다 상당히 촌스러울 수도, 아날로그 할 수도 있다. 우직하게 한 길만 밀고 나가는 사람 같다. 좋아하는 영화로 말하자면, 미장센이 예쁜 영화가 좋다. 좋아하는 영화는 주기적으로 다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기고를 위해 다시 본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인유어베인스>, <러스트앤본>, <싱글맨>, <말레나>, <하이라이즈>, <우리, 둘>, <더 폴> 등, 여러 영화가 있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영화를 적어보았다.

 

둔하면서도 예민한 그런 취향 때문에 가끔 나 혼자서도 혼란을 느낄 때가 많다. 다 같은 카페인데 어느 날은 사람이 많아 싫다든지, 사람도 없고 모든 게 완벽한데, 뭔가 자꾸 시선이 분산된다든지, 느리고 둔하다 여기며 살아왔는데 주변 환경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스스로 이해 못 할 때도 있었다. 정신력이 정말 약하구나!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취향이다. 유약하고 보이고 싶지 않은 면까지 사랑할 수 있는 취향을 갖고 있다. 아래는 예전 기고한 글 중, 내가 좋아하는 톤에 대한 단락이다. 나는 이러한 것이 좋다.


 

Q.그럼 나는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들을 좋아하는가?

 

가치 없는 것들이 좋다. 순간의 찰나를 담는 것이 좋다.

휘발성이 강한 쓸데 없는 감정을 체감하는 것이 좋다. 쓸모없는 예쁨이 좋다.

순간을 위해 강렬히 불타오를 수 있는 빛깔이 좋다.

내일이 없는 오늘이 좋다.

위태롭고 처연한 이야기들이 좋다. 밑바닥 저 너머로 사라지는 그늘이 좋다.

투명한 밑바닥이 좋다. 그저 속없는 아름다움이어도 좋다.

 

<출판저널 522호, 글을 소화하는 시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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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공간에서 쓰는 당신의 글은

 

 

아직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많다. 어떤 말이냐면, 어느 작품을 보고 받은 감상을 '인상 깊었다'로 밖에 표현 못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인사이트도 깊지 않고, 서투름이 많다. 한참 시도하는 중이고, 그래서 저 멀리 있을 미래의 나를 위해 계속해서 나를 위한 글을 사적인 글을 쓴다. 아래는 내가 이번 아트인사이트의 공동 저자 프로젝트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마지막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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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단을 쓰기 위해 쓰인 나의 글은, 글로써 유의미한 결과를 남기고자 한다. 나의 경력, 등이 아니라 순전히 나를 위해 나를 보듬기 위한 사적인 글을 남기는 것 또한 일맥상통하다. 내가 태어나 하는 모든 것은 나를 위한 것이다. 글을 통해 나를 더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사적인 글을 쓴다.

 

 

좋아하는 것이 매일, 매달, 매년 똑같을 수 없다.

바뀔 수도 있고 아니면 조금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믿는다.

유한한 삶과 나에게 허락된 한정된 시간 속에서 

나는 분명 유의미한 활동을 할 것이다.

활동의 결과가 꼭 경제적 이득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나를 믿는다는 확신에 투자한다.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내가 가는 삶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방향을 향해 걷는 동안 행했던 유의미한 다양한 활동들이 만나

각 지점의 다채로운 상생을 통해 새로운 스파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스파크는 곧 나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고 

다음 스텝을 위한 발판을 제시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통해 나는 나를 아낀다.

모든 것을 사유하게 되므로,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아주 조금 다를 것이고

그것이 쌓여 꿈꾸는 미래가 올 것을 믿는다.

 

아트인사이트 Vol.1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中 내가 정하는 세상 - 이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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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당신을 마무리 하며

아트인사이트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의 취지는 자기소개다. 나만의 방식으로 소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신을 인터뷰하는 계기로 나를 위한 질문과 답변으로 채울 수 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본인만 아는 이야기로 채워 넣은 이 글이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겠다. 불친절한 글일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Project 당신]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나를 나만의 방식으로 담아낼 기회며, 이 감성을 그대로 모두에게 전달해볼 수 있다.

 

본인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써본 글을 의미 있게 모두에게 전달해본 기회를 가져본 소감은 상당히 조심스러우면서도 부끄럽다. 결국, 이 글은 '엄청나지는 않지만, 천천히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라는 단 한 줄짜리 내용을 자아도취에 빠진 것처럼 뚜렷한 목적이 있는 활동으로 포장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고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왕 프로젝트에 도전했으니 스스로 주는 칭찬이라 여기며, <프로젝트 당신>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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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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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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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다영
    • 서은 님의 색깔이 물씬 묻어나는 소중한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글에서 서은 님만이 가진 따뜻한 진솔함과 단단함이 느껴졌어요! 중간중간 삽입해 주신 이병률 산문집 글이랑 기고해 주신 글의 일부는 너무 인상 깊고 좋아서 더 찾아 읽고 싶어졌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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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릉
    • 이다영안녕하세요 다영님 :) 소중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댓글을 발견했네요! 이병률 산문집 <끌림>은 두고두고 편안히 읽기 정말 좋습니다. 이외에도 좋은 구절과 사진이 담겨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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