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 베일을 걷다 -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미술/전시]

글 입력 2021.07.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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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기획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1 및 야외

2021. 5. 4. - 2021.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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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장 입구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은 자본주의 세계 질서라는 베일 뒤에서 아무렇지 않게 환경에 폭력을 행해온 미술관의 참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환경 위기에 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예술은 환경을 파괴할 권리라도 가진 것처럼 사회적 담론의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있다. 최상호 큐레이터는 이러한 상황에 의문을 가지고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미술과 환경이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심스레 쌓기 시작한다.


투박한 나무판자 위, 오로지 흑과 백으로만 쓰인 글자들. 전시실 입구부터 ‘친환경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마찬가지로 내부에도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은 나무판자가 그대로 사용되어, 이때까지 보던 전시장과는 달리 거친 느낌이다.

 

작품 설명문과 월 텍스트 또한 따로 인쇄하지 않고 종이에 직접 쓰거나, 디지털 기기에 타이핑한 것을 검은 배경의 모니터에 띄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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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스택 앤 스택(팬데믹 안에서)>, 2020, 마스크 재활용 소재, 32×32×44cm

 

 

‘미술이 환경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인가?’라고 생각하며 처음으로 마주한 작품은 김하늘의 <스택 앤 스택(팬데믹 안에서)>이다. <스택 앤 스택(팬데믹 안에서)>은 버려진 수천 장의 마스크를 열풍으로 녹이고 식히는 과정을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작품이다.

 

코로나가 지구를 덮친 이후, 전 세계의 마스크 폐기물은 1분에 300만 개씩 발생한다고 한다. 이에 작가는 여러 혼합물로 만들어져 재활용도 어렵고, 귀에 거는 끈으로 야생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마스크를 의자로 만들어 환경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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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구석, 이전 전시에서 나온 폐기물

 

 

전시장 구석에는 아름다운 작품 이면에 숨겨져 있던 폐기물이 있다. 이는 이전 전시에서 나온 폐기물을 제멋대로 쌓아둔 것으로, 지구에 사는 생물 중 오로지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을 위해 별 문제의식 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치웠어야 할 것을 그대로 두기만 한 것임에도 전시 주제를 이보다 더 잘 전달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지금, 예술을 방패 삼아 환경을 지켜야 할 의무에서 은근히 발을 빼는 미술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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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드 베시티(Walead Beshty), <24인치 구리 (페덱스 대형 크래프트 박스 ⓒ 2005 FEDEX 330510), International priority, Mexico City-London trk #857840146641, Oct 13-15, 2010, International priority, London-Busan, trck #138787127040, April 20-29, 2021>, 광택 있는 구리, 페덱스 배송 조회 송장, 배송 라벨 61×61×61cm, Zabludowicz Collection 소장

 

 

월리드 베시티는 전시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작품의 운송 과정에 주목한다.

 

사실 우리는 작품이 이미 깔끔하게 전시된 이후의 모습을 보기에 그가 우리 눈앞으로 오는 동안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전시 서문에 따르면 해외에서 작품을 운송할 때 선박을 이용하면 항공 운송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0 수준이나, 소요 시간은 4배가 걸리기에 대부분의 미술관은 항공 운송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전시는 항공 운송을 줄이기 위해 작품 제작 설명서를 전송받아 현지에서 재제작한 작품, 실제 작품 대신 인쇄물로 대체한 작품, 생중계로 전시되는 작품 등 지속 가능한 미술관을 위해 가능성 있는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다만 환경을 생각해 앞서 이야기한 방법대로 전시되는 작품이 많아진다면, 사람들이 굳이 오프라인 미술관을 찾아올 이유가 있는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불필요한 정리를 하지 않아 투박한 분위기의 전시장, 어둑히 작품을 비추는 조명, 월 텍스트 대신 자리 잡은 삐뚤빼뚤한 손글씨와 새카만 모니터. 여타 전시에서 금기되던 요소가 여럿 들어간 전시임에도 관람하는 동안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것은 이때까지 오직 아름다움을 위해 환경을 혹사했음을 암시한다.

 

물론 이 전시를 시작으로 모든 미술관의 제도를 당장 바꾸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베일 뒤에 가려져 있던 미술관의 현실이 작품처럼 마냥 아름답지는 않음을 알아야 한다. 과연 베일을 걷어낸 미술관은 환경과 어떤 사이가 될까?

 

 

참고 자료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지속 가능한 미술관》전시 서문 및 리플릿

네이버 포스트, BIZION, 땅에 묻으면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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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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