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stay strange(이상해도 괜찮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글 입력 2021.07.19 10: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때론 난해하고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들의 집합소가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려운 영화를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작품의 영역들 사이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은 영화를 얼마만큼 애정 하는지, 그 척도를 체크해보는 지표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북 안에 들어있는 짧디짧은 영화 소개만을 의지로 그동안 쌓인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감지해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제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열리기에 어떤 작품을 택하냐에 따라 영화제의 이미지는 각기 사뭇 다를 수 있다.

 

올해 25번째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를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관객으로서 처음 경험해 본 영화제였고, PRESS로서도 처음이기에 글로 감상평을 남길 수 있을 만큼의 여운이 담긴 작품을 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적정한 개봉 시기를 기다리기 위해 여러 작품들은 어딘가에서 고요히 대기 중이거나, 이렇게라도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더 많은 영화를 소개하는 글도 필요하지만, 봤던 영화를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 기록하는 후발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신림남녀(Dieter Fighter), 정지영 감독


 

신림남녀.jpg


 

어느 시대든 청춘의 시기는 날아가지 않게 붙잡아두고 싶은 구간이다. 그러나 견뎌내기 제일 어려운 시기다. 마냥 손 놓고 즐기기엔 갚지 못하는 제약이 따라 들어온다. 이를 무던히 인정하고 꿋꿋이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청춘들이 더 많으며, 불투명해 보이지만 미래에 나름 희망을 걸고 싸워 나간다.

 

<신림 남녀>에서 나오는 소라는 아이돌을 꿈꾸고, 경호는 세계 최고 복싱 챔피언을 꿈꾼다. 그 누구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어설픈 하루를 보낸다. 청춘들의 뜨거운 아픔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로맨스를 겪을 한치의 여유도 없고 나를 제외한 남에게 관심을 쏟을 시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라와 경호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손을 내민다. 완성도 있는 그림의 주축이 되는 꽃이 되기까지 비바람도 맞고, 흔들려야 비로소 완성되듯 이들의 삶도 이제 막 씨앗을 심어 올라오는 줄기처럼 연약하게, 또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들과 같은 또래라 편하게 영화를 보기란 힘들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기보단 마치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처럼 소라와 경호가 뚝심 있게 견뎌 내주기를 바라며 오랜 여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스크린을 바라봤다.

 

 

 

거래완료(Good Deal), 조경호 감독


 

거래완료.jpg


 

옴니버스 영화로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 물품을 직접 거래하고 돈을 전달하는 사연이 담겨있다. 5개의 챕터는 다른 이야기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지만 극 중 인물들이 각 챕터에 또 다른 비중을 달리하며 등장해 재미와 반가움까지 전달해 주고 있다.

 

또한 이 영화의 특징은 챕터가 마무리되는 데에 있어 ‘거래 완료’의 표시를 보여준다. 거래를 하는 사람 사이에 여러 에피소드의 과정들을 길게 거쳐 거래가 완료되기까지 인상 깊은 서사가 이뤄지고 있다. 호의적인 관계로 거래가 매듭이 지어졌기 때문에 완료라는 표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현대에서 조건 없는 호의적인 관계란 시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유지하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관계마저도 어쩔 수 없이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이들이 맺는 거래는 한국의 정(情) 문화에서 관심의 세포는 살아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동생을 위한 절대적 사랑, 조나단 쿠아르타스 감독


 

동생을위한절대적사랑.jpg

   

 

절대적이라는 표현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보통이라는 강도에서 더 나아가 무슨 짓이어도 할 수 있다는 다짐을 보여주기에 마땅하다. 드와이트와 제시 남매는 남동생 토머스를 살리기 위해 살인을 밥 먹듯이 저지른다.

 

동생을 제외한 다른 이들과의 감정이 고립된 상태에서 드와이트와 제시는 선을 넘는 헌신적인 사랑을 한다.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는 동생 토머스를 위해 세상에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사람들을 탐색하기에 바쁘다.

 

이런 잔인한 행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오빠 드와이트와 동생을 위한 지독한 사랑을 굽히지 않는 제시의 충돌은 긴장감을 유발하는 큰 장치다. 과도한 가족애로 인해 생겨난 가족 간의 갈등 때문에 벌어진 또 다른 사건은 잔인함까지 뒤섞여 손에 땀을 쥐게 하기 충분했다.

      

도통 현실에서 감히 찾아볼 수 없는 사연들로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25번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슬로건에 들어맞는 작품부터 우리가 겪어 내야 할 차가운 현실까지 담아낸 이 영화제의 다음 연도의 행보도 기대해 주길 바란다.

 

 

 

조우정-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조우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