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두 친구의 사사로운 여행과 인생 이야기 - 트립 투 그리스 [영화]

글 입력 2021.07.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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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이번엔 그리스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따라가는 그리스 대리만족 미식 여행기

 

영국 유명 배우 스티브와 롭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6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 터키 아소스를 시작으로 그리스 아테네, 이타카까지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낭만적인 여행을 통해 인생과 예술, 사랑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시놉시스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삼박자가 있다. 풍경, 음식, 함께하는 사람까지. 영화 '트립 투 그리스'에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담긴다. 여기에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그리스 미식 오디세이 여행이라니, 콘셉트까지 확실하다.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국 유명 배우 스티브와 롭. 둘은 친구 사이다. 그들의 대화에서 “이번이 네 번째 여행 시리즈야”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번 그리스 여행이 첫 여행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화는 ‘트립’ 시리즈로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그리스를 마지막으로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다.

 

사실, 영화의 제목과 예고편을 보고 난 후 잔잔하면서도 두 친구의 유쾌한 여행을 상상했다. 거기에 철학, 인문학, 예술까지 덧대어지는 이야기라니 어쩌면 보고 들을 거리도 풍부하겠다는 생각에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실제 영화는 예상했던 잔잔한 힐링 여행 분위기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고, 기대감에 부흥하기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영화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두 친구 간의 사사로운 대화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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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예고편 캡처본

 

 

"아하"

 

트로이 목마 속에 한 명이 있다. 다른 한 명은 목마 바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그렇게 두 친구의 《트립 투 그리스》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시에 그들의 대화도 시작된다. 정말 놀랍게도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그리스 신화, 예술, 철학 이야기까지 혼을 빼놓을 만큼 다양한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오간다. 이 와중에 신화 속 인물이 되어 1인극을 벌이다 서로 대사를 주고받기도 하고 갑자기 떠오르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마치 한 작품 속 다양한 극을 한 번에 빠르게 보는 느낌도 들어 색다르게 느껴졌다. 대화가 어디로 튈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작은 말실수 한 톨에도 태클을 걸며 티키타카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마치 현실 친구 간의 대화를 직관하는 느낌이었다. 여태껏 시리즈로 오랜 기간 이어진 케미 덕분이기도 하다.

 

의식의 흐름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사사로운 대화를 따라 보고 듣다 보면 결국 그들의 대화 흐름을 놓치는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막을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의미했고 그저 그들이 하는 행동, 말투, 눈빛,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나 공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점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이때 틈틈이 비치는 그리스의 풍경이 특히 멋졌다. 특히 절벽 위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리고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두 친구의 모습을 볼 때 나도 저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마침 지금도 더운 여름이고, 영화 속 시원하게 뻗은 풍경들은 대리만족 비슷한 느낌을 선사하고 틈틈이 머릿속 환기도 되었다. 그 점은 좋았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그들의 대화는 참 사사롭다. ‘사사롭다’라는 말은 ‘공적이 아닌 개인적인 범위나 관계의 성질에 있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다. 그들의 여행이 사사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직 그들만 공유하고 있는 문화 코드로 대화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바로, 영국식 문화 코드이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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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예고편 캡처본

 

 

여기서 영화의 장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장르는 ‘코미디, 드라마’이다.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각 나라마다 통(通) 하는 문화코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도 그들이 유명 영화 캐릭터의 특징이나 대사를 묘사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조차 알지 못한다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두 친구의 대화 속 깜빡임 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영국식 유머나 농담을 모른다면, 영화상에서 의도한 웃음 장치가 우리에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중년 아재들의 시끄러운 만담 한 편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분명 오디세이 이야기를 비롯하여 서양 예술 및 문화 이야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대화가 훨씬 유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국식 문화 코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영국식 유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대화가 마냥 시끄럽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는 만큼 대화 속 유쾌한 웃음 코드가 많이 들렸을 것이다. 그 점이 아쉽다.

 

 

 

분명 '미식 여행'이라 했거늘



두 친구는 시도 때도 없이 대화를 한다. 식당에 앉아서도 예외는 없다. 이때 두 친구의 대화가 지나치게 늘어진다 싶으면 음식이 조리되고 있는 장면으로 급히 화면이 전환된다. 그러나 아주 짧게, 동시에 강렬했다. 절대 쉼이란 없는 열정적인 대화의 소리도 묻히게 할 정도의 더 요란한 소리였다. 그 짧은 영상 안에서 온갖 소리들이 다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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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예고편 캡처본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 고기를 뒤집으니 기름을 내뿜으며 열렬히 튀겨지는 소리, 불을 내뿜는 소리, 프라이팬을 경쾌하게 흔들며 재료가 볶아지는 소리, 멀리서 노이즈처럼 겹쳐 들리는 대화 소리까지 모두 주방의 생생한 현장의 소리다. 그곳도 두 친구의 대화의 온도만큼 치열하다. 그리고 근사한 플레이팅까지 마무리되면 열렬한 대화 중 아주 잠깐의 숨 쉬는 틈을 타 그들 앞에 완성된 요리가 놓인다.

 

여기서 아쉬웠던 점은, 영화 소개에서도 보이듯 분명 ‘그리스 대리만족 미식 여행기’인데 ‘미식’의 존재감이 굉장히 작다는 점이다. 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만 듯한 느낌도 강했다. 잠깐 보이는 음식 장면을 보고 '와 저 음식 맛있겠는데'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장면은 다시 전환되기까지, 길어야 10초 정도였다. 얼마나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지 감칠맛이 날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일상에서도 음식은 거들 뿐, 그저 대화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식 조리 장면과 대화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는 연출은 좋았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몇 초 정도는 더 길게 보여줘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좋았던 부분은, 여행 끝 인생 이야기



여행 중 두 친구는 따로 또 같이 대화를 나누고 발걸음을 같이 걷고 음식을 먹으며 나름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스티브 아버지의 부고 소식으로 인해 돌연 여행이 끝난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닐까. 여행은 잠시 떠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꿈과도 같다. 더 자세히 비유를 하자면, 그들의 여행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다. 꿈을 꾸었다가 다시 현실로 복귀하면서 그들은 각자 잠시 밀쳐 두었던 삶을 다시 이어 나간다. 그래서 시끌벅적했던 여행 이후 일상으로의 잔잔한 마무리가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느낌도 가득했다. 동시에 왠지 모를 씁쓸함도 함께 밀려왔다.

 

 

영화 중간에서 서빙하는 여자는 음식을 건네며 두 친구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이미 즐기고 있네요!" 

 

그러자 두 친구는 몇 초간 반복적으로 주고받으며 방금 들은 말을 되새긴다.

"참 좋은 말이야."

 


비록 우리가 보기엔 그들만의 세상, 사사로운 여행이라 불편하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들에게는 더없이 유쾌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동시에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건네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여행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들의 빈틈없는 대화의 밀도만큼 함께 떠나온 사람들과 마음껏 시끌벅적 활기를 띠고 후회 없이 즐겨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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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예고편 캡처본

 

 

Anyway, already enjoy!

어쨌든 즐기자고!

 

 

*

 

영화포스터.jpg

 

 

트립 투 그리스

- The Trip to Greece -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개봉

2021년 07월 08일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 103분

 

 

 

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컬쳐리스트.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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