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외향적인 사람의 재택근무 적응기 [사람]

재택근무 적응기의 3단계 그리고 깨달음
글 입력 2021.07.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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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근무 시대의 도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 재난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직장인'에게 일어난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아닐까. 거리두기 단계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은 나날이 더 길어지고 있다. 급기야 2021년 7월 7일인 오늘 기준 '수도권 직장 재택근무 확대'라는 속보까지 뜨고야 말았다. 코로나 유행의 중심에 자리한 수도권의 사적모임과 이동을 감소시키기 위함이다.

 

재택근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권장하는 추세에 있다. 한 예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재택근무를 앞으로도 영구히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던 바가 있다. 그는 "우리는 지난 1년간 어디에서나 좋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원격 비디오와 가상현실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대규모 원격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일컬었다.

 

한편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의 CEO인 앨런 조프는 주 5일 사무실 근무는 매우 낡은 방식이며, 절대 과거로 회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즉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언택트 시대의 또다른 말은 '재택근무의 시대'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직장인들이 '집에 가서 일하고 싶다'는 꿈은 더이상 이상이 아니라, 권장되는 현실이 되었다.

 

 

 

외향적인 사람의 재택근무 적응기



나는 재택근무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3개월차에 접어들고 있다. MBTI 유형이 ENFJ다. 스스로 그냥 E(외향형,Extroversion)도 아니고 프로 Extroversion라고 생각한다. 절대 집 안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즐기지도, 참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휴학 전까지는 2년 내내 끊임없이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즐겼다. 각종 대외활동, 동아리, 러닝과 같은 외향적인 취미 즐기기 등을 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시간을 200% 활용해 에너지를 불태웠다. 힘들긴 했지만 태생적으로 역마살이 낀 사람임을 알았기에 집 밖을 벗어나는 일상이 짜릿했다.

 

ENFJ의 풀이에 따르면 나는 외향적(E)이고, 직관적(N)이며, 감정적(F)이고, 판단적(J)인 사람이다. 블로그 검색에 따르면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나의 행복은 사람들과의 다채로운 만남, 대화, 협력을 통한 영감에서 비롯된다.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나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협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사람에 둘러싸여 있을 때가 가장 파이팅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인턴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나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내가 '인턴'이 된다는 그 자체에 기쁜 감정만 느껴서 재택근무가 가져올 극심한 변화를 생각하지 못했다. 근무를 시작한지 1주일만에 깨달았다. 프로 E는 집순이가 되기를 강력히 거부한다는 것을.

 

 

 

레벨 1 : 앉아있는 연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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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오후까지 빈 집에서 홀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은 물고기가 사막에서 헤엄치듯 굉장한 심적 통증을 야기하는 바였다. 사람들과의 소통없이 오로지 '혼자서' 살아야한다니. 처음 한 달간은 울며 겨자먹기로 재택생활을 적응하는 데 무척 애를 썼다. 무엇보다 '답답하다'라는 부정적 감정이 매일마다 줄줄 새어나왔다.

 

그런데 답답하다고 해서 별다른 수가 있나. "저는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하기 때문에 당장 이 일을 그만두고 학교에 복학하겠습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선언을 할 수도 없었다. 고통을 느낀다고 해서 재택근무를 하는 인턴의 해결방법이 '집 밖을 나서는 것'만은 아니었다. 몇 번 카페에 나가 바람을 쐬며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크진 않았다. 결국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집에서 이 근무를 완벽히 적응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집에서 앉아있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재택근무는 장소만 '집'이 될 뿐, 진지하게 근무에 임하는 것은 사무실과 동일해야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는 일하는 파트의 한 텀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기로 다짐했다. 집에는 침대, 냉장고, 티비, 내가 좋아하는 구피 어항 등 순간마다 집중을 방해하는 유혹 요소들이 깔려있다. 따라서 자리에 일어나는 순간, 나는 업무의 파동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정말 도를 닦는 마음으로 처음 한달 반동안은 우직하게 앉는 연습부터 했다.

 

 

 

레벨 2 : 혼자만의 재택 근무 의식을 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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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 연습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놀랍게도 업무를 할 때 '답답하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차츰 줄어들었다. 대신 차분함과 초연함이 마음 속에 자리하게 되었다. 아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업무를 하는 시간에는 다른 잡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집중하는 모드로 변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시작된 것이다.

 

레벨 2에 다다르고 나서는 업무 중에 불필요한 카카오톡을 확인한다거나, 인스타그램에 수시로 들어가 지인들의 스토리를 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사실 이것은 재택근무만이 아니라 업무를 하는 중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에티켓인데,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재택 근무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저절로 습득하게 된 것이다.

 

이윽고 내가 어떤 순간에 집중을 하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먼저 아침에 잠을 개운하게 자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이 나른한 상태로 가장 편한 집에서 근무를 해야한다. 그렇다면 먼저 고민하지 말고 녹차 티백을 따뜻한 물에 우려 혼자만의 티타임을 가진다. 업무 모드로 접어들기 위한 의식이랄까. 녹차를 한 모금 두 모금 들이키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녹차를 어느 정도 마셨다면, 이제 내게 삶의 동기 부여를 줄 책을 한 권 꺼내어 차분히 읽는다. 굳이 각잡고 오래 독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 속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 의심, 고민과 같은 부유물을 가라앉히고 정화시키기 위함이다. 한 문장 두 문장씩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곱씹고 삶에 적용하는 시간을 가지다보면 '아, 지금 당장 일 시작해야겠다!'라는 깨달음이 온다. 그러면 그때부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을 시작하면 된다. 이 혼자만의 의식이 재택근무를 지속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정신적 안정감과 의지를 키워주기 때문이다.

 

 

 

레벨 3 : 짧은 시간 내에 많이 일하기, 재택근무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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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는 더이상 재택근무에 대한 '감정' 자체가 희미해진 것으로, 완전히 근무에 몰입하며서 업무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즉 효율성을 얻게 된 것이다. 업무의 속도를 높이면 적은 시간 일하면서 많이 일할 수 있다. 일단 이 메커니즘은 나의 업무가 컨텐츠를 생사하는 '다작'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을 밝힌다. 집중과 몰입만 잘한다면 한달 전에 6시간 일했던 것을 지금은 2시간 내에 다 끝낼 수 있다.

 

이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많은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야만했다. 어느 날은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서글퍼져 지하철을 타고 가다 눈물을 뚝뚝 흘린 적도 있었고, 급격히 줄어든 운동량 때문에 체력이 바닥나 주말에는 자체 '집순이'가 되곤 했다.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이 인고의 시간이 없다면 다음 단계로의 진입은 불가능하다. 무엇이든 어느날 갑자기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없듯이 말이다.

 

빠른 시간 내에 일정 업무량을 소화하면 내게는 얼마간의 여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자체 권한'이 주어진다. 이 자체 권한은 대표님이 주신 것도, 팀장님이 주신 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한 나, 잠깐 쉬어라!'는 내 스스로에게 주는 권한이다. 아, 드디어 3개월차 만에 재택근무의 장점을 알게 된 것이다.

 

양심에 모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일했다면, 그 외에 자유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이제 나에게 자신이 생겼다고 해야할까. 어차피 몰입을 시작한다면 업무는 잘 해결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되돌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재택근무를 통해 깨달은 바


 

이상 3개월 차에 접어든 외향적인 사람의 재택근무 적응기를 레벨 3단계로 정리해 보았다. 이제 재택근무를 통해 깨달은 바를 이야기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1.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는 경험은 값지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가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서 서핑을 타듯 재택근무를 경험한 것은 매우 값진 일이었다. 나를 실험해보며 매우 외향적인 사람이 재택근무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퇴근을 하지 않고, 밖에서 끼니를 때우지 않아 '비용 절약'을 할 수 있었던 점,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 업무에 대해 고민하고 임할 수 있기에 '생산성 증대'를 경험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장점에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환경들과, 새로운 무언가가 속하지는 않았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더욱더 절실하게 나라는 사람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며, 나의 몸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적응하는 것과 즐기는 것은 사뭇 다른 개념이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가야 한다. 역마살이 낀 사람이 완벽한 집순이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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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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