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일리 사이러스의 'Plastic Hearts' [음악]

글 입력 2021.07.0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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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때가 좋다. 잘 알고 즐겨 듣는 아티스트의 신보를 기다리는 것도,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노래 가운데서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나 비트를 지닌 딱 한 곡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가장 귀한 순간은 역시 아티스트의 성장을 목도할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순간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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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가 낸 싱글 ‘Midnight Sky’가 그랬다.

 

처음 마일리 사이러스의 이름을 읽었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건 단순히 그녀가 디즈니 스타로 출발한 아티스트여서는 아니었다. 내게 마일리 사이러스는 늘 아티스트보다는 셀러브리티에 가까워 보였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했다.

 

디즈니 쇼 <한나 몬타나>의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마일리 사이러스가 낸 앨범들은 팝, 힙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서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앨범과 함께 발표된 뮤직비디오들, 앨범 발표 이후 공연 활동에서 보여주었던 파격적인 모습 역시 자주 논란이나 비판의 중심에 섰다.

 

디즈니 채널에서 명성을 얻은 후의 마일리의 음악 활동과 행보는 늘 ‘한나 몬타나’ 시절과 비교되었으니, 그녀는 매번 자신의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만 했을 것이다. 물론 이해는 했지만, 그래서인지 그녀의 앨범은 화제성을 뛰어넘는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Midnight Sky’는 달랐다. 거칠고 반항적인 느낌이 강한 가사는 자전적이고 진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래가 꽤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사실 이때까지도 나는 디스코 풍의 레트로한 곡을 낸 것이 그저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또 다른 시도는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두아 리파(Dua Lipa)와 위켄드(The Weeknd)가 이미 복고풍의 앨범을 들고나온 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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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 정규 앨범 ‘Plastic Hearts’가 나왔다. 의심과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Midnight Sky’를 듣고 난 뒤의 기대감 역시 꽤 컸다. 믹 록이 촬영했다는 앨범 커버부터가 마일리가 이번에 무엇을 시도하려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마일리의 록 앨범이라니!

 

 

 

 

그간 마일리가 보여준 모습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음색이나 분위기가 록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었고, 싱글 발표 이후 자라난 기대감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앨범이었다.

 

‘Midnight Sky’와 마찬가지로 정규 앨범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이 묻어나는 직설적인 가사가 눈에 띄었다.

 

첫 번째 트랙인 ‘WTF Do I Know’와 열두 번째 트랙인 ‘Golden G String’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Golden G String’의 2절 가사는 ‘한나 몬타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에 시도했던 음악과 컨셉에 대한 마일리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There are layers to this body  

Primal sex and primal shame  

They told me I should cover it  

So I went the other way  

I was tryin' to own my power  

Still I'm tryin' to work it out  

And at least it gives the paper somethin' they can write about

 

이 몸을 만드는 건 겹겹이 쌓인 층
원초적 성과 원초적 수치심
그들은 나보고 가려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난 반대로 했어
나는 내 힘에 책임을 지려고 했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

이건 적어도 기자들에게 한 줄 쓸 거리는 되겠지

 


마일리 사이러스는 앨범을 준비하던 지난 2019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을 잃었으며, 10년간 함께 했던 파트너 리암 헴스워스와 이혼했고, 가까웠던 가족의 죽음을 겪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Plastic Hearts’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사적인 영역이 끊임없이 공개되어야 했던 삶을 통해 그녀가 깨달은 사실, 그리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이별과 상실에 대해 말하는 일종의 자서전인 셈이다.

 

이 앨범이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일리가 단순히 화젯거리에 그치지 않는 노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녀 본인이 내면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음악적 성장을 통해 증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제대로 된 록 음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마일리 사이러스를 여전히 ‘Wrecking Ball’ 시절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Plastic Hearts’를 꼭 한번 들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녀가 자극적인 헤드라인 위에서 방황하던 역사를 뒤로하고 비로소 자기 색을 찾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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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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