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저녁이 일찍 오는 곳, 제주 세화해변

여행 첫날은 어수선하고 산만하기 마련이지
글 입력 2021.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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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제주도로 떠나요]

두 번째 이야기

 

저녁이 일찍 오는 곳

 

글. 임정은

 


 

 

Today’s BGM

Matt Maltese - Like A Fi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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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 만에 타보는 비행기인지.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에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그래서인지 넓은 비상구 좌석에 배정되는 행운을 얻었다. 제주도가 없었다면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비행기조차 타지 못했겠지, 생각하면 조금 아득해지기도 하고.


공항엔 사람이 많았다. 나만 집에서 지루하게 가을을 보내고 있었던 건지 살짝 억울했지만, 공항 밖 보이는 무성한 야자수와 푸르른 풍경에 기분은 금세 상쾌해진다. 추울까 봐 두꺼운 니트를 입었는데 제주는 아직도 여름인 듯하다.


서울에서 고작 1시간이면 도착하는 제주도. 이곳에 발을 딛기까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떠나는 건 늘 어렵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걸 자꾸 잊는다. 지금이 아니면 결코 찾아오지 않을 기회임을 알고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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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성의 없고 무례한 렌터카 직원을 만나는 바람에 두 시간가량을 길바닥에서 허비했다. 얼마나 진이 빠지던지, 모든 일이 해결된 후 시계를 확인하니 이미 3시가 넘은 상태였다. 그제야 원래 목적지였던 함덕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젠 제대로 여행하나 싶었는데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닌 건지 발걸음을 향하는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정기 휴무라서, 재료가 소진되어서,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행에서 계획이 틀어지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라지만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여행이라고 늘 낭만적이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평소보다 더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는 게 여행일지도 모른다. 하는 수 없이 근처 가까운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 겸 첫 끼니를 먹었다. 뜨끈한 보말칼국수는 다사다난한 하루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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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히 밥을 먹고 나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정집 마당에는 주렁주렁 자란 귤나무와 감나무가 있고 구멍이 뽕뽕 뚫린 현무암 돌담은 거센 바람으로부터 집을 든든히 보호하고 있었다. 단지 바다를 조금 건너 건너왔을 뿐인데. 이렇게나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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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숙소가 있는 세화로 향했다. 3일간 머물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하긴 아쉬워 산책도 하고 바다도 구경할 겸 밖으로 나섰다.

 

아직 6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어둑어둑 해진하늘. 카메라를 꺼내 밤바다를 조용히 담고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조금은 차게 불어오자 근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따뜻한 한라봉 차를 마시니 마음도 포근해진다. 디저트로 주문한 인절미 티라미수도 고소하고 담백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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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제주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카페와 음식점은 6시면 문을 닫고 오직 가로등 불빛만 거리를 은은하게 비춘다. 길가에도 인적이 드물다. 혼자 왔다면 조금 외로웠을 법했는데 엄마와 함께이기에 든든하고 편안한 마음이다.


고요한 저녁이 낯설지만 꽤 맘에 든다. 이곳에서는 자연의 시간에 맞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잠들고 달이 떠오르면 잠에 들고, 해가 깨어나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그동안 너무 소란스러운 저녁을 보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차를 다 마시곤 숙소로 돌아가 푹 쉬어야지. 내일 또 펼쳐질 새로운 하루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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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박 16일

 제주 여행기는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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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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