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선 그것으로부터. [사람]

글 입력 2021.06.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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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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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샌가부터 길을 걸을 때 바닥을 자주 보게 되었다. 맞은편에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눈이 아래로 가게 된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자연스레 시선이 땅에 갔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고개가 정면으로 돌아온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인지한 지 약 2년 정도 되었다. 눈을 정면에 두려고 해보았지만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마주쳐야 할지, 마스크를 봐야 할지 허공을 응시해야 할지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바닥과 내 발끝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발을 자주 보는 내 세상은 오늘 신은 운동화는 언제쯤 세탁하면 좋을지와 날씨와 계절을 알려준다. 자세히 보아야 보일 검은 자국이 묻은 신발의 앞코가 운동화 세탁을 권유하고 자전거 도보를 구분 짓는 대리석 사이에 자라나는 잎들이 봄을, 음식을 옮기는 개미들의 행렬이 비가 곧 올 것 같은 날씨임을, 떨어진 단풍잎들이 겨울이 다가옴을 시사한다.

 

바닥을 보면서 걷는 즐거움 속에서도 가장 난감한 순간이 있다. 바로 신호등을 가만히 기다릴 때다. 그때는 정말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하며 시선은 어디를 봐야 하는지 당황스럽다. 맞은편 사람과 직면해 있으며 그렇다고 바닥을 보기엔 신호를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게 이런 상황의 나는 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주변 신호등을 응시한다. 차들이 좌회전으로 회전하면 내가 서 있는 신호등이 바뀌고 그다음에는 내 좌측에 있는 신호등이 바뀌고… 이렇게 신호 상황을 파악한다. 신호등에 서 있는 순간만큼은 나도 교통을 파악하는 교통경찰이 되어있는 것이다.

 

여전히 길을 걸을 때 시선으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다행히 벙거지 모자의 유행과 여름이라는 계절에 맞게 선글라스가 있어 더 자유로운 걸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이 내 시선에서 차단되니 고개를 일부러 숙이거나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고민을 하지 않게 됐다. 그저 나를 가릴 수 있는 이 계절과 유행을 최대한 만끽하기를 바랄 뿐이다.

 

나와 같이 걸을 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세상은 아직도 우리에게 지금은 어디로 눈의 방향을 둘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각자만의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 우린 매일 걷게 될 테니.

 

 

[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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