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자원봉사자로 말이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할머니 댁이 부산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화제이기 때문에 영화제의 한 구성원으로써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올해 드디어 자원봉사자 신청을 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1지망이었던 프로그램팀에 합격하게 되었다.
프로그램팀은 영화 상영 전후에 진행되는 PT와 GV를 담당하는 팀이다. 영화제의 주요 이벤트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팀인 만큼, 영화제 현장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영화의전당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관객과 게스트가 오가는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으로서가 아니라 그 현장을 만들어 가는 구성원으로서 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이번 경험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현장 한가운데에서 직접 일해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무척 값진 경험이었다.
부국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나이도, 사는 지역도, 때로는 국적도 다른 사람들이 오직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부산에 모였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하다. 같은 팀 사람이 아니어도 자원봉사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묘한 유대감이 생겨서,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 서로 인사를 나누곤 했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연결감을 준다는 걸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연결감은 나이와 성별 등에 관계없이 모두를 동등하게 만들어 주었다. 왠지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평소라면 나이나 소속 등을 먼저 의식했을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먼저 다가왔다. 누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든 취향을 두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각자 좋아하는 영화가 달라도 영화를 사랑한다는 마음만큼은 공유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낯선 사람들과도 편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주는 결속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부국제 때문에 2주 정도 부산에서 지내며 사회의 ‘정상성’과는 잠시 벗어난 기분에 해방감이 들기도 했다. 사실 부국제 봉사를 신청하기 전에 많이 고민했었다. 늘 해 보고 싶었던 활동이었지만, 취업이나 다른 일에 더 집중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현실과 미래에 대한 여러 걱정이 되었다. 남들처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에 다른 곳에 시간을 쓰는 것이 맞는지 망설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원봉사가 끝난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괜한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취업이나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미룰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남들과 같은 속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괜히 주눅 들거나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속도가 있는 법이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직접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 역시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를 통해 앞으로도 내가 해 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경험해 나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갈 테니까.
부산에서의 2주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배운 것도 많다.
프로그램팀으로 근무하며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닌 것, 같은 팀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함께 밥을 먹은 것, 첫 근무 날 벌벌 떨면서 문밖을 나섰던 것, 마지막 근무 날 다 같이 수고했다고 외쳤던 것까지.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까지 전부 기억에 남는다.
내년에 관객으로 다시 방문한다면 올가을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다. 부산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날, 창밖을 바라보는데 왠지 울컥했다. 영원할 것 같던 순간들도 결국 끝이 있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렇지만 끝이 있기에 또 어딘가로 달려 나갈 수 있는 법! 이번 부국제에서 앞으로 나아갈 큰 용기를 얻고 돌아가게 되어 왠지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 든다.
이번 부국제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과 닮은 노래 가사로 글을 끝맺는다.
고마웠어 부국제!
상상한 적도 없는
꿈을 찾아 떠나온 사람들 속에
부푼 내 가슴안에
조금씩 자리 잡은
새로운 다짐들
어느새 눈을 떠보면
내가 꿈꾸던 세상
페퍼톤스 – F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