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명의 미래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다 -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도서]
-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다들 '인간 진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언뜻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출현과 진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 인간이 생각하거나,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여러 감정들이 나타나는 발현과 인간의 자기 주지적 의식에 대해서 분석하기 위해 그 뿌리를 찾아 나선 책이다. 40억 년 전, 생명이 생겨났을 때부터 시작된 그 뿌리를 맛보고 차례차례 다양한 종들의 출현을 언급하며 어떻게 인간까지 진화되었는지, '행동'의 진화를 담는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들에 예리한 반문을 던진다. 그렇게 여러 근거를 들어 관념과는 다른 주장을 하면서 독자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관념들에 젖어 이 책을 읽지 않도록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책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앞으로 생명 역사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 작가의 프롤로그
인간은 인간 고유의 생존 행동을 할 때 어떤 느낌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게 되므로,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러한 느낌과 행동이 본래 연관되어 있다고 느낀다.
p.21
사람들이 가진 통념을 언급하며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즉, 인간과 인간과 근연 관계에 있는 포유류 동물 같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주체들이 무언가를 느끼기 때문에 그 결과 행동을 하게 된다는 통념이다.
예를 들어 칼로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자신 또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그 자리를 떠나기 위해 노력하고 도망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 기제는 인간과 포유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작동된다고 짐작하고 있지만, 작가는 다르게 주장한다.
생존 행동은 매우 오래된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 느낌이라 부르는 종류의 경험, 즉 감정은 훨씬 최근에 발달했으며, 겨우 몇백만 년 전 인간의 뇌에서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 우리 종에게 언어와 문화와 자기 인식이 생겨났을 때 발생했다.
p.21
작가는 사람과 포유류 같은 동물들이 살기 위해서 실천하는 생존 행동은 보편적으로 예전부터 나타난 행동이라고 보았다. 포유류가 등장한 2억 1,000만 년 전에도 있던 행동이기에 그러한 의식적 느낌에 의해서 행동이 발현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은 비교적 최근에 발달하여 생명체가 생길 때 함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겨우 몇백만 년 전 인간의 뇌에서 생긴 진화적 변화이다. 인류는 불과 600만 년 전에 등장하였으니 말이다.
작가는 언어, 문화, 자기 인식이 생겨났을 때 함께 감정이 생겨났으므로 인간이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생존 행동과 감정을 느끼는 것은 동시에 일어나고 각자의 시스템이 자극에 반응해서 구현되는 것임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먼저 프롤로그에 적었기에 나도 책을 읽으면서 기존 통념과는 다른 르두 작가의 주장의 핵심을 읽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에 가장 나의 관심을 끈 파트 몇 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생명체가 '인지'하고, '사고'하는 과정에 대하여 평소에도 궁금했던 터라 Part 9에 더 집중하여 읽어보았다. 독자에 따라 평소 관심 분야가 다르니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챕터가 다를 텐데, 그러한 궁금증을 충분히 이 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PART 9 인지의 시작
Part 9의 제목이기도 한 '인지의 시작'이다. 이전 파트까지는 자연계를 소개하며, 미생물, 뉴런을 가진 동물, 후생동물, 척추동물의 뇌를 다룬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9부부터 인간 인지에 대하여, 그 의식의 뿌리와 기원을 찾는다.
인지
외부 사건에 대한 내적 표상을 만들고 이를 기억으로 저장함으로써 이후 사고, 회상, 숙고, 행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
p.276
인지는 사고와 추론, 계획과 결정 같은 일에 이용된다. 그리고 일부의 동물에서만 진화된 특징으로, 신경계로 인해 가능해진 생물학적 프로세스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위 설명과 같이 내적 표상을 형성해 저장하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과정이다.
추가로, 여기서 표상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할 것 같다.
표상 representation
현존하지 않는 자극이나 사물을 원래의 자극과 가장 유사하게 재현하는 것
작가가 쓴 내적 표상은, 정신 내적에서 시간과 관계없이 그 사물과 자극을 재현해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사물을 실제로 보았을 때 느꼈던 어떤 자극이나 경험을 실 사물이 없을 때도 느낄 수 있도록 기억하고, 이를 이후의 사고와 행동을 할 때 참고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상을 적절히 만들어내 행하는 '인지'는 도구적 조건화에서 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파블로프 조건화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 도구적 조건화다. 개가 우연히 레버를 건드렸더니 먹이가 배달되어, 이를 반복하여 먹이를 먹고 싶어서 레버를 건드리는 것을 일컫는 파블로프 조건화에서 더 나아간다. 도구적 조건화에서는 표면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은 하나지만, 2가지 종류의 반응으로 구분된다.
파블로프 조건화 상황처럼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지만, 이 실험 참가자가 먹이의 가치가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레버를 동일하게 누른다면 이는 '습관' 반응으로 보게 된다. 반면, 큰 가치를 먹이를 줬을 때 레버를 더 많이 누르는 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목표 지향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목표 지향형 행동을 보이는 참가자는 이 조건 상황에 놓였던 처음 순간, 결과물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기억을 하기 때문에 레버를 더 많이 누르거나 적게 누르는 반응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파블로프 조건화는 많은 동물들이 가지고 있지만, 인지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목표의 내적 표상을 사용하는 능력을 갖춘 대상은 제한적으로 포유류만이 갖고 있다. 레버에 따라 먹이를 주는 상황에선, 예전 경험을 기억해 자신의 목표인 먹이를 많이 받기 위해 가치를 지닌 레버를 더 많이 누르는 행동을 하며, 목표의 내적 표상을 도구로써 사용해 인지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인지적 표상을 사용하고 도구적 학습 능력까지 갖춰 결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선사 시대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살았던 인간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사냥하고 채집하는 데 성공하고 실패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물을 찾았던 장소 정보와 같은 가치 정보를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효율성, 위험성을 고려하여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여러 능력을 결합해 생존했고 지금의 우리 인간이 된 것을 보면서 인지의 시작과 발전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숙고 능력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목표가 가진 가치를 저장한 후 이를 미래에 더 새롭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데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p.297
이렇게 인지에 대해 다소 긴 부연 설명을 해보았는데, 작가는 도구적 학습에 내적 표상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인지 능력의 진화 덕분에 더 나아가 인간의 행동적 유연성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과거에 시행한 시행착오 학습 중 그 결과가 성공적이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의 반응을 이끌어 행동하게 되었고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 시발점을 지나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언가를 인지하고 좀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숙고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의 기원을 제대로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알찼던 part 9였다. 이 책을 쓴 작가, 조지프 르두가 인지신경과학계에서 오래 연구하고 여러 경력을 쌓은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 만큼, 인지와 인간의 심사숙고능력에 대해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글을 썼으니 이를 다룬 part 9를 꼭 자세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인간의 고유성
다른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고유한 종이며 따라서 특별하다. 우리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들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40억 년의 긴 역사에서 그러한 고유성은 그저 각주에 불과하다.
p.481
위 인용 글은 인지에 대해 깊이 다룬 Part 9를 지나 인간의 의식과 주관성, 언어를 통한 발전, 기억의 뿌리, 뇌와 심리, 감정까지 인간 종의 특성을 분석하고 쓴 마지막 문단의 문장이다. 평생을 우리 인간이 가진 독특한 특징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깨달은 점을 담은 책의 마지막 문단으로, 우리의 그러한 고유성은 인간을 우월한 위치에 있게 하는 특징이 아니라 그저 각주에 불과한 존재로서의 특징임을 전하는 것 자체가 인상 깊다.
글을 끝내기 전, 작가의 에필로그
자기 주지적 의식은 결국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며, 가장 힘들 때 자기애적이다. 크리스토프 메낭에 따르면 자기의식은 악의 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다.
p.490
작가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복잡한 계층적 관계를 추론하고, 자신 대 타자에 대한 표상을 행하고, 정신적인 시간여행을 하면서 다른 이들과 살아가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다고 말한다. 이 덕분에 결과적으로 우리가 자기 주지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인용 글처럼 자기 주지적 의식은 개인주의를 띠고, 이기적이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의식으로 도덕성과 윤리와 같은 개념적 지침을 만들어 사회를 구성해 나름 괜찮게 생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희망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는 40억 년 전 생명이 탄생하고 나서 계속해서 진화되고 다양한 생명체와 종이 나타나고 종멸하기를 반복한 역사의 흐름을 이 책을 통해 접하고 나서, 우리라는 종이 영원히 존속할 이유도 없으며 당연히 존속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기후 변화가 우리 지구의 생명 구성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생명 역사에서 유지되어 온 생물학적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리가 존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의식을 가진 마음을 이용해 인간 자신의 이기적 본성을 극복하며 고유성에 관심을 가지고 고유성이 사라질까 봐 걱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이기적 본성을 극복해 함께 사회를 살아가며 인류 전체의 선이 발현되도록 할 수 있는 주체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이 존속할 수 있기 위해선, 결국 자기 주지적인 뇌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해지게 된다.
작가는 우리의 고유성을 가지고 자기 주지적 능력을 발휘해 다른 유기체들에게 많은 걸 요구하지도 않고도 삶의 방식을 만들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고유성을 활용해 우리는 인지적, 문화적 진화 같은 빠른 변화 방안을 모색하고 '종'으로서 이 지구에서 존속하여 '개체'로서 멸종되지 않고 존속하는 미래를 꿈꾼다. 여기서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자기 자신, 인간 1명의 중요성과 책임감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된다.
생명의 미래
요즘, 산업계에서도 'ESG'를 중요시 여기게 되었다. 작년 1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투자한 주요 기업들에게 ESG 성과를 밝히라 요구하면서 점차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인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이 비재무적 요소들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마련하고 있다는 각종 기사들과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코스닥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환경을 위한 노력들이 기업 차원에서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책 은행들과 공기관에서도 석탄발전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더이상 지원을 해주지 않고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면, 기후 변화 이슈에 대해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가 동참하여 우리 종의 존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낀다.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여러 도전과 실질적인 행동과 개선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가릴 것 없이 탄소 중립사회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유인 구조가 구성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와 도전의 행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숙고하고 이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원리를 알기 위해,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도 이 책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이 책은 인간이 자기 주지 능력으로 사회를 현명하게 평화롭게 유지하게 된 상황에서, 우리가 존속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 지구를 만들기 위해, 개체로서 멸종되지 않고 존속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세계의 행보에 충분한 지지 근거로 이 책을 내밀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굉장히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 물었을 때, 왜 우리가 깊은 사고를 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아직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통해 신경과학, 심리학 등을 포괄한 학문을 활용한 전문가의 대답을 맛볼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사유를 할 수 있다는 인간의 특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이를 탐구하는 학문들을 가까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면, 사유를 하는 인간의 특성을 더욱더 활용해 사유하고 싶어진다.
사실, 고대 생물의 그림과 트리로 가득 찬 이 책의 초반 부분을 읽을 때는 중학생 시절 생명과학 공부를 멈췄고 이후 제대로 과학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해하기가 힘들어, 그런 나 자신에게 약간의 실망감과 멍청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제라도 제대로 공부해 각 분야의 기초지식이라도 제대로 쌓고 싶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더욱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해보고 싶게 되었고, 다른 과학 교양 도서를 읽을 계획을 세우게 되기도 하였다. 어렵지만 여기저기 찾아보고 공부해가다 보면 익숙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과학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책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였다.
제목의 원어 'ourselves'를 '우리 인간'이라고 칭했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제목의 아주 깊은 역사는 46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지고, 40억 년 전 태초의 생명 실험이 일어난 그 때부터 시작된,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역사를 포함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미래를 꿈꾸고 함께 존속하는 세상을 그리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매우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이수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