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 아티스트 인사이트 : 차이를 만드는 힘

김명수, 롤스로이스, 존 케이지, 리히터
글 입력 2021.05.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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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L 리더십 그룹 대표이자 경영평론가,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등에서 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정인호는 평소 즐기던 ‘예술’과 ‘경영’ 영역의 융합을 통해 현 경제와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 팬데믹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예술을 창조해나가며 파괴적 혁신을 끌어내는 아티스트의 인사이트다.

 

아티스트 인사이트는 1) 인간의 내재된 욕구를 읽고, 2)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3) 그 속에서 놀라운 결과물을 얻고, 4) 보이지 않는 것을 ‘제대로’ 보이게 만드는 힘을 줄 것이다. 이 책은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이라는 4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 안의 잠든 사유를 깨운다. 따라서 시대를 앞서나간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그림, 조각, 사진, 행위예술을 바탕으로 ‘차이를 만드는 힘’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술가의 식견을 갖춤으로써 잠재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읽게 된 책이다. 물론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의 방법을 안다고 해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에라도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남다른 각도로 보는 시각을 갖춘다면, 인생을 살면서 여러 번의 깨우침을 얻지 않으리라 싶다.

 

네 가지 주제에 걸쳐 수많은 예술가의 독보적인 접근과 방법을 엿보았고,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관찰에서는 김명수 기자, 성찰에서는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창조에서는 작곡가 존 케이지, 발견에서는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선정했다. 그들만의 특이한 식견에 대해 논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몸으로 관찰하는 법, 김명수 기자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의 저자 김명수 기자는 일체화를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다. 그의 인터뷰 대상에는 성역이 없다. 대기업 회장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청소부 아줌마같이 이름 없는 인생의 모델을 발굴하고 인터뷰를 해왔다. 심지어 소나 말, 나무, 돌멩이 등 죽은 영혼에까지 말을 건다. 김명수 기자가 이렇게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주인공은 14년 동안 1,000명이 넘는다. 4일에 1명씩 만난 셈이다. 그에게 기자로서 어떻게 공감도 높은 글을 쓰는지 묻자 간단히 답했다.

 

"그들의 삶을 실제로 살아보는 것이다."

 

"취재로는 글쓰기에 한계가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쓴 글과 직접 체험하면서 쓴 글은 읽어보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그들과 동화되고 싶었다.“

 

p.42-43

 

 

여기서 일체화란 ‘자연까지 예술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활용하고 몸에 익히는 모네만의 특별한 관찰법’을 의미한다. 단순히 상상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그 대상이 되어보는 것. 관찰자로서 관찰대상의 입장으로 들어서는 것. 아무리 집요한 관찰이라도 어느 정도의 한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외면과 내면의 차이는 있기 마련일뿐더러 특수한 상황에 따라 예상치 못한 오류 또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일체화’라면 어떨까?

 

학창 시절에 연기 수업을 수강하면서 ‘관찰’의 전 과정을 머리로 배우고, 몸으로 익혔다.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가장 좋은 관찰 방법은 ‘내가 직접 그 대상이 되어보는 것’이라고 하셨다. 단순 모방에서 벗어나 일체화되기를 바라셨다. 그렇게 실습 과정에서 특정 래퍼를 관찰했고, 마치 그가 된 것처럼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그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다. 미디어에 드러나는 몇 가지 부분을 통해서 그의 모든 걸 연기하긴 한계가 있었다.

 

김명수 기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의 도전 정신에 감탄했다. 그는 취재 과정 속 누군가의 직업을 체험한 게 아니다. 자신의 다른 직업으로 삼으면서 직무 경험을 쌓았다. 사실 모르는 게 있다면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게 답이다. 인터뷰 대상을 알기 위해서 그 사람의 직업이 되어본다니, 이보다 좋은 인터뷰 방법이 있을까 싶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관찰은 공감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접근은 누군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충분했다.

 

 

 

단 하나라는 희귀성,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롤스로이스 고객들은 말한다. "롤스로이스는 타는 수단이 아니라 그림처럼 수집하고 싶은 대상이다"라고 말이다. 롤스로이스는 차량 천장을 밤하늘로 만들기 위해 광섬유 램 1,340개를 수작업으로 달고, 차량 색상으로 입힐 수 있는 마음 색 종류만 해도 4만 4,000가지 정도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색이 없으면 원하는 색상으로 차량을 만들어준다. 특정한 꽃 색깔, 자기가 아끼는 애완견의 털 색깔도 가능하며, 페인트에 다이아몬드나 금, 은을 곱게 갈아 섞을 수도 있다.

 

평소 꿈꿔왔던 자신만의 자동차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이러한 제작 방식을 '비스포크(Bespoke)'라고 한다. 비스포크는 19세기 영국에서 귀족들이 고급 의류나 기호품을 취향에 따라 맞추던 것에 유래됐는데, '말하는 대로 되다(Be+Speak)'라는 어원처럼 롤스로이스에서는 제품 개발 시 단순히 차량 색상과 같은 외형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시트, 루프, 바닥 등 차량의 모든 것을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제작할 수 있다.

 

p.109

 

  

다시 말해 롤스로이스에서 똑같은 차는 단 한 대도 없다. 모두가 각자만의 개성을 입힌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희귀성 때문에 차 한 대에 4억이라도 해마다 4,000대씩 실적을 올리는 듯하다.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등의 수식어가 붙는 제품은 그 자체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경우를 자주 봤을 것이다. 개인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소장한다는 건 상상 이상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따라서 고객들은 이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과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

 

특별한 존재가치가 있다면 아무리 비싼 금액이라도 주저 없이 구매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명화가의 작품과 롤스로이스는 동일한 가치로 여겨진다. 고객들이 ‘그림처럼 수집하고 싶은 대상’이라 말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남들이 다 가진 복제본보다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원본을 수집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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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는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반영한다. 차량 천장을 밤하늘로 만드는 것은 물론, 차체에 금을 섞은 페인트를 칠할 수도 있다. 롤스로이스의 사업적 성공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내세워 사람의 소유욕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보는 사람에서 하는 사람으로, 작곡가 존 케이지


 

 

이 곡은 존 케이지(John Cage)가 작곡한 '4분 33초'다. 3악장으로 되어 있는 악보에 '조용히(tacet)'라는 글만 적혀 있을 뿐 음표조차 없다. 당시 너무나 파격적인 퍼포먼스에 현대 음악에 한 관용이 넓은 관객들도 케이지의 작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케이지는 왜 이런 음악을 만들었을까?

 

미국 팝아트의 대표 화가인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전시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빈 캔 버스를 걸어놓은 모습을 보게 됐다. 분명 빈 캔버스임에도 빛의 방향이나 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그림자 등에 의해서 수시로 변화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케이지 역시 인위적으로 들려주는 음악이 아닌 주변의 소리로만 이뤄진 음악을 생각해냈다.

 

<4분 33초>는 연주자가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아도 공연장의 연주자와 관객이 만들어내는 소리로 음악을 만든다. 누군가 기침을 하고 옆 사람과 잡담을 하고 연주를 하지 않는다며 투덜대고 팸플릿을 넘긴다. 관객들이 내는 이 모든 소리와 건물 밖의 바람이 스치는 나뭇잎 소리, 지붕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등이 4분 33초 동안 하나의 음악으로서 연주되는 것이다.

 

p.134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익히 들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었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곡이란 건 알아도 관객들에게 무엇을 들려주고자 하는지는 몰랐다. 사실 영상을 접했을 때도 4분쯤에는 연주를 하리라 생각했지만, 정말 끝까지 한 음도 연주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이는 기존 음악의 틀을 깨는, 역발상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곡이다. ‘들려주는 음악’에서 ‘연주하는 음악’으로 바뀌며 관객들 또한 연주에 참여하게 된다. 말소리, 소음, 자연의 소리가 한데 모여 유일무이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하늘 아래 같은 ‘4분 33초’는 존재하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장소, 시간, 날짜, 상황, 사람, 소리가 만나서 하나의 독특한 음악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4분 33초를 초로 환산하면 273초, 절대 영도인 영하 273도는 진공 상태를 의미한다. 존 케이지는 이러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현재는 장르의 개척이라 칭송받고 있지 않은가?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가 환영받기 힘든 건 당연하다. 사람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두려움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야만 창조의 길을 넓힐 수 있다. 어쩌면 존 케이지는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에게 ‘4분 33초’라는 실험적인 음악을 선물하지 않았나 싶다.

 

 

 

작가 미상을 꿈꿨던,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리히터는 하나의 양식에 머무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1966년 그가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어놓은 것만 봐도 그의 남다른 예술성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어떤 목표도, 어떤 체계도, 어떤 경향도 추구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강령도, 어떤 양식도, 어떤 방향도 갖고 있지 않다.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일관성이 없고, 충성심도 없고, 수동적이다. 나는 무규정적인 것을, 무제약적인 것을 좋아한다. 나는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결과적으로 그에게 정해진 관념은 없다. 그는 자신은 물론 관람자로 하여금 사진이나 그림이 담고 있는 어떤 의미도 붙잡지 못하게 하여 작품에 최종적인 의미를 유보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작품이 자신의 개인사와 특정 관념으로 연결되어 해석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다른 의미로 확장되지 못하고 닫혀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작가 미상'이 되고자 한다.

 

p.214, 216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회화의 새로운 획을 그은 현대 미술의 거장이라 소개되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는 예술 언어를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예술 언어의 교체가 동시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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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 출처 : painting-planet

 

 

<베티>는 자신의 딸 베티를 찍은 사진을(1977년), 그림으로 다시 그려냈고(1988년), 이를 다시 촬영해서 사진으로 표현하였다(1991년). 이러한 작업 방식은 사진적 재현과 회화적 추상을 오간다고 소개된다. 이는 ‘사진적 그림’이라는 특유한 기법으로, 사진과 그림의 혼란을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다. (p.211)

 

그는 양식화를 강요하지 않는 사진에 매료되었고, 결과적으로 사진과 그림이 융합된 모호한 매력의 작품을 선보였다. 자기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통해 회화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작품에 최종적인 의미를 유보함으로써 판단은 관객에게 맡긴 것이다. 참으로 독특한 사상의 소유자라는 생각이다. 그 무엇도 추구하지 않는 점이 뚜렷한 목표를 추구하는 나와 달라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진-그림 구조라면 특이함을 못 느꼈겠지만, 사진-그림-사진이란 3단계 구조라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반전의 반전 같은 느낌이랄까? 사진과 회화의 고유 특성을 이용해 다르게 표현한 점도 매력적이었다.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 그이기에 남과 구별되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

 

앞서 소개한 넷 외에도 감명받은 예술가들이 많았다. 저마다의 놀라운 발상으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 그들에 감탄을 표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다루다 보니 얻을 수 있는 팁도 가지각색이었다. 나의 잠들었던 사유를 깨움으로써 남다른 눈을 뜨게 해준 <아티스트 인사이트 : 차이를 만드는 힘>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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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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