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르첼로 바렌기展, 하이퍼 리얼리즘 마스터

글 입력 2021.05.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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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유튜버인 마르첼로 바렌기의 전시회가 최초로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스타트를 한국에서 끊었다. 이후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으로 예정이라 한다. 첫 월드 투어인 만큼 작가 본인이 한국 방문 예정이라는데,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고 일단 내가 간 날(5월 2일, 일요일)에 못 봤다. 간 김에 같은 장소에서 5월간 열리는 짱구 카페도 다녀왔다. 덕분에 팝콘 D 스웨어 자체가 사람들로 붐볐다.


간간이 들어봤던 이름이라 정확히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아본 바로, 그는 퇴사 후 실업자가 되어 시작한 유튜브였는데 2013년 2월 6일 채널 개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튜버 활동 시작으로 현재 구독자가 260만 명이라 한다. 알고 보니 어릴 적부터 그림에 대한 열정이 많았고 예술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바렌기는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재능 + 노력 + 실력도 받쳐주니 골드버튼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컴퓨터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 그림을 마주하면 감탄밖에 안 나온다. 아니 이걸 대체 어떻게 그리는 거야? 얼마나 정교한지, 사물에 비친 작가의 모습이 사물의 왜곡에 따라 휘어져 있는 디테일을 보느라 그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담이지만 작가의 <계란 후라이(2016),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을 찍을 때 핸드폰 카메라가 음식으로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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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입장하니, 널찍한 공간에 걸려있는 균일한 캔버스 그림들은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소개말에 걸맞은 자태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작품 이야기 전에 구성은 그림과 캔버스 재질, 그리고 사용된 미술도구 형태가 간략히 소개되어있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색연필, 마카, 아크릴 물감 등. 작가는 이런 평이한 재료를 가지고 하이 퀄리티 사실 묘사를 가능케 하는 천부적인 실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핸드폰 카메라가 음식으로 인식할 만큼 사물을 분석할 수 있는 관찰력이 가장 높이 사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깨진 전구의 나간 퓨즈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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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작품 대상도 특별하지 않다. 다 먹고 구겨진 과자 봉지나, 하리보 젤리 세 마리 등, 익숙하고 아주 평이한 소재를 특별하게 그림으로 사진처럼 옮겨 그린다. 사물뿐만 아니라 영화 속 장면도 그대로 옮겨 담는다. 그림을 그린다고 표현하기보단 옮겼다가 알맞을 정도다. 작가의 색감, 명암도 대단하지만 나는 작가의 선이 굉장히 부러웠다.

 

'선'은 그림을 그릴 때 가장 기초적이다. 입시 미술을 경험했다면 처음 몇 개월은 종일 선만 그리다 끝나는 것을 알고 있겠다. 그만큼 제일 중요한 기초고 토대인 작업이 '선'인데, 작가의 선은 굉장히 유려하고 정교하며 정밀하다. 작품 중간중간 영상으로 그의 그림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구간이 있는데, 아주 빠른 속도로 감아 재생시켜줘 작업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지만, 한 번의 터치로 완벽한 선이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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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르첼로 바렌기전 마케팅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인상, 그러니까 '마르첼로 바렌기'란 인물의 첫인상은 퇴사하고 그림을 그렸더니 골드버튼 유튜버가 된 천운의 사나이였는데, 이 정도의 자신감과 객관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니. 채널을 개설한 지 1년 만에 그는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했고, 브랜드와 매체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술을 꿈꿨던 당시 그의 그림은 너무 사실적이었고, 필요 이상의 묘사와 여백으로 예술계에서 비난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예술관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런 이유로 인해 15년간 직장생활을 해야했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히스토리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계를 위해 직장 생활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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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술 관련 계통이 아니라 전공한 건축 계통의 업무를 하느라 그림을 거의 방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직자가 된 2013년 그는 다시 미술 도구를 잡았고 자신이 놓았던 예술의 끈을 붙잡았다. 1969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51세인 당시 길을 잃었던 40대 시절에, 그는 희망과 꿈을 놓지 않았다. 마르첼로의 이런 노력과 실력이 맞물려 대중들은 그의 그림에 환호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반증으로 유튜브로 시작한 그가 첫 월드 투어를 개최하지 않았는가?

 

마르첼로의 작품을 보며 나는 자꾸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앤디 워홀'이다. 물론 지난 4월에 더 현대에 열린 <앤디 워홀 : 더 비기닝 서울>을 보고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르첼로 바렌기전의 작품은 나에게 앤디 워홀이 찍어낸 캠벨 수프를 상기하게 했다. 앤디 워홀의 그림은 보다 카툰처럼 그려져 사실적인 묘사는 덜했지만, 일반적인 소재를 가지고 예술의 보편화, 대중화를 꾀했던 만큼 친숙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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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방문한 갤러리들의 관심은 작품에 접근하기 쉬웠고 흥미가 가득했다. 이런 점을 보아, 마르첼로 바렌기 또한 앤디 워홀처럼 작품을 더욱더 쉽고 명료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다른 통로를 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개인적인 견해일 수도 있지만, 앤디 워홀 하면 팝아트의 황제 외에 괴팍한 괴짜 예술가로 느껴진다. 단정하게 정리된 헤어 스타일도 있지만, 폭탄을 맞은 것처럼 실험에 실패한 과학자 머리를 하는 앤디 워홀은 예민하고 독특한 예술가 그 자체다. 뭔가 한껏 멋을 부리고 탐미가 짙다.


반면 마르첼로는 전시회 구성 중 비디오 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간단하다. 이 의미가 단순하고 깔끔하다는 뜻만 내포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 한가운데 그린 사물 외에 그림자와 그의 시그니쳐 사인밖에 없고 전부 여백을 차지 않다. 그림 자체를 색깔로 채우는 워홀과 달리 여백이 충분하다 못해 넘치고 작품에 비쳐 보이는 작업환경의 풍경과 사물의 생김새에 따라 왜곡되어 비친 작가 본인의 모습마저 찍어내듯이 담겨있다. 여과 없는 본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둘의 공통점은 확실하다. 상업성이 짙다. 작품들은 예쁘고 감각적이다.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워홀의 말마따나, 아래와 같이 사용되거나 의미 있는 작품은 아니다.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An artist is somebody who produces things that people don't need to have.

 

앤디 워홀 <앤디워홀 : 더 비기닝 서울>

 

 

자신들이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보여줬을 뿐인데 관객은 이를 사랑하고 소비한다. 작품이 프린팅된 엽서나, 마그넷 등 굿즈가 팔린다. 작품이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성을 가진다. 소재를 고르는 점도 비슷하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소재를 주제로 삼아 작품이 탄생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서 그린다! 라는 열정이 같다. 그래서 나는 앤디 워홀과 마르첼로 바렌기가 작가의 개성만 다를 뿐 결이 같다고 생각된다.

 

전시회는 총 8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 포토존과 작품을 이용한 조형물도 군데군데 있으며, 작가의 작업과 인터뷰를 닮은 비디오존도 있다. 그렇게 길지 않으니 한번 보길 바란다. 서투른 한국말을 카메라 밖 대본을 읽으며 한국 팬들에게 인사말을 전달하는 마르첼로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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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카테고리는 History, Pre-show : Enjoy the Exhibition Decoration, Painting, Reproduction/Cartoons/Illustration, Drawing, Video, Lighting, Photo&Ending 으로 구성됐다. 마르첼로의 여백처럼 전시회 공간도 여백이 있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새롭다는 신선함보다, 신선 코너의 파릇파릇한 야채들을 보는 싱싱함과 같다. 같은 색임에도 커튼으로 재질감을 다르게 해 공간의 재미를 살렸고 그의 작품과도 맞아떨어졌다.

 

이번 전시는 2021년 4월 24일(토)부터 8월 22일(일)까지 4개월간 용산 아이파크몰 대원 뮤지엄 팝콘 D 스퀘어(6F)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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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바렌기展>

Marcello Barenghi, The First World Tour Exhibition


 

일자

2021.04.24 ~ 2021.08.22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장소

용산 아이파크몰 팝콘D스퀘어(6F)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기획

메이드인뷰 주식회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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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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