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은 그냥 그런 날 [음악]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날
글 입력 2021.04.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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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다. 특히나 몸이 피곤하면 멘탈에도 큰 타격이 오는 사람이다. 오늘부로 난 시험이 끝났고, 너무너무 육체적으로 지쳤다. 해도해도 줄지 않는 해야하는 일들에 진절머리가 났고, 힘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날, 나는 저녁에 음악을 들으면서 거리를 산책하곤 한다. 또는, 열심히 학교에서 일과 공부를 하고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음악과 주변 풍경에만 집중하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인데, 이것이 나를 환기시켜주는 방법 중 하나이다.

 

요즘 다시 힘든 시기가 찾아오기에 나는 핸드폰과 이어폰을 챙겨들고 길거리로 나갔다. 내가 힘들때마다 들으려고 만들어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재생시키고 아무 생각없이 거리를 걸을 때, 내 귀에 한 음악이 너무 생생하게 들렸다. 내가 힘들때마다 꼭 듣는 음악이었는데, 가사가 나의 상황과 항상 잘 들어맞았다. 그래서,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힘들 때, 이 가사에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이 노래를 추천하려고 한다. 오늘의 노래는 넬과 그루비룸의 '오늘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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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이라는 제목의 음악은 넬과 그루비룸이 콜라보해서 만든 음악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및 프로듀서가 만났는데 사실 내 마음에 안들리가 없었다. 이 음악은 나도 내가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을 때의 감정을 가사로 표현하고 있는데, 정말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겪어봤을 감정을 말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잘 모르겠어 왠지 그냥 그래

뭐라 딱 잘라 말하긴 힘든데

 

 

첫 가사부터 내 기분을 잘 표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잘 모르겠다. 이렇게 축축 처질 땐, 힘들 땐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힘든건지 안힘든건지, 사실은 힘들지 않은데 나 혼자 힘들다고 느끼는 건지, 그 어느것도 확실하지 않다. 나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모를수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외롭긴 한데 혼자 있고 싶고

떠나고 싶은데 머물고도 싶어

신경 쓰지마 난 분명 이러다가 

괜찮아질거야

 

 

이 부분은 누가 내 이야기를 여기에 적어놨나, 날 훔쳐본건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 나의 심정을 잘 표현해놓은 부분이다. 혼자 있고 싶다. 누군가가 날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외롭다. 내가 먼저 나의 힘듦을 표시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이런 나의 상태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혼자 있는 이 외로움이 익숙하고 편하지만 또 그만큼 쓸쓸하기도 하다.

 

새로운 곳으로 가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물, 바다를 보면서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익숙하기 느끼는 이 공간에서 가만히 머물며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 또한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 이러다 내일되면 또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괜찮아질거라고.

 

 

오늘은

오늘은

그냥 그런 날

오늘은 

오늘은

왠지 그런 날

 

 

그래. 이 기분은 '오늘은'이라는 한 단어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 그냥 그런 날. 그냥 괜히 센치해지고 괜히 우울해지고 괜히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들어오는 그런 날. 왠지 그런날일 뿐. 정말 괜찮아질거다.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텅 빈 내 마음이

마치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

자꾸 가라앉아

위로가 필요해 신경 안 써도 돼

이러다 말거야

 

 

정말 항상 힘들때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텅 빈 것같다. 공허하다. 내가 내 눈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아도 내 눈이 텅비었다는 것을, 공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사실은 일부러 공허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생각은 하기 싫으니까.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는 내 마음은 가벼워야 하는데, 왜 무거운지 모르겠다. 발 끝까지 내 마음이 내려와있는 느낌이 든다. 가사 그대로 계속 가라앉는다. 정말 이러다 말거라는 걸 나는 잘 알지만, 그럼에도 위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다시 말하겠지. 힘들다고.

 

*

 

이 가사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보고 누군가는 '너무 변덕스러운거 아니야? 왜 이렇게 이중적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나도 내가 이해가 안되고 가사처럼 잘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두 다 왠지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기분이 바닥 끝까지 내려앉아 있는데 정말 내일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걸 다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지 않은가?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위로를 바랄 때가 있지 않은가? 이 노래는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노래이다.

 

항상 이 노래로 위로받아 왔다. 최근에는 위로를 바랄 겨를도 없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노래였지만, 특히 작년에 힘들었을 때 많이 들었던 노래였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많이 듣기도 했고, 이 앨범 표지도 그렇고 항상 이 노래를 들을때면 노을이 내려앉은 한강을 지하철에 앉아서 보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면 현재의 나는 지쳐있는 나를 스스로 위로한다.

 

이 노래가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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