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왜 메타버스? 도대체 그게 뭔데! - (1) 나 대신 아바타 [문화 전반]

불확실성이 없는 가상세계, 메타버스
글 입력 2021.04.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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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본적이 있는가? 혹은 닌텐도 사에서 만든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을 한 적이 있는가? 그도 아니면 추억 속으로 사라진 <싸이월드> 도토리를 모아본 적이 있는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사례는 모두 '메타버스'를 기조로 한 콘텐츠들이다. 최근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왜 메타버스가 급부상 중인지, 앞으로의 메타버스는 어떻게 될지 궁금한 이유는, 메타버스가 으레 IT 기술 분야의 반짝스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와 전문가들이, 메타버스가 '반짝 유행'일지 '1700조가 넘는 성장'을 끌어올 SNS의 다음 주자일지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메타버스가 다가올 미래 문화의 선두주자라면, 우리는 과연 이를 어떻게 소비하고 생산해야 할까. 이러다가 나만 모르면 큰일 날지도 모르는 메타버스, 그래서 메타버스의 구성 요소이자 몇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메타버스가 도래한 이유를 탐색해본다.

 

 

 

메타버스(Metaverse), 묘하게 현실 같은 가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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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가상, 초월(meta)과 세계, 우주의 합성어로,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물론 활용과 확장에 따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이 가능한 생활형 게임형 가상세계란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 특히 게임계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용되어 메타버스 기반 콘텐츠나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로블록스,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IT 업계의 거물 회사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만큼이나 진심인 영역이 바로 메타버스인데, 단순 게임뿐 아니라, 화상 회의, 콘서트 등 가상 현실 플랫폼으로 생활 전반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타버스라고 하면 다양한 콘텐츠가 확장될 수 있는 하나의 '판'이 될 수도, 작은 콘텐츠 속 세계관이나 배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구성 조건 (1) - 아바타 = me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아직 확실히 하나라고 정의하긴 이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요소들이 있어야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는지, 메타버스의 몇 가지 성립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현실 세계와 같이 가상현실에서 사람들이 아바타나 캐릭터로 대체되며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둘째, 가상'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 즉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작동되어야 한다는 점. 셋째, 가상 현실 속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손강민은 메타버스를 '모든 사람이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게 되는 가상의 세계'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 메타버스를 디지털 플랫폼 속 가상공간과 현실의 혼합 양상으로도 볼 수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영화나 소설 속에 묘사된 메타버스 말고, 지금 우리 생활 속 메타버스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지, 메타버스의 첫 번째 구성조건인 아바타가 실제 서비스에 묘사된 모습을 위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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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와도 콜라보레이션하는 제페토

 

 

네이버는 몇 년 전부터 네이버 자회사 SNOW에서 출시한 3D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로 탄탄한 메타버스 세계관을 확장해왔다. 10대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제페토는 3D 아바타로 가상세계에서 단순히 사진을 찍거나 캐릭터 생성 등 인형 놀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외형을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은 물론, 앱 내에서 친구를 맺고 사진을 찍으며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로 변모했다.

 

또 3D 가상 월드인 제페토에서 블랙핑크 등 연예인들과 콜라보를 통해 신곡 '아이스크림'의 뮤직비디오 3D지도를 꾸려 인증샷을 찍거나, 방문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나이키나 구찌도 제페토 캐릭터들의 의상을 통해 마케팅 전략을 펼쳤으며, 제페토 의상을 사용자 마음대로 제작해 판매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하니, 왜 제페토를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라고 표현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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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의 아바타를 통해 누구나 예쁘고 멋진 '내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아예 모르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다. 대부분 비슷하게 생긴 외형인 듯 보이지만, 이는 제작의 방향성에 따라 충분히 확장될 수도, 고착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어찌 됐건, 현실과 미묘하게 닮아있기도, 다르기도 한 이 제페토 캐릭터를 가지고 드라마 속 캐릭터를 똑같이 만들어내거나,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반영해 개성 있는 착장을 가진 캐릭터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사용자들을 통해, 제페토 속 '아바타'는 '아바타'라는 존재가 주력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아바타의 열풍과 크리에이터의 니즈가 맞물려 최근 흥미로운 서비스 'Onzenga(언젠가)'에서는 가상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3D 아바타 판매 플랫폼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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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언젠가'가 필요한 순간을 고민하며 시작된 서비스다. '언젠가'는 '모션 캡처 캐릭터 플랫폼'으로, 내 표정을 실감 나게 따라 하는 나만의 캐릭터이며, 커스텀역시 가능하다. 혹시 떠오르는 게 있는가? 애플 미모지나 삼성 이모지 등 모바일 디바이스 회사에서 출시한 AR 아바타 이모티콘과 같은 결을 가진 아바타이다.

 

이는 가상 공간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 혹은 버츄얼 콘텐츠 제작 시 캐릭터, 아바타의 니즈가 있었기에 시작되었다. 유튜버가 되고 싶지만, 나이, 인종, 성별로 인한 차별,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얼굴 부분을 생략하고 콘텐츠를 만들거나, 아예 가면을 쓰고 나오는 유튜버들이 종종 있으며, 애플 사의 미모지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기 유튜버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 앞에 선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은,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보다 얼굴, 몸매 등 외형적인 것에 더 휘둘리곤 한다. 심하면 얼굴 평가, 악플까지. 외형에 구속되어 노력해 만든 콘텐츠들이 묻히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니즈 등으로 인해 출시된 모션 캡쳐 캐릭터 플랫폼은 현실 세계의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생성에 활용될 뿐 아니라, 가상세계 아바타의 기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의 나를 대체해, 가상 세계 안에서 운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이라면 어떤 생김의 아바타도 그 제약 조건이 없다. 오히려 전혀 사람의 외형을 하고 있지 않아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렇듯 메타버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아바타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현실의 본인을 가려준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현실의 자아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현실의 본인이 어떻든 가상세계의 우리는 가상세계에서의 원칙을 따라 외형과 여러 가지 모양새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생김새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막연한 내면에서 상상하는 유토피아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그것이 유토피아일지 아닐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여러 크리에이터들이나 MZ 세대는 아바타에 환호하며, 또 다른 나를 예쁘고 멋있게 꾸미기에 열광한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부캐' 열풍은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전조 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언제든 원하는 대로 새롭게 만들 수 있고, 내 의지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현실의 나를 대신해 세상과 소통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실의 '나'와 전혀 다르게 오로지 내 '의지'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현실에 점차 커지는 불확실성과 정 반대다.

 

 

 

메타버스에 반응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 점이 우리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의 불확실한 결과가 없는 가상세계. 물론 메타버스의 심화와 확장, 예를 들면 유튜브처럼 콘텐츠 생산이나, 메타버스 속에서의 경제활동, 경쟁 상황 등의 구체화에 따라 현실처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복잡하고 비교가 안될 만큼 다양한 현실 세계에 비해서 아직은 플레이어의 불확실성이 통제되는 범위 안에 있다. 무엇보다, 가상세계는 전원 버튼을 끄거나, '종료'를 실행하는 순간 끝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실의 많은 것을 옮겨와 판이 커지고, 많은 경제활동을 대체하여 불확실성이 커지고 구체화되는 메타버스일수록 받아들이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더 '현실 같고' 나아가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일 끝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적이고 매력적인 지경까지 이른다면 진정한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날이 도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나오는 메타버스처럼, 현실 대다수가 참여하고, 현실을 전복해버릴 만큼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가상세계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런 세계가 도래한다면 오히려 파괴의 현실 '인류세'보다 통제 불가능한 '메타세'에 돌입하게 될지도. 그 이유는, 현실에서의 변수만큼 개발상에서 통제할 수 있거나, 통제할 수 없는 에러와 버그, 예외 케이스들, 그 외에 많은 변수가 만들어 낼 불확실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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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메타버스와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현실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매체로 그쳐야만 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이다. 그리고 그런 방향성을 갖고 미래를 그려내는 것은 기획자일 수도, 제작자일 수도 있는 우리의 몫이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가이드는 소비자의 영역이다. 댓글이나 리뷰 등으로 확실한 피드백을 공유하고 옳고 그름에 따라 목소리를 내며 소비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우리의 진화된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잘못된 방향성을 가진 서비스가 출시되어 가상의 아바타 뒤에서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지속해서 긍정적인 감시를 하는 것만이, 이미 도래해버린 메타버스 세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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