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우울할때 엄청 우울한 노래를 듣는다. (1) [음악]

글 입력 2021.04.1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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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할때 엄청 우울한 노래를 듣는다. 1 (해외)



우울은 어느새 나의 친구 같아서, 우울의 전조가 느껴지면 ‘아 오는구나. 그래, 내가 준비를 해놓을 게.’라는 태도를 갖는 편이다. 그렇다고 절대 그것을 다루는데 능숙해졌다거나,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그런 나의 상태를 이제야 깨닫고 받아들이게 됐을 뿐. 우울과 나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그 속에 매몰되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잔잔한 우울은 언제나 나의 의식의 (혹은 무의식의) 기저에 깔려 있어서 이것은 그냥 나의 공기, 분위기를 이루는 것 중 하나로 생각하지만, 가끔, 엄청난 우울의 파도가 밀려올 때가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것인지, 극심한 pms 증상인 건지 그냥 기질적인 문제인 건지 모르겠지만 (이것들이 동시에 진격하면 그 힘은 실로 엄청나다!) 안개 수준을 넘어서는 파괴적인 우울이 나를 덮치려고 할 때. 나는 나름의 준비를 한다.


대단한 방법들은 아니다. 가벼운 산책, 땀나는 운동, 아주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정도. 우울에게서 외부 환경 혹은 나의 육체로 의식의 관심을 돌리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어떤 집중할 거리를 찾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종일 일을 하고 난 후에는 이런 것들을 할 힘도 없어져버린다. 침대에 누워만 있고 싶어 지는데, 그렇게 되면 그냥 차라리 우울 속에 나를 던져버리고 싶어 진다. 그럴 때 나는 음악 어플을 열고 나의 재생목록을 누른다.

 

이 재생목록의 제목은 ‘Gloomy’다. 우울한 노래들을 이 재생목록에 수집해 두고 급할 때 처방을 받는 식이다. 이 노래들은 대체로 음침하고 퇴폐적이다. 멀쩡하던 기분도 우울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노래들이다. 그래서 일상생활하면서 듣기보단, 우울에 파묻혀 있어도 될 때, 그러고 싶을 때 듣는다. 혼자 조용한 방에서 듣는 것이 가장 좋다.


내가 고른 곡들은 세기말적 분위기, 지구가 곧 멸망할 것 같은 혹은 멸망했으면 싶은 듯한 우울함을 내재하고 있는 곡들이다. 사이키 델릭 하거나, 멜랑콜릭 하거나.

 

 

 

I'm On Fire

State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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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less 뜻은 국적 없음. 2003년에 결성된, 영국 리즈 출신의 5인조 얼터너티브 락 밴드이다. 이 곡은 Matilda 앨범의 수록 곡. ‘I’m on fire’다.

 

흔히 그들의 음악 스타일을 말할 때 Radiohead, Massive attack, DJ Shadow 등이 언급된다. 나는 그들이 좀 더 마이너 하고 자유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음악적으로 여러 장르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일렉트로닉, 댄스, 힙합 등 그리고 연주하는 악기도 현대적 기구에서 클래식한 악기까지 다양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을 어떤 한 장르로 규정하기 힘들다.


 

“Musically we’re stateless, we don’t belong to any particular scene."

“음악적으로 저희는 무국적자에요. 우린 그 어떤 씬에도 속하지 않거든요.”

 


그들은 제약을 두지 않기에, 자유롭고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을 생산해낸다. 나는 그중에서도 사이키 델리 록 (Psychedelic rock); 마약을 한 상태에서 연주를 한 것 같은 환각적인 적인 분위기가 특징. 성향이 두드러진 그들의 음악을 좋아한다.

 

 

 

Saturday Come Slow

Massive att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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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sive attack는 1988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결성된 밴드 (삼인조에서 듀오가 된) 트립 합(trip hop) 밴드다.  (트립 합은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다.)앞서 말한 Stateless의 곡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의 곡이다. (스테이틀리스가 매시브 어택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Lost in the magic

From the last time

This town turning

My rose to desire

Saturday comes slow

Do you love me?

Do you love me?

Or is there nothing there?

In the limestone caves

In the south west lands

One time in the kingdom

Believe is on the sand

Saturday comes slow

Do you love me?

Do you love me?

Or is there nothing there?

Saturday comes slow

Do you love me?

Do you love me?

Do you love me?

Do you love me?

Or is there nothing there?

 


이 곡 역시 몽환적이고, 마약에 취한 듯한 전자음, 악기 소리, 보컬 등이 특징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가사 ‘Do you love me?’와 이어지는 ‘Or is there nothing there’는 마약에 취한 채 자기혐오로 점철된 남자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을 되뇌며 그런 자신을 조소하는 것 같다. 어쨌든 토요일은 천천히 오고 있고… 주말이나 평일이나 나의 기분은 언제나 똑같을 것이기에 지금 나는 너에게 나를 사랑하는지 물어봐야겠다.


 

‘브리스틀 사운드'로도 불리는 트립합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그 정서는 쉽게 설명 가능하다. 우울함, 그것도 극도의 우울함을 차가운 전자음을 이용해 몽환적으로 표현하는 게 트립합이다. 몽롱한 환각제의 기운(Trip)을 흑인 음악적 그루브(Hop)에 실어 청자에게 전달한다는 게 골자다. 편히 들을 성질의 음악은 아니지만, 어느 음악보다 중독성이 강하다(영국 주류 언론은 트립합을 랩과 레게의 합성물로 설명한다).

 

- ’트립합…음울한 20세기의 초상’ 기사 중

 

 

 

I don’t wanna

Home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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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shake 몬트리올은 기점으로 한 싱어 송 라이터 피터 세이거(Peter Sagar)의 솔로 프로젝트 이름이다. 멜랑콜릭 하고 r&b 느낌이 강한, 그루비한 멜로디와 한껏 힘을 뺀 나른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In The Shower’, ‘Midnight Snack’, ‘Fresh air’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그의 노래는 일상 속에서 만들어졌다.

 

지구가 멸망했으면! 하는 위의 곡들과는 결이 다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후 풀어지고 나른한 몸으로 소파에 드러누워 과자를 먹으며 괴상한 유튜브 동영상들을 정처 없이 보는 느낌이다.  뮤직비디오 또한 매우 일상적인 장면에서 묘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이 곡은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듣기에도 제격이다.

 

*

 

다시 우울함이 찾아오면 그땐 국내의 우울한 노래들을 소개하겠다.



[박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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