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의 뉴노멀이 정착돼야 하는 이유 [문화 전반]

재난 지원금과 기본 소득?
글 입력 2021.02.10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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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된 지도 이제 두 달, 작년 1월 20일부터 시작되었던 코로나도 우리와 함께 살아간 지 만 1년이 넘은 기간이다. 코로나로 여러 낯선 문제들을 마주하기도 잠시, 그 당시의 뉴노멀들이 이제는 일상이 된 지도 오래다.

 

개인적으로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뉴노멀’은 재난 지원금 제도이다. 아무래도 직접 혜택을 받기도 했고, 또 정치권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난 지원금은 말 그대로 ‘재난 상황에 지급하는 금전적인 도움’을 뜻하는데, 미리 편성되지 않은 예산에 대한 문제와 수혜인 선정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제도였다.
 
누군가는 모든 사람에게 지원금을 보조해야 한다고 했지만, 누군가는 너무 많은 세금이 쓰인다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을 반대했다. 이러한 논란 끝에 정부는 몇 차례 재난 지원금을 지급했고, 그중 한두 차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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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부가 재난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가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피해를 받는 국민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꼭 줘야 하는 것일까?
 
 
 
수저와 사다리

 

예전 <수저와 사다리>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기본 소득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어려운 내용을 보드게임 형식으로 다뤄 인상 깊게 봤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보드게임을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의 재산에 비례해 세금을 거뒀던 것이 특이했다.
 
그렇게 거둔 세금은 균등하게 나누어져 모든 참가자에게 배분되었다. 즉, 가진 돈에 따라 각자 내는 세금을 달랐지만, 이후 배분받은 돈은 똑같다는 얘기다.
 
이러한 형식으로 몇 차례 게임을 진행하자, 참가자들 간의 재산 격차는 점차 사라졌다. 완전한 평등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을 소유할 수 있었다. 경제적 상류층이 소유했던 필요 이상의 부는 경제적 하류층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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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득의 도입으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계층은 경제적 하류층이었는데, 기본 소득 도입 전 빚만 쌓였던 상황과 달리, 기본 소득이 도입되고 난 후부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하지만, “기본 소득을 도입해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상류층이 기본 소득 도입에 찬성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터, 기본 소득을 도입할 때 노동에 대한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드러난다.
 
그럼, 기본 소득과 비슷한 개념인 재난 지원금은 지급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재난 지원금도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노동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닐까?
 

 

쌍용차 문제는 재난의 문제다. 인간이 만든 해고가 인간의 삶을 부수는 극단의 형태로 드러난 정치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이 6년 동안 지속되는 와중에 국가는 해고자와 가족이 다시 설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주지 못했고, 쌍용자동차 관련 노동자와 가족 28명은 죽음으로 이 재난의 사회적 의미를 알려주었다. 급격한 사회 경제적 지위 하락과 지지의 단절 속에서 해고자는 6년간의 모든 부담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감당해야 했다.

 

-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p.102

 

 
우선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재난 지원금은 급격한 사회 경제적 지위 하락을 겪은 사람들에게 지원했던 것이라는 점과 이러한 ‘재난’은 처음 겪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몇 번의 재난은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특히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기술되었던 문제 중 하나인 쌍용차 문제는 유독 코로나 문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적인 이유로 한 개인이 갑작스러운 경제적 지위 하락을 겪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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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봤던 다큐멘터리처럼, 사회적으로 빈부 격차를 줄여주는 제도가 구축되어 있다면,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하락했더라도 금세 다시 일어설 수 있겠지만, 그와 같은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빚더미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급격하게 경제 지위가 떨어진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빈부의 격차에 결국 ‘언젠가는 회생을 해야겠다’라는 의지마저 잃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재난 지원금에 대해 ‘일시적인 금전적 지원으로 얼마나 큰 복지 효과가 나타나겠냐’는 말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없앨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단은, 한 개인의 일상이 파멸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사회적 안전망을 설치해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시적인 ‘여윳돈’으로 치부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긴급생계금’일 테니 말이다. 외부의 압력으로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을,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그런 사회 안전망이 장착되기를 바라며,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남긴다.
 
 
안전한 곳에서 일하게 된 노동자일수록 금연 프로그램의 효과가 더 컸던 것입니다.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금연에 실패하는 경우, 그 원인은 개인의 의지 부족일까요, 아니면 금연 의지를 좌절시키는 위험한 작업 환경일까요.
 
물론, 둘 다 중요한 원인이고 함께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전자는 개인의 역할이고, 후자는 작업장과 회사와 국가의 책임이지요. 한국사회는 전자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지 질문해봅니다.
 
-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p.61~63
 
 

★ 한유빈 컬쳐리스트.jpg

 

 

[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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