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나의 웃음에 숨어버린 그들의 외침 -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글 입력 2021.02.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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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생과 엄마와 함께 전시회장을 찾았다.

 

가족들과 전시를 본 것은 1년 전 제주도의 <빛의 벙커>가 마지막이었기에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겸 전시회를 가는 설렘을 느꼈다. 특히나 예술의전당에 가족과 함께 가는 것은 거의 10년 만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좋은 전시회를 만나고 싶다고 소망하며 서초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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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


 

 

정치적 이상과 사회적 정의, 종교적 신앙이 모두 거세되 시대에, 학살당하는 순간에도 벌거벗은 채 웃고 있는, 무지하고 획일적인 군중의 모습은 나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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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아가면서 겪은 고통과 고난, 한계들을 모두 표현해내고자 한 웃음은 굉장히 역설적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계속 쳐다보게 된다. 번뜩이는 눈, 눈매, 코, 올라간 입꼬리, 입, 이빨, 그 눈코입의 조화까지 살펴보다 보면, 그가 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이라고 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한 시대를 웃다



 

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부자유와 허무가 숨어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나 자신의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 유에민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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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불러온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에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은 슬픔의 미소를 짓고 있다.

 

작가가 살고 있는 중국은 사회주의적 신자유주의라는 체제로 사람들에게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정치적 목적으로 강요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을 보면 <1984>의 영사가 떠오른다. <1984>의 조지 오웰은 자신의 글과 소설을 통해 정치적 자율성은 배제된 채 인간의 가치는 쇠퇴하고 기능적 인간으로만 남게 된 사회를 비판한다.


지금도 획일화되어 가는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가 혼란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병이라는 세계적인 고난 앞에서 우리는 더욱더 와해되어 가고 있음을 각종 기사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2021년 시대에도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있고, 한때 패권국이었던 어느 나라는 야권 지도자에 대한 암살 의혹과 관계된 인물의 의문사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모든 저항과 혁명은 불가하며 주체의 죽음을 맛보았고 이는 곧 타자의 죽음과도 연결되어 우리는 유에민쥔의 작품들이 그저 그림으로 존재하는 예술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A Great Laugh, A Glorious Death, Oil on Canvas 240x200cm 2012 ⓒYue Minjun 2020.jpg

 

 

냉소적 사실주의는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단어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작품들을 보며 어떠한 재료로 그림을 그렸을지 궁금해하기보다 전체적인 작품에서 느껴지는 울분과 같은 감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관람하였다. 전시회에 사람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큰 그림들을 오랫동안 관람할 수 있었기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그림에 빠져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유에민쥔의 작품들은 결국 모두 동일한 존재의 자기 복제와 계속해서 웃고 있는 일률적인 모습들을 강조한 그림이기 때문에 그냥 단순히 지나쳐가듯이 작품을 감상하면, 결국 웃고 있는 모습을 복사 붙여넣기 한 그림으로만 보이게 된다.

 

하지만 천천히 작품의 상황과 주변에 전시된 그림과 함께 비교해보며 살펴보면, 그 속에서 죽은 공동체와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씁쓸함과 이를 바꿔나갈 동기와 구조를 찾게 된다.

 

 


내 안의 해골, 해골 속에 갇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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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의 특별한 부분은 한국 작가와의 협업이 있는 공간이었다. 유에민쥔의 첫 한국 개인전을 기념해 판화를 한국 작가 백승관, 하정석 작가가 제작했다.

 

실크스크린이 겹겹이 올려져 만들어진 판화들을 보며 같은 웃음이 반복되어 펼쳐지는 원작과 복제가 가능한 판화의 특성이 어우러져서 그 매력이 한껏 더 발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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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입을 크게 벌리고 수많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는 남자의 눈엔 해골이 박혀 있는 그림이 판화로 제작되어서 괴기스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소리 없는 외침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반대로 해골에 갇힌 웃고 있는 남자가 담긴 그림도 판화로 제작되어 이전 공간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해골과 웃고 있는 남자의 공존하는 모습이 더욱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인간의 생과 죽음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기분과 함께 나도 저 해골의 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웃고만 있는 남자와 마찬가지 신세인 것은 아닌가 나의 생을 돌아보았다. 현실을 직시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채 눈감고 웃고만 있는 게 꼭 나 같아서 이 작품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림 속 웃음과 웃음을 숨겨버린 마스크


 

Memory 2, Oil on Canvas 140x108cm 2000 ⓒYue Minjun 2020.jpg

 

 

무엇보다 이 전시회를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중국의 아방가르드라고 부르는 유에민쥔의 작품을 보면, 익살스러운 웃음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마음에 확 들어온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며 웃고 있는 그의 눈에서는 분노, 슬픔과 억압에 대한 저항심이 느껴진다. 하나의 표정으로도 많은 감정을 담아낸 작품들을 보며, 가족들과 딱딱해진 이 사회에서 살아 숨 쉬는 감정을 찾고 싶었다.


우리도 작품 속 그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정을 마스크로 가리고 눈으로만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지금, 우리는 눈으로 많은 것을 전달한다. 유에민쥔의 작품 속 사람들은 왜 항상 웃고만 있는 걸까?

 

같은 표정이지만, 그들은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인물에 따라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화면 캡처 2021-02-08 171232.jpg

 

 

현실 속 우리도 모두 표정을 알 수 없게끔 만드는 마스크를 끼고 살아가고 있다. 작품 속 익살스러운 미소에서 내가 메시지를 전달받고자 노력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한계가 분명한 거리 두기 사회에 살고 있지만 내가 마주하는 사람 한명 한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과 감정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그를 중점으로 이 전시회를 보았고, 미술관에서 나온 후 소통이 단절되어가는 사회에서 눈으로, 상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전시라고 생각이 들어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웃음이라는 한가지 표정에 숨어버린 수많은 주체의 마음속 진실한 아우성이 들린다.

 

나도 마스크 속에, 집안에, 마음속에 숨긴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슬픔을 마주 하고 싶다. 그렇게 이 시대를 이겨나가고 싶다. 영화 <겟아웃>에서 활짝 웃음 지으며 눈물 흘리던 인물, 유에민쥔의 작품에서 입 찢어질 듯 웃고 있는 남자까지 그들이 그토록 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금 내 마음속에 머금어 본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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