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원근법 다시보기-2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눈 [미술/전시]

글 입력 2021.01.1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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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초상.jpg

David Hockney,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1972

 

 

지난해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았던 영국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는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스타 작가이다. 당시 함께 전시되었던 1972년 완성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1972)>은 수영하는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사람을 사진처럼 포착한 ‘수영장’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높이 2m의 대형작인 <예술가의 초상>은 2018년 11월 16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러(약 1,018억 원)에 낙찰되어 호크니에게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비싼 화가라는 타이틀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를 제외하고도 서구 원근법적 전통에 도전하는 동시대 미술 작가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데이비드 호크니를 꼽을 정도로 그는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작가이다. 독특한 빛 표현과 간결하지만 풍부한 색감으로 특유의 감성을 담아내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기존의 회화 개념을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발전시켜왔다.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png

David Hockney,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2007

 

 

호크니는 서구 미술의 규범적인 시각 관행을 깨고 근대 시각 중심주의적 미술에 도전하고자 친 동양화적 시각을 제시해왔으며, 특히 중국 두루마리 회화가 이동하는 관람자의 시점과 시간의 유동성을 수용하고 있음에 주목하여 1980년대 본격적으로 이를 자신의 풍경화에 활용했고 시간과 공간을 반영한 회화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여 2000년대엔 야외 대형 풍경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60여 년의 작업 여정 동안 다양한 매체를 다루면서도, 보는 방식에 대한 자신의 미학적 관심을 일관성 있게 지켜왔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무려 가로 12미터, 세로 4.6미터로 제작된 대형 풍경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이다. 이 회화 작품은 호크니의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50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완성하는 데는 약 6주가 걸렸다고 한다.

 

본 작품을 앞에 선 관람객들은 평면이 아닌 공간을 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호크니의 회화는 사진처럼 풍경의 한순간을 포착해 그림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실제 3차원의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향하는 시선의 이동이 마치 공간을 유희하듯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눈에 있어 자유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전 글 '원근법 다시 보기-1 원근법은 발명인가 발견인가?'에서 언급한 일루전 회화와는 달리 인간의 눈에 충실하고 보이는 시각을 밀착되게 구현하는 호크니의 회화는 관람자의 눈과 발의 이동을 포용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가 추구한 것은 인간의 눈에 진실한 시각이며 주체의 이동하는 신체적 두 눈이었기 때문이다.

 

*

 

우리의 눈은 광활한 대자연을 한 소실점을 통해 훔쳐보지 않는다.

 

한 개의 고정된 눈을 산정하고 관람자의 시선을 강제했던 원근법적 회화와 달리, 불안한 초점까지 포용하는 호크니의 회화는 드디어 관람자인 내가 두 눈을 가진 인간임을 인정해 준다. 호크니의 세계를 마주한 난, 끊임없이 자극을 찾는 눈의 ADHD를 저지하는 어른에게서 벗어난 어린아이의 자유를 느꼈다.

 

그의 작품은 ‘사람인 너의 눈의 욕심을 인정할게. 마음껏 흔들리고 불안하고 산만해 보렴!’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호크니.jpeg

Hockney circa, 2017

출처: Singulart | Magazine - 2019 ©

 

 

“눈은 언제나 움직인다. 눈이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눈이 움직일 때, 내가 보는 방식에 따라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에 대상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실제로 다섯 명의 인물을 바라볼 때 그곳에는 1천 개의 시점이 존재한다.”

 

_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눈에 대한 자신감, 이것이 인상주의 회화로 대표되는 눈밖에 남지 않은 서구의 '시각 우월주의적 주체'를 강조하는 것이라며 비난할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호크니가 말한 '1천 개의 시점이 존재한다'라는 구절은 시각 주체의 우월성을 부각하는 듯하지만, 오히려 눈의 권력을 분열시켜 유일무이한 절대적인 본질과는 멀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변적 주체를 기반으로 고정된 시점과 보편적 기준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호크니의 작업은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각의 우월성은 영원히 그 권위를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텍스트를 외면하는 현대에 들어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눈은 결코 완전한 하나의 진리가 될 수 없으며, 그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진실이 아닐 수 있는 회의적인 귀결이 어느덧 익숙해져 버릴 정도로 우리의 지적 사유는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는가.

 

 

 

정다경.jpg

 

 



[정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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