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우리의 전공에 대하여

20대 중반,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서 D와 나눈 이야기
글 입력 2024.02.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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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대 중후반. 주변을 둘러보면 슬슬 학교를 떠나 회사에 자리를 잡는 친구들이 보인다. 요즘은 대학생 집단에선 높은 확률로 최고참이 되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선 막내 위치에 있는 꽤나 애매한 사람이 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빨리 이 시기를 지나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떨쳐내기 어렵다. 아마 조급해지는 것일 테다.

 

그래서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취업 이야기로 흐를 때가 많다. 특히 문과계열 친구들과의 대화는 걱정 섞인 푸념과 함께 각자 전공을 어떻게 살릴지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무래도 전공에서 배운 것만으로 취업이 보장되지 않고, 각자 커리어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나 역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20대 중반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전공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인터뷰 주제로 삼아 친구 D에게 물었다. 같은 문과계열이지만 전공은 다른 친구. 그 또한 나름대로 주어진 것을 충실히 소화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상 속에서 한 사람을 탐구하는 인터뷰가 아닌,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가볍게 진행하고자 했던 것이 조금 진지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이러한 인터뷰의 매력이 아닐지. 20대의 중반으로 접어들며, D와 나눈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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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다. 인터뷰어와는 안 지 1년 정도 된 친구 사이다.

 

 

이번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평소 MBTI나 간단한 심리테스트 등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테스트를 좋아한다. 이와 비슷하게 인터뷰도 질문을 통해 답을 하는 다른 테스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참여하기로 했다.

 

 

 

그의 전공, 사회복지학에 대하여



사회복지를 전공한 이유가 무엇인가?

 

원래는 심리학과를 가려고 했다. 그런데 전국에 심리학과가 있는 대학교가 많지 않더라. 학과 선택을 할 당시 성적도 고려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그나마 비슷한 사회복지학과에 갔다.

   

 

사회복지학과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선 장점부터 설명하면, 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졸업 요건으로 일정 봉사 시간 이상을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게 봉사를 하면 타인을 돕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이 크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들과 대화하며 각기 다른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봉사를 하는 행위 자체도 뜻깊지만 사람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법과 정책 등을 접하게 된다. 이런 부분들이 나중에 지식적으로 필요하기도 하지만 넓게 보았을 때는 좋은 상식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해 공부하기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전체적으로 평소에 남을 돕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그와 연관된 이론에 관심이 있다면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는 전공인 것 같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앞서 말한 봉사 시간을 채워야 하는 부분이 사람에 따라선 강제적이고 시간을 많이 쓰는 행위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는 거의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 전공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또한 학점을 잘 따고 싶다면 사회복지학과에서 배우는 거의 모든 과목들은 암기가 필수다. 그래서 공부할 때 암기가 정말 싫다면 이 학과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장점과 단점 모두에서 봉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렇다면 봉사와 사회복지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봉사는 자발적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하는 것이며, 사회복지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지역사회를 위해 개입하는 전문 분야이다. 즉, 개념적으로 봉사와 사회복지가 완벽히 같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봉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여 사회복지학을 무조건 좋아한다고 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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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며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회복지학이 나에게 잘 맞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전공 적합성이다.

 

사회복지학이 맞는지 알아보려면 현장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학과에서는 3학년은 되어야 실습을 할 수 있고, 필수로 하는 것을 제외하면 스스로 현장을 찾아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항상 이론적으로 배우는 부분과 실제 업무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전공을 가진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답변을 들어보면 실습이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실습에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을까?

 

여태 실습 2번을 했는데, 하나는 직원분 없이 실습생들끼리 이용자 가정을 방문하여 이용자와의 대화를 주도한 점이다. 또 하나는 스스로 배드민턴 수업을 진행해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경험의 공통점은 직원분이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한 것인데, 당시엔 스스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일이 긴장되고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잘 이겨낸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의 미래를 묻다


 

어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가? 만약 사회복지사의 길을 택하지 않을 거라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사회복지사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직업을 가질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아마 하게 될 것 같은데, 복지 혜택을 받는 당사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

 

 

당사자 중심으로 생각하며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타인의 말을 경청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타인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사회복지의 관점에선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의 발화에서 자신이 부족하다 느끼는 것이 있는지, 그래서 받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 당사자가 “선생님, 저는 오늘 마트를 갔는데요. 마트를 가서 오늘 저녁밥 재료를 사고 아이들이 과자도 먹고 싶어서 사려고 봤더니 과자까지 살 돈이 안 되는 거예요. 갔다 왔더니 마트까지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거동이 불편해서 조금 힘들더라고요.”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여기서 당사자가 부족한 것은 돈과 거동을 도와줄 보조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그들의 말을 듣다 보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느라 말이 길어져 정작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러한 것들을 파악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며 내가 마주한 삶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사회적 약자를 현장에서 보고, 그들을 위해 공부하기에 예전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부분들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작게는 복지관의 시설부터, 크게는 장애인콜택시, 저상버스 등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특히 경사로가 없이 계단만 있어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힘든 곳을 보면 내가 당장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누리고 별로 신경써야 할 부분도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의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생기다 보니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 같다.

 

또한 아이와 가족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항상 멀게만 느껴졌던 부분이었는데, 관련된 지식도 쌓이고 조금 더 신중해진 부분도 크다. 더 나아가서는 실습과 봉사를 하며 많은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더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며 대화하려 노력하게 된 점도 겪은 변화 중 하나다.

 

 

이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 한 부분들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럼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도적으로, 인식적으로 친화적이라 볼 수 있을까. 부족하다면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다고 생각하는가?

 

제도적으로는 아직 배우는 단계라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인식적으로는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어릴 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기피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 본다.

 

이는 어릴 적부터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법이나 그들을 향한 인식적인 부분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TV 프로그램이나 여러 영상에서 유럽 쪽 사례를 보면, 버스 기사가 친절하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승객들 또한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사례가 없진 않지만, 이러한 인식이 만연하진 않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사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성장과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은 소외되기 쉬운 구조에 놓여있다고 본다. 그들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데도 말이다. 그래서 관련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다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만약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다른 과를 더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높은 확률로 다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원래 가려 했던 심리학과를 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신 전공이 잘 맞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기에, 1학년 때부터 사회복지가 나에게 잘 맞는 전공인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보다 깊게 고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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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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