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작품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예술품의 소실을 잊고 미술사를 바라보았는가
글 입력 2021.01.09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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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작품의 현주소를 찾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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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잃어버린 작품을 모아둔 미술관을 설립한다면, 거기에는 세계의 모든 미술관의 소장품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작품이 존재 할 것이라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예술 작품 들은 도난 되거나, 전쟁으로 인한 약탈 과정에서 소실 되거나 사고로 사라지거나 소유자의 파기 등의 여러 경로를 통해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보면 수십, 수 천년의 시간 동안 예술 작품이 온전히 보존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해보면 새삼스러운 결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작품에 대해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박물관에 전시 되어 있는 작품들에 관심을 가질지 언정, 사라진 작품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예술 작품들을 어떻게 보존하여 미래 세대에 넘겨줄 수 있을지, 또한 수 천년에 걸쳐 인류의 창조활동 역사에서 살아남은 현존하는 작품들이 얼마나 섬세하고 가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것이다.


이 작품 속의 사라진 예술품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사와는 또다른 예술의 역사의 이면을 보여준다. 어쩌면 현존하는 미술품들은 사라진 미술품의 존재를 염두에 둔다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현존하는 작품들은 역사 속에서 각종 사건 사고와 위험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지, 꼭 귀하고 가치 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같은 예술가의 작품일지라도 현존하는 작품보다 사라진 작품의 가치가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라진 예술품의 역사에 더욱 주목을 해야 한다. 예술품은 여태까지 우리의 삶의 핵심적인 부분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여겨졌고, 그로 인해 미술사를 살펴보는 일은 중요한 의무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예술품에는 생각보다 많은 가치와 의미가 녹아 있다. 예술품은 때로 소장자의 신분과 자기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왕, 귀족 등의 주요 인물들을 표현하는 그 자체가 되기도 했으며, 수 많은 전쟁과 테러 속에서 그 자체로 화폐와 대등한 가치를 가짐으로써 표적이 되기도 했다.

 

 


예술품은 어떻게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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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이 사라진 경로는 그 유구한 역사만큼 다양하지만, 이 책에서는 도난, 전쟁, 소유자의 파괴, 매몰 등의 경로를 중심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특정 경로로 인해 어떻게 예술품이 사리지게 되었는지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먼저, 도난의 경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달한 방범 장치가 흔한 현대보다, 그러한 방법 장치 없이 문단속과 경비원의 눈 만을 피하면 되었던 이전의 시대에 빈번하게 이루어 졌다.


예술품의 도난 사건은 여타의 도난 사건들과 달리 그 이면에 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있다. 미술품의 수집은 권력, 자기 표현 등을 위해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해왔는데, 문제는 이러한 수집의 역사 속에서 늘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만 수집가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출처가 의심스러운 미술품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범죄 조직들은 이러한 가치를 지닌 미술품을 도난 하여 암암리라 수집가들에게 팔아 자금을 마련하곤 했다.


이 책의 ‘도난’을 다룬 챕터에서는 익히 들어보았을 법한 유명한 미술품들이 어떠한 목적과 과정을 통해 도난 되었는지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게 중에 몇몇은 암매장에 잡입한 경찰에 의해 되돌아오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작품들은 많은 이를 거쳐가 팔리면서 행방이 묘연해지거나, 도난을 자행한 범인이 마땅히 처리 하지 못해 숨겨두었고 그의 사후에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미술품의 거래는 여타의 금전적인 거래들과 달리 너무나 불투명하고, 국제적이며 폐쇄적인 클럽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술품 거래를 단속하여 도난을 예방하기란 쉽지 않고, 결국 이 과정에서 도난을 통해 현존했다면 엄청난 가치를 지닌 체 미술사의 다채로운 면을 보여주었을 작품들이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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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은 또한 전쟁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많이 소실되곤 한다. 수많은 국가들은 전쟁에서 승패를 거머 쥐었을 때 패배한 나라의 예술품들을 갈취하거나 약탈하곤 하는데, 이는 적장의 목을 베는 것보다도 예술품을 약탈하는 것이 정복을 증명하는 더 영속적이면서도 고상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폴레옹의 경우 이러한 약탈 행위를 조직적으로 일삼기도 했다. 그는 예술품 수집 전담 부대를 설립하고 파견하여 패전국의 미술품을 긁어모았다. 미술품은 그에게 일종의 전리품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약탈 행위의 이면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존재하기도 한다. 현대의 잘 조직된 군대의 경우 성과급, 월급 등과 같은 경제적인 수단과 문화적인 장치를 통해 병사들의 약탈 행위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그 시대의 군부대의 경우, 상여나 급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과 수단도 없었기 때문에 패전국에 대한 임의적인 약탈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곤 했다. 전시의 상황은 평소의 도덕 관념과 질서가 혼탁해진 순간 이니만큼, 전쟁 지역의 혼란을 빌어 이러한 비공식적인 약탈과 파괴가 이루어지곤 했다.


미술품은 또한 원작자나 소유자로 인해 파괴 되기도 한다. 원작자에 의한 파괴의 경우 대부분 의도적인 목적하에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의 경우 그의 드로잉과 데생 뭉치들을 스스로 불태우고 그의 사후에도 제자를 통해 습작들을 불태우도록 했다. 이는 그의 완벽한 이미지를 보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작품을 보일바에는 스스로 없앰으로써 예술가들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미술품들은 이렇게 수 천년의 역사 동안 다양한 경로로 자취를 감추었고, 그 결과 현존하는 미술품들에 비춰 볼 수 밖에 없는 현재 우리가 아는 미술사의 세계는 좁아지게 되었다. 우리는 사라진 미술품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업을 통해 잊혀진 그들이 있었을 역사를 알아봄으로써 예술품을 바라보는 식견을 넓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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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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