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존 카니의 음악영화 - 원스 & 비긴 어게인 [영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감성 멜로디
글 입력 2020.1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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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의 거장, 존 카니


 

내 기억 속 첫 음악영화는 <비긴 어게인> 이었다. 이를 보고 나서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에 빠져 한동안 그 OST만 듣곤 했었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러도 여전히 듣기 좋은 이 음악을 통해 잘 만든 영화음악은 평생 사랑받는다는 말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을뿐더러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원스> 감독과 <비긴 어게인>의 감독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바로 존 카니라는 것도 말이다.

 

두 영화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인지 자연스레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평소 감독을 보고 영화를 고르는 편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이라면 예외였다. 그만큼의 가치를 지닌 영화를 선사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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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존 카니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1972년 아일랜드 출생의 전 베이시스트이자 현 잉글랜드의 영화감독이다. 일명 ‘음악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2008년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 신인 감독상, 2007년 ‘제23회 선댄스영화제’ 음향상 등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의 대표작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원스>, <비긴 어게인>이다.

 

나는 두 작품을 통해 그가 창조하는 음악영화를 소개해보려 한다.

 

 

 

다른 듯 닮아있는 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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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스> (2006)

 

이제 사랑은 더이상 없을 거라고 믿었던 ‘남자’와 삶을 위해 꿈을 포기했던 ‘소녀’의 더블린 밤거리에서 시작된 만남을 다룬 영화 <원스>. 이는 “때론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라는 존 카니 감독의 확신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실제 인디 뮤지션인 두 배우와 뮤지션 출신의 스텝들이 만나 탄생하였다고 한다. 1억 5천만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 저예산 영화로 시작해 무려 138배의 수입을 거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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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긴 어게인> (2013)

 

<비긴 어게인>은 스타의 명성을 잃은 음반 프로듀서와 스타 남자친구를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노래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멜로디이다. 존 카니는 한때 프로 뮤지션이었던 자신의 과거 경험을 되살려 영화 속에 녹여내었다. 할리우드 스타들로 가득한 배우진은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한다. 그뿐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뉴 래디컬스 밴드의 리더인 그렉 알렉산더가 총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여 따뜻하고 감성적인 음악을 선사한다.

    

 

 

음악영화란?


 

 

음악영화는 연주·합창 등을 스크린에 재현·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 수법의 작품을 비롯하여 여러 갈래에 걸친 영화의 장르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위의 사전적 뜻과 다르게 존 카니의 영화는 단순 재현이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그에게 음악은 극을 이끌어가는 요소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 혹은 그 자체를 나타내는 요소로도 사용된다. 다시 말해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음악이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기법은 여러 미디어에서 종종 사용되곤 한다. 따라서 그만의 특이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존 카니는 이를 통해 음악영화 계의 붐을 일으켰다. 나는 이 점에 의의를 두고 그의 음악영화를 소개해보려 한다.

 

과연 존 카니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여 음악과 영화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었을까? 이를 미장센과 사운드에 중점을 두어 설명해보겠다.

 

 

 

영화를 비추는 거울, 미장센


 

먼저 두 영화는 캐릭터의 설정부터가 음악과 연관되어 있다.

 

<원스>의 경우, 싱어송라이터 ‘남자’와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소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비긴 어게인>의 경우, 똑같이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와 음반 프로듀서였으나 의견 차이로 해고된 ‘댄’이 등장한다. 가난한 아마추어 뮤지션인 그들을 길게 자란 수염, 단조로운 옷차림, 푸석푸석한 얼굴 등으로 나타낸다.

 

특히 <원스>의 주인공은 특수한 장면을 제외하곤 대부분 같은 복장을 착용한다. 저예산 영화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난한 뮤지션 생활을 하는 ‘남자’를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원스4.jpg

 

 

두 영화의 뮤지션들은 음악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가난이라는 벽이 앞을 가로막아도 이에 개의치 않고 그를 허물기 위해 노력한다. 그 때문인지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이 드러난다. 비록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기에 더욱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음악 관련 종사자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훨씬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세팅마저 음악을 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설정하였다. <원스>는 감독의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 <비긴 어게인>은 그의 고향과 흡사한 미국 뉴욕으로 둘 다 한 로케이션 안에서 촬영되었다. 사람들이 가득한 길거리부터 시작해 버스, 지하철, 벤치, 집, 악기 가게, 녹음실, 공연장, 옥상까지 어디든 그들의 무대가 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촬영 당시 현장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뉴욕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다. 이와 같은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각 장소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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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야외는 자연광을, 실내는 공연장을 제외하고는 노란빛 혹은 빨간빛이 감도는 실내조명을 사용하여 더욱 진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생성한다. 조명 덕에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인 집, 버스,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칠 때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도 든다. 마치 길거리 버스킹을 관람하는 것 같달까? 이에 살짝 흔들리는 카메라, 클로즈업과 줌인, 현장음이 더해져 관객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소품이다. 두 영화에 등장하는 노트북, 캠코더, 핸드폰, 사진은 과거 회상에 쓰인다. 이 중 하나가 화면에 비치면 그와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주인공이 손에 쥐는 순간 줌인하며 과거로 돌아간다.

 

몇몇 장면은 노란 색감의 저화질 영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과 구분 짓는다. 그날의 아련하고 쓸쓸한 분위기,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상황, 주인공의 눈물로 인해 감성이 풍부해지는 와중에 가슴이 저릿한 노래가 연주됨으로써 영화 속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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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지점을 마주한 음악


 

존 카니 감독이 말하길 <원스>에서는 인위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음악이 없었으며 <비긴 어게인>에서는 인생의 어느 지점을 마주한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곡을 작업했다고 한다. 따라서 두 영화의 음악은 모두 인물의 심리나 감정 상태, 더 나아가 깊은 내면까지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먼저 상대방에게 전하는 심정을 담은 소녀의 ‘The hill’, 그레타의 ‘Like a fool’이 있다. 이는 그들이 남자친구(혹은 남편)를 향한 원망과 미련을 담아 극 중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다. 극 중 상대를 향해 노래함으로써 자신의 심정을 알아차려 후회하고 반성하도록 했다.

    

 

Don't you see me crying

And I know that you can't do it all

But you can't say I'm not trying

 

I'm on my knees in front of him

But he doesn't seem to see me

But all his troubles on his mind

 

소녀의 ‘The hill’

 

  

반대로 남자의 ‘Falling slowly’와 데이브의 ‘Lost stars’는 앞의 두 여자를 향한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곡으로 사용되었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 고백인 셈이다. 둘 다 이뤄지지 않았기에 씁쓸함을 남긴다.

    

 

I thought I saw you out there crying

I thought I heard you call my name

I thought I heard you out there crying

 

Just the same

     

데이브의 ‘Lost stars’

 

  

흥미롭게도 두 영화 모두 엔딩 음악이 반복 사용되었다. <원스>의 ‘Falling slowly’는 처음과 마지막에 사용되며 두 남녀의 심경 변화를 드러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 불과했다면 마지막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픔과 아련함이 담겨있다.

    

 

Falling slowly

Sing your melody

I'll sing along

 

I paid the cost too late

Now it’s gone

 

‘Falling slowly’

 

  

그리고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s’는 그레타가 데이브를 위해 선물한 곡에서 데이브가 그레타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곡으로 쓰인 후, 엔딩에서 세 남녀의 대비되는 심정을 제시하는 역할로 사용되었다. 이는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며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나타낸다.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Lost stars’

 

 

마지막으로 과거 회상과 교차 혹은 평행 편집에서도 음악이 사용되었다. 전자의 경우, 디제시스 오프스크린-온스크린-오프스크린으로 연결되며 과거와 현재 사이의 이음새를 메꿔주었다. 후자의 경우, 서로의 상황이나 감정을 제시하는 역할로 사용되었다. 이 역시 디제시스 온스크린-오프스크린으로 연결되는 구성을 보여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음악을 멜로디와 가사뿐만 아니라 영화 속 구성까지 신경 써서 배치했기에 그 조화가 더욱 아름답게 이뤄졌다고 본다.

 

*

 

뉴욕 타임즈는 <원스>에 대해 “이 영화는 뮤지컬의 진정한 미래다. ‘화려함’과 ‘웅장함’이 아닌 ‘수수함’과 ‘절제’의 설득력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비긴 어게인> 역시 마찬가지로 기존 화려한 음악영화 혹은 정통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로 음악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이 모든 건 존 카니가 음악을 또 다른 요소로 사용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볼 수 있다. 그는 영화와 음악의 하모니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연스러운 음악영화’를 탄생시켰다. 두 영화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따뜻한 감성 멜로, 공감과 치유의 음악, 현실적인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존 카니의 음악영화. 이 글을 읽고 그의 영화가 궁금해졌다면, 단 몇 시간 동안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히 그의 음악을 감상하길. 그로부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내길 바란다.

   

 

 

컬쳐리스트.jpg

 

 

[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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