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지살이 몇해인가요 [사람]

글 입력 2020.10.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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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 바라지도 않던 내가 서울에 살고 있다.


원래 서울은 특정 날짜를 정해 여행으로 와야 했던 곳이다. 거리 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낯섦이 상당한 지역이었다. 동시에 여행이라는 즐거운 추억으로만 채워진 지역이기도 했다. 항상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많다고 느꼈고 특히 문화에 뛰어들 수 있는 장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이제는 이곳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만 한평생 살아온 지인이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 때 느낀 것을 말해주었다. 부산이었는지 다른 지역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이럴 때 대부분의 대답은 “바다가 예쁘고 해산물이 맛있더라.” 혹은 “지하철역이 많이 없더라”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길에서 사람들이랑 단 한 번도 안 부딪혔어!”
 
나는 이 문장이 너무나 신기했다. 여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다. 내가 살아온 동네는 여유롭고 한적함 그 자체이다. 빼곡한 아파트단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높은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 앞에는 초록색으로 우거진 나무들이 있고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걷는 길을 포함하여 모든 분위기가 정반대로 스며있는 곳에서 살고 있다.

 

 

 

서울살이 몇해인가요


 

 

서울살이 몇핸가요 -뮤지컬 '빨래'

 

서울살이 몇 몇핸가요
서울살이 몇 몇핸가요
언제 어디서 왜 여기 왔는지 기억하나요?
서울살이 몇 몇핸가요
서울살이 몇 몇핸가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마음에 담고 살아가나요?
 
(중략)
 
빨래처럼 흔들리다 떨어질 우리의 일상이지만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꾹 짜서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우리가 말려 줄게요
 

 

이 공연은 먹먹한 서울살이의 현실을 표현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마주한 힘듦을 헤쳐나가는 내용이다. 그중 위의 넘버는 필자가 가장 애틋하게 곱씹은 노래이다.
 
대표적으로 자취의 단점으로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아픈데 간호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사회생활에 지쳤을 때. 하지만 이외에도 단순히 빨래, 청소, 요리하는 중간에 문득 집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 공간보다는 따뜻한 가족의 온기가 생각나는 듯하다.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조금의 위안이 되는 듯했다.
 
처음 자취를 시작하기 전날 밤은 잊히지 않는다. 부모님과 함께 누워있었고 ‘이제 이 침대에서 매일 잘 순 없구나’라는 생각에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 밤을 보냈다. 평생 올 수 없는 것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영영 떠나는 것 같았다. 기차를 타고 배웅받던 시간은 멈췄으면 했다.
 
첫날밤은 집이 너무 조용해서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처음엔 혼자 도전하는 타지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갑자기 자취를 시작하게 된다면,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에서 홀로 그들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자취는 이어질 것이다


 

20대가 할 수 있는 과감한 모험이 뭐가 있을까? 필자는 자취라고 생각한다. 자취로 1인 가구에 들어선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부가적인 외로움 등은 새로운 시작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조그마한 부스러기 정도로만 여기게 되었다.

 

처음은 힘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잃을 수 없는 장점들도 깃들어있다. 독립은 지금의 삶을 구성할 수 있는 출발선이기도 했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 때문이다.

 

사소하게는 늦게 일어나도 되는 것, 늦게 집에 들어가도 되는 것, 조용히 쉴 수 있는 것들도 큰 가치를 지닌다. 가끔은 멀리 살아서 더 가족과 애틋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아마 고향인 본가에서 계속 지냈다면 안락한 안식처에서 휴식만을 취했을 것 같은 확신이 든다. 지금과 같은 독립심과 생각은 발전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필자가 느낀 자취는 혼자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일련의 연습 과정이며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확장 시킬 방법이다.

 
자취를 갓 시작했다면, 너무 걱정만 쌓아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싶다. 막연한 걱정 보따리를 차근차근 풀어간다면 분명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바뀔 것이다.
 
 
 

에디터 명함.jpg

 

 



[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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