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커피 한 잔의 여유 속 내 시간 - 시간 블렌딩 [도서]

글 입력 2020.10.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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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여유가 물씬 느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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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하루하루 커피를 마시면서 그 짧고도 긴 카페에서의 시간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간다. 어느 하루는 카페모카, 그리고 어느 하루는 핸드드립, 아포가토, 달고나라떼, 그리고 믹스커피까지 다양한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감정, 단상을 담는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고등학생 때는 그저 각성 효과를 위해 달달한 스타벅스 카라멜 마끼아토 병음료를 한 박스씩 사다 놓고 하루에 하나씩 마시곤 했다. 그렇게 잠을 깨워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하루에 달달한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에 꼭 챙겼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는 커피를 마실 정도로 각성 효과를 바라지 않게 되었지만, 간편한 캡슐커피를 매일 내려 먹는 엄마를 따라서 아메리카노에 빠지게 되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달달한 시럽과 초콜릿이 없는 진짜 커피를 마셔보게 되었고 그때 이후로 계속 나의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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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나도 카페 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학교 수업 전 커피 한 잔, 동네 카페에서 과제하며 커피 한 잔, 친구들과 만나 커피 한 잔. 누군가는 한 달 동안 커피값을 아끼면 그 대신 적금 하나 만들 수 있다고, 혹은 영어 인강을 들을 수 있다고 그런 말을 하지만, 그들은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서 오는 소중함을 절대 모른다.

 

우리는 커피보다 커피 마시는 그 시간이 더 좋은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의 몇 안 되는 취미 혹은 힐링이 동네에 있는 카페 다녀보기다. 아침에 밥을 먹으면서 지도를 켜 카페를 찾아본다. 새로 생긴 카페는 없는지, 무슨 메뉴가 있는지, 후기는 어떤지 고심하고 또 고심해 짐을 챙겨 카페로 향한다. 그렇게 나의 단골 카페가 생겼고, 프랜차이즈 중에는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를 애용하게 되었다.

 

카페에서는 보통 책을 읽거나 학교 공부를 하고, 오피니언을 써본다. 글은 카페에서 제일 잘 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항상 노트북을 챙겨 간다. 작가도 커피를 마시며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적으며 이 책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선하고 참신했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갔는데 읽으면서도 일상적인 카페 메뉴로부터 그런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는 그 능력이 너무나 부럽기도 했다.

 

 

 

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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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서 책을 펴든다. 빛이 들어오지 않고, 테이블의 흔들거림은 없으며, 의자는 약간 딱딱한 늘 앉던 자리. 책을 읽는 것만이 지금을 버틸 수 있겠다 싶었지. 감사히 마셨습니다. 혼자서 커피 마시기, 혼커. - p.44

 

 

<혼커> 챕터를 읽으며 '혼커'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나는 친구들과 놀 때 수다를 떨기 위해 잠시 카페에 가는 것 아니면, 혼자 카페에 간다. 늦은 아침을 먹고 늦은 점저를 먹기 전까지 쭉 카페에 있다 보면, 직장인들도 보이고, 수다를 떨러 온 아주머니들도 보이고, 아이들과 엄마들 모임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피크 시간을 지나면 한결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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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의 희미한 목소리에서 들리는 몇몇 단어들, 커피 내리는 기계 소리, 프라페를 만드는 믹서기, 주문번호를 외치는 공손한 점원의 목소리 이런 사소한 여러 가지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는 카페라는 공간에 있다는 그 자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하는 것을 제법 잘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는 혼커를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자주 한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카페에 가는 빈도가 굉장히 줄어 카페에서의 여유를 느낄 수 없어 아쉬운 참이었다. 이 아쉬운 마음을 이 책이 조금은 달래주었다.

 

여러 챕터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니 나도 카페에 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시켜놓고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시간을 내어 단골 카페에 들려서 책을 읽었다. 각종 과제와 시험으로 이런 여유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시험과 대략 해야 할 일들이 정리되어 좀 더 안정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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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메뉴의 맛을 떠올리며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소소한 행복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메뉴들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가 떠올라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왜 나는 그동안 자주 가는 카페에서의 단상을 적어볼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했다.

 

이제부터라도 카페에 가서 나의 해야 할 일을 하기 전에 10분 정도는 오늘의 메뉴와 내 기분, 에피소드를 적어가는 노트를 만들어야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런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 개인적으로 간직한다면, 이 또한 나의 소중한 추억과 글이 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내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시간을 어떻게 블렌딩하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에세이였다. 흘러가는 시간에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카페에서의 시간을 좀 더 깊게 되뇌며 깊게 보내고자 한다. 나의 어제는 무슨 음료였을까. 그리고 나의 내일은 무슨 음료일까. 주체적으로 내가 그 메뉴들을 정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 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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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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